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원래부터 미장원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에 있을 때도 정말 도저히 머리가 못 참을 정도로-반곱슬에 숱도 많음- 정리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면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는 정도였는데(1년에 두번쯤인 듯) 여기에 와서도 역시나 가격도 비싸 보이는 데다가 가서 하루종일 있는 게 싫어서 미뤄왔지요.
근래에는 드디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지라 결국 대나무숲이 머리를 자르러 가는 데에 따라 나섰습니다.

미장원에 가면 일단 뭘 하든 하루종일 잡아먹는 데다가 꼬박 허리 펴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게 피곤해서 싫고 헤어 디자이너분이 뭔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도 어색하고 썰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여기서는 모두 일본어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영선배 대사칸이 찌글찌글한 게 따로 이유가 있었다는 건 저때 처음 알았음. -_-;

제 지금의 일본어는 거의 닥터 스쿠르의 태영 선배처럼 듣는 건 그럭저럭 할 수 있으나 말하는 건 생각하는 것과 말로 나오는 것의 속도가 일치하지 않아 말하고 나서 ‘어, 틀렸다’라고 알아차리게 되는 문법이 부지기수인 상태(말하고 나면 바보가 된 기분이라 자괴감으로 좌절하게 됨).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기로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역시나 이곳에서도 손님에게 말을 많이 걸더군요.
대개의 경우 일본에 온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는데 1년이라고 대답하면 모두 놀라며 ‘정말 잘 하시네요’라고 말합니다만 그게 또 공부한지는 좀 됐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면 설명이 길어지지요. -_-;
우리나라에 온 외국 사람이 더듬거리면서 한국어를 알아듣고 말을 하는데 게다가 ‘예전부터’ 공부를 했다고 하면 ‘왜’ 하필 한국어를 공부한 건지 궁금하잖아요.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오늘 머리를 하러 간 곳은 헤어 디자이너와 어시스턴트 한 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듯했는데 이 헤어 디자이너 쪽은 역시 손님을 상대한지 오래돼서 그런지 말을 거는 것이 능숙하면서도 자연스러웠는데 어딘지 이천수를 닮은 어시스턴트 총각(?)이 물어보는 것들은 어째 하나같이 뭔가 핀트가 묘한 겁니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은 이틀에 한번씩 목욕을 한다면서요?”
(아니 대체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수?)
“네? 아뇨. 매일 샤워하는데요.”
“아, 그건 중국인이었나…”

“일본인들은 친절하지요?”
(써놓고 보니 진짜 웃긴데 정말 이렇게 물어봤음. -_-)
“네, 뭐.. 한국인들보다 그런 것 같네요.”
“한국인들은 무서운가요?”
(너 내가 무섭게 보이니이이~?)
“무섭…다기보다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감정 표현이 적어서 좀 딱딱한 이미지가 있죠.”

뭐 이런 식인 거죠. 이외에도 주옥과도 같은 대화가 넘쳐나서 파마약 씻어내느라 머리감고 난 후 한 30분쯤 드라이를 하면서 정말 나중에는 그냥 말 걸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어지더군요.

결론적으로 머리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게 나왔습니다. 애초에 스트레이트이니 잘 펴졌으면 OK인 건데 이곳 파마는 얼마나 오래갈지 좀 궁금하긴 하네요. 가능하면 오~~래 유지가 돼서 앞으로도 한 반년쯤은 미장원에 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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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일본 매직은 오래 못 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으이 ( ”)

    1. 리츠코

      아닛, 어디서 그런 유언비어를! -ㅁ-

  2. 민윤

    매직,, 해본지 한 참 지났으,, 일년에 2번씩 하면서 한 5년 넘게 살았더니, 머리결이 다 탔대… 매직하고 나서 관리는 필수!!! 요샌 올뺵으로 살고 있다우… 트리트먼트와 모발수분크림 꼭 바르시게나…

    1. 리츠코

      안그래도 머리 끝도 너무 푸석해져서 비달사순 에센스 하나 사다놨구먼. 모발 수분 크림도 한번 찾아봐야겠네.
      사실 올빽으로 넘기고 살면 제일 편한데 나는 이마가 넓잖수 -_-;

  3. 신동숙

    파마했니?
    희성아 이모 싸이 홈피에 들어와서 단장좀 해주지 않으련?
    학생 한 명이 막무가내로 만들어라고하면서 만들어줘서 만들어 놓긴 했는데..난 통 모리겠다. 아이디는 sds425@nate.com이고 비밀번호는 star0215 다. 중요한 것은 홈피에 내 생년월일이 나오는데 지울 수 없니? 지워줘..

    1. 리츠코

      그냥 스트레이트 파마해서 별로 변한 건 없스.
      정말 교수님이 기계치로구만..-_-; 오늘 들어가서 한번 볼게.
      생일은 비공개로 설정해놨는데 이모는 홈 관리자니까 접속하면 보일거야. 다른 사람한테는 안 보이니 걱정안해도 됨..;

  4. … 이거 상당히 재미있으셨겠… (…)
    “아, 그건 중국인이었나…” 라는 부분에서 뒤집어졌네요;;

    그나저나 매직…. 오래 안가지 않던가요 (헤헤)

    1. 리츠코

      매직… 오래 가라고 매직으로 한 거예욧. –+

  5. Tom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혹은 편견?)은 한국인보다 일본인 쪽이 훨씬 더 많은게 아닌가 생각이 들게 만드는군. 말해놓고 나서 ‘틀렸다.!’라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심지어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말하게 되던 걸. 오로지 관심 가는건 ‘듣는 사람이 나에게 집중하느냐?’ 와 ‘내 말을 듣고나서 제대로 알아들었는가?’하는 것.

    회사에 캐나다인 직원이 하나 있는데, 나야 업무상으로라도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지라 본의아니게 되도 않는 영어로 떠드는 일이 많아졌거든. 대충 알아 듣기는 하겠는데 입이 제대로 안떨어져서 한동안 고생. 이젠 그냥 포기하고 ‘내가 말할테니 네가 알아들어라!’ 주의로 나가고 있지. 뭐.. 그것도 자주하다보니까 조금 늘긴 하대. (-,.-; )

    1. 리츠코

      아무래도 외국인이라고 알고 있으니 좀 틀려도 알아서 적당히 듣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틀리면 좀 그렇더라구요.
      말은 확실히 많이 듣고 쓸 일이 많아지면 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