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에서 생활한지도 어언 8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에야 어리버리 뭐가 뭔지도 모르고 밥해먹고 사느라 정신 없었는데 한 6개월쯤 지나지 이제 생활 환경에 눈이 가더군요.
애초에 우리 집 물건들은 식탁에서 빨래건조대, 욕실에 두는 선반까지 모조리 한국에서 사서 이사짐으로 부쳤던 물건들이지요. 급하게 사서(식탁은 심지어 홈쇼핑에서 의자 네 개 짜리 세트를 10만원도 안 줬던 것 같음..;) 부쳤던 것에 비해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만…

얼마전에 전자렌지와 오븐 토스터를 둘 선반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인터넷 쇼핑몰(오프라인 매장들은 너무 비쌌음. -_-;)을 돌아다니다보니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으니…
한국에서 사온 것들이 확실히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했지만 뭔가 미묘하게 ‘일본의 집 사이즈’와 맞지 않더라는 점입니다.
일본의 쇼핑몰이나 동네의 대형 마트의 인테리어 수납 코너 쪽을 둘러보고 알게 된 건 여기는 정말 물건의 크기가 좀 작더라도 ‘수납에 수납에 의한 수납을 위한’ 목적의 아이템! 덕분에 한국보다 집이 좁다 좁다 해도 살아보면 그렇게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자잘해서 갑갑하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만 그거야 디스플레이 하는 사람의 자질에 따라 바뀌는 문제일 것 같네요.
집들도 대개 규격화되어 있는지 어느 정도 평수냐에 따라 대개 들어가는 가구도 정해져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별의 별 잡다한 기능을 다 갖춘 아이디어 상품들이 가득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지요.

예를 들자면…
우리집 식탁은 한국에서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 형태입니다만,

여기에서는 우리집 정도 크기면 이런 2인용이 일반적.
게다가 이렇게 아래쪽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더 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더 많은 물건을 수납해야 하는 거죠.
이 상품은 카운터, 테이블 겸용이라네요

이번에 렌지와 오븐토스터용 선반은 그냥 싸고 무난한 2단 선반을 사다 뒀는데 쇼핑몰을 보다보면…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선반장 하나에 쌀통까지 구비,
옆에는 심지어 수건걸이까지 둘 수 있습니다.;
(쌀통에 혹해서 요즘 좀 끌리고 있음)

지금 쓰고 있는 빨래 건조대는 한국에서 보통 쓰는 지그재그식으로 접었다 펴는 세로식 구성인데 일본은 대개 가로식으로 빨래를 널더군요.
오늘 쇼핑몰에서 본 궁극의 빨래 건조대는 바로…

이불을 진짜 열심히 말리는 이곳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구성…
왼쪽의 수건걸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전에 문간방의 습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제습기를 하나 장만했는데, 실제 일본 사람들은 여름 장마때는 방에 빨래를 널고 제습기로 말려버린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실내용 빨래 건조대로 따로 팜)
그리하여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습기로 방에서 집중적으로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시스템!
이걸 보고 거의 쓰러졌음…

최근 요리에 열을 올리게 되면서, 부엌 환경을 어떻게 하면 좀더 편하게 개선할 것인가에도 덩달아 심각하게 연구 중인데 홈쇼핑 카달로그와 인터넷 서핑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가득해서 즐겁네요. 어디까지 사게 되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ps. 수납 관련하니 생각나는게, 얼마전에 산 청소기로 압축하는 비닐이 상당히 쓸만하더군요. 호기심에 사봤는데 이불 압축에 아주 효과가 제대로인 듯. 좀 지나면 약간 공기가 들어가긴 하는데 비교적 저 상태로 유지되는 편이었습니다.

옆쪽의 파란색은 공기 빼는 곳을 나중에 막아주는 클립.
이불을 넣는 곳은 지퍼락 비슷한 형식.

이불을 넣은 다음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납작해서 공간도 훨 덜 차지하더군요.
이건 한국에서도 봤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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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esponses

  1. 건조대보다는 베란다가 필요한 나…ㅠ_ㅠ
    저 제습기는 오늘 아침에 메일로 온 쇼핑몰 광고에 있더라.
    첨 봤었어. 여기도 이제 장마철 시작되니까 나오기 시작하나 봐.

