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제법 내리지만 오히려 덥지도 않고 볕이 안 들어 좋겠다, 싶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옆사람과 한바퀴 걸으려고 나섰다.
떨어져서 걸었더니 뭘 이야기해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잘 안 들려서 결국 크지도 않은 우산을 그냥 같이 썼는데(차라리 큰 우산을 들고 나갈 걸 그랬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제법 내린 비에 둘 다 우산 바깥쪽을 향했던 어깨가 잔뜩 젖어 있었다.
지나가다 본 사람들이 ‘거 풋풋해보이지도 않는 커플이 우산도 하나 더 들고 있구만 유난하게도 붙어서 간다’ 했겠다며 실없이 웃던 참에 마침 학교에서 온 린양이 하는 말이 ‘집에 오는 길에 앞을 보니 남자애들이 유난히 둘씩 짝지어 굳이 한 우산을 좁게 쓰고 가는 게 너무 웃겼다’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가는 게 귀엽지 않냐’고 강력하게 변호를 하고 말았는데 린양은 단호히 귀엽지는 않고(…) 더 웃긴 건 봤다며 남학생 세 명이 두 명은 나란히 걷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앞쪽에 서서 삼각열로 굳이 한 우산 아래에서 걷고 있었단다.
그건 더 귀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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