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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린양이 2박 3일 수련회를 갔다.
학교에서 핸드폰도 못 가져가게 해서 십여년 인생(?)에 처음으로 부모 없이 집이 아닌 곳에서 완전히 연락이 차단된 채로 며칠을 보내는 셈인데 요즈음의 이런 학교 활동들이 다녀오고 나면 이런저런 시끄러운 문제도 많고 해서 부디 건강히, 별일 없이 재미있게 지내다 왔으면 좋겠다.

비록 신경이야 내내 근황을 알아낼 방법도 없는 수련회장에 쏠려 있으나(내 영혼은 평창 어드메를 배회 중…) 그럼에도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어제부터 아이의 일정을 챙기지 않는 나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가능하면 아이 하교 시간 전까지 내 일정을 끝내야 한다는 제한이 없다는 건 오늘 별다른 일정이 없음에도 마음이 왠지 자유로운,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분이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매일 붙어다니던 친구가 옆에 없는 듯한 허전함이 더 크다.

어제 저녁은 평소에 린양이 별로 안 좋아해서 자주 못 시키는 피자(…)로 떼우며 부부가 하찮은 일탈(?)을 한 후…
평소의 루틴(옆사람이 린양 수학 공부를 봐준다든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듣거나 자잘한 잔소리들도 채워지는) 이 사라진 ‘적적함’과 함께 두 부부가 평소처럼 각자 컴퓨터든 뭐든 하던 일을 하고 있자니 언젠가 아이가 집에서 독립하고 나면 보내게 될 시간에 대한 체험 같기도 하다. 옆사람의 감상은 ‘은퇴한 노부부’가 된 기분이라고…

아이는 계속 자라고 길게 봐도 십여년 후에는 결국 이런 시간이 늘어날텐데 잠시나마 미리 경험하고 나니 이제부터 슬슬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리스트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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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저랑 도자기 하시졍?(장르 영업)

    1. 도예가 잘 맞으면 정말 훅 빠진다는데 저는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_-a

      1. 이 영업은 안되는 영업인가 봅니다. ㅠㅜ

  2. 큰아이 뒤치닥꺼리 하느라 늘 바쁘고 정신없고 지쳤는데, 애가 없으니 말도 못하게 한적하고 허무하네요. ㅠㅠ 당혹스러울 정도라 이럴 줄 몰랐어요… 정말 인생 후반부에 할 일 찾아두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아요…

    1. 웡. 윤상이도 어디 수련회 갔나요. 명절 전에 날짜 잡았다고 학교가 날도 드럽게 못 잡는다고 엄마들이랑 흉봤는데 이맘때가 대목이었나;;

      1. 아빠랑 여행갔슴다~

        1. 아하. 안그래도 애가 둘 이상인 집은 한 명이 자리 비우면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나봐요. 아는 분이 한 명 없으니 애 하나는 보는 거 같지도 않다고 하시더란;;

          1. 확실히 놀이터 다니고 도서관 다녀도 힘이 좀 남긴 하네요.

  3. 우리집도 예원이 오늘 아침에 캔버라로 보내고 부부 둘이 심심한 저녁시간을 보내는 중이예요. (여유로움과 심심함과 허전함 그 언저리 어디에 있는 요상한 기분입니다) 작년에 2박3일 캠프 보낸 경험이 있는데도 비행기 태워 다른 주로 보내 놓으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1. 1박 2일이면 잘 몰랐을 거 같은데 집을 비우는 시간이 하루 넘어가니 더 휑하고 그러네요. 차라리 아예 어려서 손이 많이 갈 때였으면 좀 쉬는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요즘에야 사실 다 커서 그렇게 품이 드는 게 아니라 없으니 오히려 더 적적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