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초대로 시어머님과 친정 엄마와 저, 셋이 웰컴투 동막골을 보러 갔습니다.
대나무숲이 일본에 들어간 후로는 저도 영화를 별로 챙겨서 보지는 않는지라(그래도 초콜릿 공장은 꼭 봐줘야…) 평만 듣고 그냥 넘어가게 될 듯하더니 어찌어찌 이렇게 인연히 닿네요.
이 영화는 평들이 워낙 좋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그와 감동, 두 요소의 밸런스도 적절해서(제 기준에서는) 러닝타임이 긴 편인데도 전혀 시간 가는 걸 몰랐을 정도였네요.
어느 한명 스타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들로만 화면을 채워서 두드러지거나 거슬리는 곳 없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잘 다듬어졌더군요.
화면 스케일이 커서(특히 후반부 폭격 장면은) 원작 연극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웰컴투 동막골은 지금까지 본 전쟁 영화 중에 가장 오싹하게 현실로 다가오는 전쟁 이야기였고 그 비참한 현실에 대치되는 동막골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아름다웠으며 그 현실과 동막골의 경계에 있었던 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슬펐습니다. 다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가슴 한켠이 먹먹해서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영화 전반에 걸쳐서 다양하게 시도된 연출방식이나 극 중 아이디어들(팝콘이라든가…)이 독특했습니다. 특히 중간의 멧돼지 잡는 에피소드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왠지 한층 더 열광할 것 같더군요.
저같은 경우는 마을 입구의 등이라든지 히사이시 조의 음악 때문에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더불어 신하균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동막골에서 갑자기 눈빛에 깊이가 생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보고나니 ‘박수칠 때 떠나라’도 봐줘야 할 것 같네요. ^^;
옆에서 보던 엄마는 ‘왜 저 고기로 동네 잔치를 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하셨으니…^^;
이번 동막골은 누구 하나 눈에 거슬릴 것 없이 완벽한 캐스팅이었습니다만 신하균은 정말로 다시 봤고 강혜정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더불어 영화배우로 데뷔한 임하룡의 연기도 멋졌네요. ^^
11 responses
컨셉은 그닥 마음에 안 드는 영화지만 임하룡 선배님(71학번)이 잘 나오셨다니 뿌듯하군 히히
워낙 연륜이 있는 배우시잖아요. ^^
박수는… 음… 차승원의 영화가 다~아 그렇듯 2% 모자라다는. 그 사람은 언제 그 2%를 꽉 채울 수 있을지… 암튼 동막골~ 저도 부모님 모시고 함 가야할 듯! 근데 추석까지 할 까요?
나는 차승원 영화를 제대로 본 게 혈의 누와 이번 박수칠 때 떠나라, 여서 그런지 그래도 배우로서는 꽤 멋지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
동막골은 워낙 관객이 많이 들고 있어서 추석때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던데. 개인적으로는 말아톤보다 재미있었어. ^^
이 영화보고 처음 나온 한마디.. ‘우리 업계는 언제 이렇게 되나~’ 였습니다.
안그래도 한국 영화 수준을 높이는 작품들이 몇년간 계속 나와줬는데 올해도 동막골로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게 무척 부러웠습니다. 작품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색깔도 내게되고.. 하여간 판박이 만들듯 비슷한 물건들 찍어내는 저희 업계에선 언제 이런 분위기가 될까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더군요. 흑흑
p.s.박수칠때..는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소문만큼 수작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요근래에는 땡기는 영화들이 모두 한국 영화네요. 확실히 헐리우드 쪽이 한풀 죽었어요.(아무래도 그 정형성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오늘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보고 왔는데 자세한 감상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지요.^^ 저는 그렇게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꽤 괜찮았어요.
임하룡씨는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사기꾼, 아라한에서는 파출소장?이었는데 거의 지나가는 조연중에 조연이었습니다. 대사분량이 한페이지도 못되는 대여섯줄쯤? –; 제대로 배역을 맡아서 한 영화는 동막골이 처음일듯.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종종 얼굴을 비춰주지 않을까 싶더군요. 생각보다 연기도 괜찮았고.. ^^
아… 그리고 임하룡은 이번 영화가 데뷔작은 아니라넹. 뭐, 영화배우로의 전업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실질적인 – 영화배우로서의 – 데뷔작일지도.
‘범죄의 재구성’, ‘아라한 장풍 대작전’ 머 이런데도 나왔었다고…(하지만 나도 못봤음. ^^;;;)
역시 다들 그 ‘꽃 꽂았습네다’가 인상에 남나보군요. ^^; 저도 다 보고 나서 그게 되게 기억에 남더라구요. 임하룡은 인민군 복장도 마을사람 복장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보면서 내내 감탄했네요. -_-;;
‘상위 동지, 꽃 꽂았습네다.’
‘니 쟈들하고 친구나?’
뒤집어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