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유명했지만, 국내에서는 개봉이 늦어진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주제가 격이었던 곡이 유행을 한번 타고 지나갔지요(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꽤 유명했지만, 반드시 영화 초반에 그 곡이 나오는 군무 장면은 보시길 권합니다. 정말 입을 쩍 벌리게 만들만큼 화려하고, 박진감있는 촬영이어서, 노래의 매력을 120% 상승시키더군요).

크게 기대는 안하고 보러 갔습니다만, (정말 기대를 안해서인지) 영화는 너무 멋있었습니다! 올해 보았던 그 어떤 영화 중에서도 최고더군요. 마치 예전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 나왔던 것 같은 어둡고 몽환적인 세트장-1900년의 파리-에서 일어나는 치기어린 작가와 요염한 창부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같기도 하고, 슬픈 소설처럼도 보였습니다. 1900년에 일어나는 과거 속의 이야기는 21세기적인 감각으로 리뉴얼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두 편의 뮤지컬을 한꺼번에 본 것 같지요. 동화책 속의 마을과도 같은 파리의 전경을 정신없이 밀었다 당기는 카메라 워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온갖 팝송이 어레인지 되어 뮤지컬처럼 극 속에 녹아 들어가 있고-도중에 마돈나의 ‘like a virgin‘의 리메이크 곡은 정말 압권입니다-, 니콜 키드먼은 정말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인 샤틴 역을 위해 태어난 마냥, 완벽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신비하게까지 보이는 청녹색의 눈동자와 새빨간 립스틱은 니콜 키드먼이기에 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닳고 닳은 창부, 그러나 어딘지 그 모습이 다는 아닐 것 같은 신비함은 요기와 카리스마의 집결체더군요. 그래서 상대역이었던 이완 맥그리거의 매력이 많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듯 합니다.

국내 개봉 포스터의 ‘치명적인 유혹이 있는 곳‘이라는 표현은 솔직히 수입사에서 이 영화를 보고 만든 카피일까…라는 의심이 들게 하더군요. 물랑루즈는 치명적인 유혹이 있는 ‘그렇고 그런‘ 곳이 아니라 가장 마지막 순간에도 미워할 수 없는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무대의 장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배경으로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지요.

반드시 영화관에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

by

/

17 responses

  1. 까망별

    또 봤습니다. 어제…. 음질, 화질 다 좋은데 봤어요… 그래서 그런지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단지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영화보기 전, 보면서… 일이 있어서 기분이 좀 안좋았는 것… 뭐, 그래도 정말 좋은 영화였어요! [11/01]

  2. 홍콩제조

    동감. 스토리는 솔직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쩜 이리도 멋지게 만들었는지! [10/31]

  3. 리츠코

    뭐 이야기 뼈대만 보면야 수백년을 울궈먹은 신파지요. ^^ 그걸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가 역시 좋은 작품으로 나뉘는 기준인 듯. ^^ [10/30]

  4. 까망별

    전 이완맥그리거의 그 알빵함에 넘어갔습니다… 자니뎁에 이어..천의 얼굴이라는 말이 하고 싶어지더군요. ^^;; 뭐, 사랑 이야기는 완전 신파였지만 근래에 보기힘든 수작이었죠!!! [10/30]

  5. 까망별

    전 한달전 쯤 시사회를 봤었는데요… 내일 또 보러 갈 예정입니다. 왜냐! 이 멋진 뮤지컬(?) 영화를 음질 꽝, 화질 꽝! 인데서 봤거든요… [10/30]

  6. JH

    니콜 키드먼 멋져요… ㅠ.ㅠ [10/30]

  7. gample

    니콜키드먼 멋지다. [10/29]

  8. 파자마

    어엇…줄거리는 영 아닐 것 같던데…난 “킬러들의 수다” 봤엉…역시…장진…딱 내 타입이얏~!! (허무…개그?? 뒷통수를 치는 개그?) [10/29]

  9. 리츠코

    보고나면 한동안 정신이 멍~할 정도로 흥겹고, 멋진 분위기입니다. ^^ [10/28]

  10. 河伊兒

    원래 이것말고 ‘귀신이 온다‘를 볼 생각이었는데, 리츠코님 말을 들으니 또 고민되네요. 영화 분위기 좋나요?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