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잘못 만나(…)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주인공 에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종종 자신의 기억이 순간순간 끊기는 현상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매일매일 일기를 꼼꼼하게 쓰기 시작하고…
그럼에도 순간적인 기억 상실은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에반은 주변의 친구들과 얽혀 자꾸 사고를 일으키자 그의 엄마는 이사를 강행합니다.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된 어느 날, 예전의 일기를 꺼내 읽다가 일기장을 통해 시공간 이동의 통로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의 일부를 되찾게 됩니다. 그러자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과거 자신의 소꿉친구였던 켈리를 찾아가지만 그로 인해 켈리의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를 다시금 건드리게 되고… 켈리는 그 상처로 그를 만난 후 자살을 하게 됩니다.
켈리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에반은 자신이 발견한 이동 통로로 과거의 상황을 고쳐 현실을 통째로 바꿔버릴 생각을 하는데…
그가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바꾸면 바꿀수록 주변의 친구들은 점점 불행해지고, 급기야 자신과 자신의 엄마의 인생까지 위협하게 되자 결국에 에반이 선택한 미래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 카오스 이론”
하나와 앨리스를 볼까 하다가 이 나비 효과를 봤는데, 예상 외로 괜찮았습니다. 볼거리가 풍부한 블록버스터 류는 아니지만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한 지적 유희가 마음에 드는 영화더군요. 물론 이 시간 이동으로 이야기를 풀다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 때문에 설정에 약간 무리가 생기긴 합니다만… 그런저런 무리수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잘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시간을 여기저기 쑤석거리고 다니면서 현재를 바꿔나가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선택한 종착지가 약간 덧없긴 했지만 타임 리프를 보면서 느꼈던 짜릿함을 십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함께 본 사람들과 엔딩이 좀 지나치 쌈박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어찌됐든 해피엔딩이 마음에 듬) 인터넷에 다니다보니 개봉판과 감독판이 좀 많이 다르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네요. 감독판은 엔딩이 엄청 꿀꿀하다고 하니 그쪽도 마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양쪽 모두 별 무리 없이 소화할 것 같다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하지요.
혹 최근 볼 영화가 없었다, 하시는 분들이나 타임 리프 같은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극장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ps.애쉬튼 커쳐가 최근 헐리우드에서 주목받는다고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과연 매력적이더군요. 어찌보면 크리스천 베일 같은 인상도 풍기면서 심지어 몸매까지 좋더이다. 이런 총각이 뭐가 아쉬워서 데미 무어 같은 아줌마와 연애를 할까요..-_-;;;
감독판 감상 후.
이야기를 들었던 대로 감독판은 개봉판과 엔딩이 완전히 정 반대더군요. 그 외에도 약 10분 정도 이런저런 장면들이 추가되었습니다(추가된 장면들은 감독판의 엔딩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더군요).
감독판의 엔딩이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서-이쪽은 아예 쟤만 없으면 세상은 평온해였음- 개봉판이 좀더 뒤끝이 덜 씁쓸했습니다.
내용 자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인데 엔딩도 이렇게 양갈래로 나뉘다니, 한 영화로 이렇게 두 가지 엔딩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네요.
Responses
박정운>그야말로 나비 효과? ^^ 서울의 모기의 날갯짓(…)이 미국 백악관에 태풍을 일으킬지도…( ”)
하이아>저는 이전에 작품들을 하나도 안 봐서 이번 작품에서 참 멋있게 보이더군요. ^^ 그나저나 그 배우 이름은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애쉬튼 커쳐, 애시튼 커쳐, 애쉬튼 쿠쳐… 별별 버전을 다봤음..;)
애쉬튼 쿠처는 That’s 70’s show 덕분인지 ‘얼굴만 반반한 바보’로 억울하게 찍힌 감이 있었죠. 이번 [나비효과]로 명예회복(?)을 노린 듯?
이 영화 줄거리를 들으니, 심슨 할로윈 스페셜 중 호머가 과거로 가는 에피소드 생각이 나는군요…과거로 내려가 벌레 한 마리 죽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줬던…그리고 결말도 상당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