    1. 리츠코

      우리집도 베란다가 조금만 더 넓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지. ^^; 하긴 옆집은 좁은 데다가도 아주 정원을 꾸미고 살더라만..;
      오늘 빨래했는데 비가 와서 제습기만 한번 돌려봤는데(저런 비닐 돔까지는 없지만…) 그다지 효과는 안 좋더군. -_- 비 그치길래 결국 다시 베란다에 널었음. -.ㅜ

  2. 하임맘

    딱 마음에 드는 건 빨래 건조대.
    우리집 빨래 건조대도 공간활용이나 편리성 면에서 좋은 편인데
    타월걸이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음..

    1. 리츠코

      맞아, 나도 저 건조대 보면서 수건걸이가 참 편하겠다, 했다니까. 우리집 건조대는 수건을 2개 걸면 좀 좁고 하나 걸면 너무 공간 낭비고 애매하거든. -_-;

  3. Tom

    음.. 저 빨래 건조대는 우리집에도 비슷한게 있는 걸.
    선반도 비슷한 걸 예전에 본 적이 있긴 한데 쌀통까지 달렸는지는 잘 모르겠당.
    하지만 저 식탁과 제습빨래건조기(이렇게 부르는게 적당한지는 자신없음.)은 확실히 눈이 가네. 지금이야 예전에 비하면 궁궐이나 다름없는 크기의 (어디까지나 예전에 비하면!!) 집에 사는 고로 그런 문제가 덜하지만, 단칸방 살림일 때는 여름 장마도 정말 지내기 힘든 계절이 되더군.

    아이가 있으니 빨래는 항상 산더미처럼 나오는데 마르진 않고,
    그나마 널어 놓을 곳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그러지 않아도 비좁은 데 빨래까지 차지하면 누울 공간은 커녕 제대로 발 뻗기도 힘들고,
    창문이라도 열어놔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를텐데 길에 면한 창문을 열어놓으면 소음과 먼지에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었으니….

    그 때 저런 게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텐데… (스스로 생각해도 뭔가 맺힌 듯.)

    1. 리츠코

      빨래 건조대 같은 건 요즘 한국 홈쇼핑에도 일본 것들이 많이 들어가 있지요. 여기는 아직 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 저런 건조대가 나오는 모양.

      아이가 어린데 빨래가 안 마르면 정말 난감할 듯. -_-; 어제 놀러간 집에 보니 그날만 빨래 3번 돌렸다던데..;

  4. 제습기로 빨래를 말리는 시스템을 보고 역시 일본!!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 리츠코

      저는 작년에 지내보고 대체 다들 여름에 빨래는 어떻게 하는 거냐! 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지요..( ”)

  5. 미사

    한국은 확실히 수납이 알차게 되어 있는 가구가 드문 듯. 그런 건 맞춤주문해야 하는데 이게 또 퀄리티 별로인 싱크대 재질로만 해도 일단 맞춤이라서 가격이 마구 치솟는지라…;
    밀린 빨래를 오늘 한꺼번에 해치웠더니 빨래건조대가 비명을 지르는데 저 제습기가 눈에 확 띄는구랴~ *.*

    1. 리츠코

      여기는 홈쇼핑 카달로그 한 파트가 아예 저런 수납 장들이더라구요. 게다가 사이즈도 정말 어찌나 조밀하게 나눠져 있는지 맞춤 같은 건 거의 필요가 없을 정도라니까요.

      저도 제습기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여기서는 의외로 많이들 쓰더군요. 우리집 문간방은 한시간쯤 돌리면 물 나오는 게 장난이 아니예요. -_-;

  6. 아기자기하면서도 아이디어의 승리다! 라고 외칠만한 물건이 좀 있군요.^^

    저도 방이 좀 비좁은데 이것저것 옆으로 막 늘어놓다보니 지금은 사람 하나 잘 공간밖에 없는 상태라서…저런 삶의 지혜는 좀 배워야 할 듯합니다.

    ……뭐 최상의 선택은 로또 당첨으로 댑따 큰 집 지어놓고 막 늘어놓고 사는겁니다만.(…뭐가 최상이냐)

    1. 리츠코

      저런 수납 관련 아이템들이 정말 끝도 없이 많아서 볼 때마다 감탄한다니까요. 요근래에는 100엔샵에서 파는 바구니에 홀랑 가서 온 집안에 바구니들이 구석구석 놓여있지요..;

      그 최상의 선택은 만인의 최상의 선택 아니겠습니까.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