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벌써 몇 해째 열리고 있는 불꽃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에 열리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서 본 건 올해가 처음이네요.
첫해에는 10월 동안 네 번 열렸었는데 올해는 두번만 열린다는군요. 이번주는 애니동 대화방 사람들과 갔고, 다음주는 같이 노는 친구와 갈까 합니다.
사람이 많으리라 단단히 각오를 하고 아예 6시쯤 약속을 잡았는데 역시나 애니동의 애니 타임(…) 덕에 모두들 모이는 건 그럭저럭 7시가 넘어서였고, 그 사이에 앉아서 마시고 먹을 것들을 사러 다녔는데 다행스럽게도 여의도 키드(…) 개굴님 덕에 붐비지도 않는 길들로 편하게 잘 다녔습니다. 그리고 불꽃 놀이도 정말 조용하고 탁 트인, 불꽃 쏘아올리는 배 바로 맞은 편 명당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


1부는 중국 불꽃 팀, 2부는 호주 불꽃 팀이었는데 두 나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1부에서는 내내 색도 화려하고 크기도 큼지막한 불꽃 송이들이 하늘에서 펑펑 터져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고, 중간쯤에 무수히 많은 빨간 등이 불꽃을 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연출 같은 게 인상적이었던 반면 2부의 호주 팀은 클래식에 맞춰 중국에 비해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리듬감 있는 불꽃 놀이를 보여줬습니다.
1부의 중국 불꽃을 보고 2부를 보니 약간 심심하다 싶긴 했지만 마지막 마무리로 하늘 가득히 금색 가루를 수놓은 건 정말로 멋지더군요.


불꽃 놀이를 가까이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가까이서 하늘에 수놓이는 불꽃을 보는 매력도 크긴 했지만 그보다도 불꽃이 터질 때마다 드럼치듯이 터지는 퍼퍼펑 소리가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었습니다.
배에서 폭죽이 쏘아올려지면 ‘쉬이익’하는 조금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리고나서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퍼퍼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하늘로 퍼집니다. 그 불규칙적이지만 독특한 침묵 후의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소리의 매력에 중독되어서 매해 찾아갈 듯 하네요.

ps.오늘 여의도에는 정말 사람이 무지 많았습니다. -_-;; 제가 6시쯤 여의나루에 도착했을 때는 지하철 역 안에 사람이 ‘와~ 꽤 많다’ 싶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7시쯤 도착한 쌩훈님의 진술로는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오는 데 20분이 걸렸다고 합니다.
다음주에 혹 가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6시쯤에는 가셔서 자리를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는 나올 때도 여의나루 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걸어서 노량진 쪽까지 왔는데 아마도 제가 평소에 걷는 양으로 치면 한달 걸을 만큼을 오늘 하루에 다 걸어다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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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리츠코

    키딕키딕>한강 대교 밑에서는 약간 작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구먼. 우리나라도 그런 불꽃 놀이가 좀 많았으면 좋겠더라구.
    worn>……( ”)

  2. worn

    그게 한달치 걸음양이란 말이오!
    운동좀 하시오–;;

  3. 키딕키딕

    저는 회사근처 한강대교 밑에서 봤는데…명당자리에서 보셨다니 부럽네요. 보고있자니 Moriyama Naotaro의 夏の終わり를 흥얼거리게 되더라구요. 정말 그 오기로 버둥거렸던 여름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