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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가기 전부터 요란하게 테러가 한번 일어나주셔서 이래저래 사람 고민하게 만들었던 발리 여행을 다행히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발리까지 가는 항공편은 직항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싱가포르 에어라인이었는데 경유하는 시간까지 해서 꼬박 12시간 정도가 걸리더군요. 비행기를 타본 것이라고는 2시간도 안 걸리는 일본만 왔다갔다 했던지라 정말 장시간 비행은 괴로웠습니다. 타고 있는 것도 괴로운데 나오는 기내식은 또 어찌나 오묘하던지요. -.ㅜ
언젠가 꼭 가보리라는 유럽 여행도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는 시간 때문에 과연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졌습니다.(러시아에서 기차타고 들어가는 방법은 없으려나..-.ㅜ)

인천에서 아침 9시쯤 출발해서 싱가포르 국제공항에 떨어지는 한 4시쯤 되었더군요. 공항에 내려 밖을 보니 무슨 태풍이라도 오는 마냥 비가 내려서 발리 쪽도 저러면 어쩌나 좀 걱정을 했는데 요행히 발리에서는 비가 오는 타이밍이 제법 적절해서 오히려 더 잘 놀 수 있었습니다.

면세점이 엄청 많은데도 전혀 비좁다는 느낌이 안 들었으니
공항 자체 크기도 상당할 듯

발리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던지라 공항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싱가포르 공항은 무슨 공항이 아니라 코엑스쯤 되는 거대한 아케이드 쇼핑몰 같더군요. 넓기도 상당히 넓어서 면세점들이 거의 각 구역마다 반복적으로 있는 데다가 품목들도 굉장히 다양했습니다.(애들 장난감에서 토속 기념품까지)

싱가포르의 비상구 마크는 왠지 한국보다 더 긴박해 보임. -_-;;(저 뒤의 불 마크는 뭐냐..;)

한 2시간 정도 공항 안을 배회하면서 창 밖으로나마 싱가포르를 구경했는데 뭐 어찌됐든 땅을 밟아본 나라의 종수를 늘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10달러짜리 비자~

발리에 도착한 건 밤 8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는데 폭탄 테러에 공항이 초긴장이라든지 뭐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건만 뜻밖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더군요. 공항의 직원들도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하달까요.
입국 심사도 무지 허술해서 일행이 있으면 가이드 라인에 따로따로 설 필요도 없이 같이 가서 한꺼번에 여권을 주고 한번에 수속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눈이 반짝반짝한 건 오로지 면세품을 초과해서 가져온 게 없나 조사하는 직원들 뿐. -.ㅜ

가져간 여행 가방이 워낙 빠듯해서 서울에서 산 면세품을 그냥 포장 채로 들고 들어갔는데 가방검사를 하는 직원의 눈이 정말 말 그대로 ‘번쩍’ 하더군요. -_-;
발리 입국시의 면세품 한도는 250불이라는데(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음. -_-) 우리가 포장채로 가져간 것은 바로 예물 시계!
바로 사무실로 부르더니 이게 원래 정식으로 세금을 내면 *** 달러 정도다~, 라고 계산기로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데 둘 다 갑작스러워서 당황하고 있자니 은근하게 이어지는 말이…
‘딜’을 하자더군요. -_-;(아니, 이런 건 우리 쪽에서 먼저 제의해야 하는 거 아녀?) 순간 ‘낚였다’라는 메시지가 온 머리 속을 헤집었지만 어찌됐든 세금도 아닌 공항 직원 용돈을 주고서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ㅜ
결국 공항에서 느낀 발리의 첫 인상은 그 특유의 향내와 전체적으로 흐르는 늘어지는 분위기, 부패한 공무원(…) 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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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류미림

    ㅋㅋ 아무리 몰랐다지만 예물시곈 정말 대박 사건이네요^^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천불이상일텐데 ㅋㅋ
    그래도 희성씨 덕분에 많은거 알게되네요^^
    그래도 불려가셨을때는 상당히 긴장됐을듯…

