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입이 방정이라고 했던가. 저 당시에는 확진자 수가 열명 남짓할 때라 작정하고 예약했는데 정작 검진일이 다가오자 너무 늘어나서 도저히 내키지 않아 일단 한 달을 미뤘다. 정말 ‘절반'(😑)만 끝낸 채로 대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처음 예약할 때 빈 날짜를 물어보니 전화한 다음다음날과 그 다음주 수요일을 이야기했는데 그냥 빠른 날짜로 잡았더라면 아무 고민 없었을 것을, 무슨 거한 마음의 준비를 할 거라고 뒤쪽 날짜를 잡아서… -_-
판데믹에는 뭐든 미루지 말고 그때 할 수 있는 건 바로바로 해버려야한다는 교훈을 또 이렇게 얻는다.

이번에는 검사 끝나고 내시경 결과 설명해주는 의사분이 대장 내시경도 권하길래 마저 예약했다. 날짜도 어찌나 바로바로 잡아주는지 검사일은 다음다음날.

음식 조심해야 하는 기간도 짧고 설명 보니 알약이라 별로 안 힘들겠거니 생각했는데 요즘 너무 방만하게 맛있는 것만 찾아 헤매며 신나게 먹어대서 그런가, 반나절 금식에도 격하게 배가 고파서 눈에 닿는 모든 것에 짜증이 밀려오고 저 약이 뱃속에 들어가 희석되니 괴롭기는 마찬가지…ㅠ.ㅠ 새벽 5시반부터 일어나서 알약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으며 내가 굳이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속으로 백만번을 외쳤다.

의사선생님이 너무 발랄하게 ‘이게 구불구불한 장을 따라 들어가는 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면 마취가 간간히 깰 수도 있어요~ 중간중간 정신이 들어도 정상인 거니까 놀라지 마세요~’ 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취 들어가고 정신 차리니 끝이었다.(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이 복잡해서 한참을 뒤척거리는 타입이라 수면 내시경 할 일 있으면 한방에 ‘훅’ 쓰러졌다가 깰 수 있다는 생각에 좀 설레임…😌)

그저께 위 내시경 하고 난 후 집에 와서 종일 몽롱한 상태, 어제는 대장 내시경 준비한다고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비슬비슬 돌아다니고 오늘은 내시경 끝나고 집에 오니 정말 완전하게 비어있는(…) 내장 상태가 괴로워서 죽으로 점심 떼우고 한참 쓰러져 자다 일어나니 정신이 좀 돌아온다.

생각해보니 건강검진 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사흘이 훌렁 날아간 셈.

이제 건강검진에는 마음의 준비보다 체력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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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그거 원래 그런 거잖아 ㅋㅋㅋ

    1. Ritz

      어느 지점이 원래 그런 거;;

      1. 건강검진 – 뿐만 아니라 병원 가서 검사 받으러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병을 고치려고 왔는지 얻으려고 왔는지 헷갈릴 때가 가끔 있더라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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