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모처럼 처음 가는 집에 혼자 찾아 가야 하는 날이었더랬습니다.
정말로 란마의 료가가 누님하자고 할 만큼 방향치, 길치인지라 모르는 길로 가야 하면 전날부터 수능 앞둔 수험생처럼 불안초조해서 구글맵에서 지도까지 모두 뽑아 두었지요.

약속 시간이 10시 반이라 10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처음 가는 집이라 집 앞 수퍼에 들러 간단히 주스라도 하나 사서 좀 걷다 보니 갑자기 문을 제대로 잠궜는지 아리까리하더군요. 이러다가 문을 연 채로 외출한 경력이 이미 두어번 있는지라(이러고 무슨 주택에 살겠다고 호사시련 꿈을…) 차라리 좀 늦더라도 확실히 하고 가자 싶어 다시 확인을 하러 올라갔습니다.

문을 확인하다 보니 문득 전기 장판을 껐었는지가 까리하더군요. 마저 확인하자 싶어 마침 부츠를 신어 벗기도 불편한데도 뒤꿈치를 들고 최대한 땅에 닿지 않게 살살 걸어 침대까지 가서 가방을 어깨에 멘 채로 다이빙(…)을 해 스위치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돌아 나와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 방향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헷갈려서 가려는 집에 전화를 하려고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으니…

핸드폰이 없는 겁니다

맨 처음 나설 때 일부러 신경써서 챙겼던 지라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일단 집으로 다시 리턴.
아예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가장 의심이 가는 침대 언저리를 털어보니…

아까 침대 위로 다이빙을 할 때 가방에서 핸드폰만 쏙 빠졌었더군요

출발도 못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30분.
막상 가보니 목적지는 별로 멀지도 찾기 어렵지도 않아서 걸어서 15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네요(이것도 나름 허무…).
제대로 잠긴 문을 의심하고 다 꺼진 스위치를 의심하고 그러다가 오히려 핸드폰 때문에 도로 돌아와야 했으니…

오늘은 참 그랬어요…

(뭐 그래도 놀러간 집에서는 간만에 즐겁게 놀다 오긴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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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Tom

    ‘와이프’로 업글되기 전의 ‘여친’버전 유저이던 사절,
    처음으로 차 몰고 분당(당시 여친네 집) 갔다가 한시간 동안 빠져나
    오지 못하고 헤멨었음.
    결국 핸폰으로 HELP~.
    지금의 장모님의 손길로 겨우 빠져나왔다는. ㅠㅠ

    그 사건(?) 때문인가…
    지금도 내 차를 타시면 조수석에 앉아서 꼬박꼬박 길을
    가르쳐 주시는 장모님. (덕분에 편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분당 지리를 안다고 자신할 수가 없다. orz

    1. 리츠코

      저는 길 찾을 게 겁나서 운전도 엄두가 안 나긴 해요. -_-;
      그런데 분당은 정말 구석구석 뭐가 많아서 복잡하긴 하던데요.^^;

  2. 저런 고생하셨네요;;;

    그러고 보니 제 친구(이니셜 L)가 생각나네요.
    어느날 다른 두 친구의 집에서 집을 옮길 일(A의 집에서 B의 집으로)이 있어서 우루루 몰려가 짐을 옮기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왔는데 이 L이라는 친구만 안 오더군요. (참고로 A->B의 거리는 대략 600미터)
    그래서 농담으로 ‘이 녀석 길 잃은거 아니야? 하하하.’ 하고 있는데 20분이 지나도 안 오길래 혹시 사고 났나 싶어서 다들 나가서 찾아보니 중간 300미터쯤 되는 지점에서 짐을 들고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더군요.

    …..그냥 갑자기 그 때 일이 떠올랐어요. (슬금슬금)

    1. 리츠코

      저는 그 에피소드를 들으니 지도를 거꾸로 들고 길을 찾으시고 이사간 자기 집을 찾느라 고생하셨던 타입 아저씨가 생각나네요. : p

  3. siyang

    이수인입니다T-T
    드뎌, 출장이 아닌 일로 일본에 갑니다! >_< 일정은 24일~27일 이구요, 건호군과 롯뽕기 부근에서 묵고, 사흘간 근처를 돌아다니는 우아한 일정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고 연말이라서 두 분 모두 다사다난하실거라서..-_-; 억지로 뵙자고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혹시라도 부근에 시간 되시면 연락주십시오:)

    1. 리츠코

      아니, 이런 반가울 데가. : )

      여기는 크리스마스가 휴일도 아니고 해서 24일 빼고는 별다른 일정이 없답니다. 25일은 두분이 보내시는 게 좋을 듯하니 26일 정도가 어떨까요. : ) 제 핸드폰 번호는 이전에 알려드린 적 있는 것 같긴 한데 일단 문자로 한번 더 보내겠습니다.

  4. 참 그렇네요…… (헤헤)

    1. 리츠코

      (화남) 2 -_-+

  5. 참 그러셨겠어요…… (헤헤)

    1. 리츠코

      (화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