    1. 리츠코

      대박이죠. -.ㅜ 저거 저희 집에서는 아빠가 두고두고 얼마나 놀리던지요. ‘순진한 백성들’이라고..-.ㅜ
      실제 세금이 천불 정도였고 저희는 그 1/10 정도만 용돈으로 내고(…) 나왔답니다.
      사무실로 가자는데 정말 순간적으로 황당하더라구요. ^^;

  2. 하임맘

    남편 현지 친구들 보러 간다고 신혼여행을 싱가포르. 빈탄섬으로 갔던지라
    그곳을 밟았던 기억이 나는군..
    내리자 마자 느끼는 동남아 냄새가 그립다.
    아무래도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 같은 곳이다 다시 가고픈 향수에 젖는구만..

    1. 리츠코

      너도 신혼여행이 동남아였구낭.
      나야 안 가본 곳이라 갔던 건데 너는 왠지 감상이 남다를 것 같군. ^^

  3. 추카 이정은

    그리고 이건 비밀글로 썼지만요~ 저희 추카 여행게시판에 글을 퍼가도 될까요…너무 잘쓰셔서요..편집도 이쁘게 하셨구요..서울에 안계시니 이렇게 글 남겨요..허락해주세요~~

  4. 추카 이정은

    추카클럽 이정은입니다.
    미림씨 게시판에 올린글을 보고 구경하러왔는데 이렇게 이쁘게 꾸며놓은 홈피가있다니.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요

    그리고 발리 면세점 한도는 사실 담당자인 저도몰랐네요. 한국한도만 알았거든요. 다음부터는 저희 손님들한테 주의가 나가야겠네요. 죄송해요

    발리들어가서의 본일정은 다시 기대해도 되겠죠? 기다릴꺼예요~~

    1. 리츠코

      안녕하세요. ^^ 덕분에 즐겁게 여행하고 왔습니다.

      요즘 대개 면세품 검사를 심하게 안 하다보니 저희도 무심코 방심했었지요.-_-; 나중에 아빠한테 ‘촌티나는 짓’ 했다고 어찌나 놀림을 받았던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뒤에 가는 분들에게는 한번쯤 이야기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메일 드렸던대로 뒷 글들도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5. 미사

    헉, 그러고 보니 정말 비슷…(같이 묻어서 도망)

    1. 리츠코

      헉, 언니까지..-.ㅜ

  6. gample

    ‘너는 내 운명’을 보고 와서 그런지 두 분 모습에서 왠지 전도연, 황정민의 느낌이.. -.-;;;
    위 사진을 보니 ‘내가 이뻐서 미치겠지?’ ‘크크크 **씨가 젤루 이뻐유’등등의 환청이 들리고 있..(도망!)

    1. 리츠코

      § 리츠코님이 겜플님을 망치로 칩니다. 퍽!
      너는 내 운명은 안 봐서 모르겠는데 그런 무서운 대사가 나온단 말입니까. -_-;;;

    2. 그런 생각을 한건 나 뿐만이 아니었…

  7. 지구

    헉~ 그런 제한이 있었다니… 그 쪽으로 신혼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어찌 그런 주의사항이 홍보가 안 되었는지 놀랍군요. 암튼 다행입니다. 부패한 공무원도 때론 도움이 되는군요. ^^;
    저는 싱가폴에어라인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내식도 꽤 괜찮고 승무원들도 친절하고 무엇보다도 다른 에어라인보다 (한국행이) 약간 싸더군요.

    1. 리츠코

      저는 싱가폴 에어라인은 승무원들 제복이 마음에 들더군요. ^^;; 예쁘던데요. 기내식은 저는 입맛에 안 맞더라구요. -.ㅜ 가장 나았던 게 돌아오는 날 아침으로 먹었던 오믈렛이었던 듯. –;;;

  8. 한여름 복장이 아주 인상깊어요~
    공항 직원 용돈이 어느 정도이었는지 궁금하네요;; ^^

    1. 리츠코

      저때까지는 공항 안도 비행기 안도 썰렁해서 겉옷을 걸치고 다녔는데요. ^^; 여름옷은 발리에 내려서야 갈아입었군요.
      직원에게 준 용돈은… 비밀입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