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새 6개월째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는 않은 편인데 엄마를 닮았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을 거라시더군요. 그러면 좋을 텐데요.
이제 초음파로 보면 얼굴 윤곽도 꽤 또릿하네요. 대나무숲도 슬슬 팔불출 단계에 들어가서 이목구비가 예쁘다고 하더군요.(뭐 저야 첫주의 초음파 화면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미 팔불출 중기겠지만..;)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는 초음파를 하러 눕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사명감에 불타서 ‘이번에는 성별을 알아보죠’ 라고 하셔서 매우 민망했군요..; 그러나 가을이는 이번에도 알리고 싶지 않은지 자세를 이리저리 뒤척거려서 의사 선생님을 고생시켰습니다..( ”)
일단 의사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정가을양인 듯하다는데 아는 언니가 예전에 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기 태명까지 ‘사쿠라(남편이 일본인임)’라고 지었는데 떡두꺼비처럼 잘 생긴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기뻐하기는 좀 이른 듯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카르테에 ♀라고 적더니 옆에 ?를 찍으시더군요. ^^; 한국은 불법이라는데 일본은 성별을 아는 건 별 상관이 없나봅니다.
주변에서는 입덧이 끝나면 식욕이 돌아와서 주체하기 힘들 정도라고 해서 대기 중이었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입맛은 영 없이 그러네요. 아무래도 때마침 여름에 접어들 때라 날도 더워져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몸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 다니기에도 괜찮고 이번에 가니 가을이도 건강하게 잘 움직이고 순조롭게 크고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최근에는 태동도 눈에 띄게 늘어서 뱃속에서 스르륵 스르륵 문지르는 느낌이 자주 들곤 하는데(태동 자체는 꽤 전부터 느낀 편이었음) 그게 참 신기한 경험이네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2-30분 간격으로 자다 깨다 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라는데 나중에 개월수가 더해지면 밖으로도 보이게 꿀렁거린다다고 하니 그때쯤에는 옆사람도 눈으로 볼 수 있을테지요. 태동은 엄마 혼자만 겪기엔 좀 아까워요. ^^;
그러고보니 임신 후에 간간히 ‘대나무숲은 잘해주지요?’라는 확인성 질문(?)을 받곤 합니다만 뭐 아는 사람이야 다 알듯이 워낙 평소에도 가정적인 타입이라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제가 일을 하고 대나무숲이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저는 일하느라 힘들다는 핑계로 그만큼은 못 도와줄 것 같을 정도이니 고마울 따름이죠. 나중에 가을이가 태어나서도 아빠의 노력을 알아주길. ^^;
다른 건 별 문제가 없는데 최근에 대나무숲이 바빠져서 야근이 잦아 저 혼자 저녁을 먹는 일이 늘었군요. 혼자가 아니니 챙겨 먹어야지 하면서도 귀차니즘에 져서 자꾸 먹는 게 부실해져서 결국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러 잠시 한국에 들어갑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출발해서 3주쯤 있다가 7월 3일 돌아올 예정이네요.
원래는 특별히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입맛도 아니라서 한국에 갈 비행기값으로 여기서 맛있는 걸 사먹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맛있는 것도 혼자 사먹게 되지는 않더군요.
7개월 이후부터는 정기검진이 2주에 한번으로 늘어나서 그 전에 갔다올 계산으로 날을 잡은 거였는데 의사 선생님도 듣더니 지금이 가장 안정적인 때라고 잘했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셔서 출발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은 아마도 한국에서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고보니 저는 인생에 첫 비행기를 탄 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뒤였는데 정가을양(군?)은 뱃속 20주에 비행기를 타는군요.( -_-)
Responses
정말로 사명감에 불타는 의사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남아선호사상이 있지 않았나요?
사실 남아선호사상이라는 게 미국도 있다잖아요(…) 일본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예전 한국처럼 아들이라고 하면 지우거나 뭐 그러지는 않는 모양이죠. : )
의사 선생님이 사명감에 불타셨다는 말을 보고 한참 웃었음 ^^
그러고 보니 어제 표지 나왔더라고… (하지만… 보고 쓰러졌음… ㅠㅠ)
초음파 보는 기계를 척 들면서 ‘이번에는 성별을 보죠’ 하는데 좀 웃겼죠. ^^;
으음, 안그래도 알라딘에 그 책 이벤트 떴던데 표지 디자인이… ^^; 그래도 번역자 이름은 제대로 바뀌었던데요. ^^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_-;
어쨌거나 들어오시면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오세요. 오호호 ( ”)
….. 하겐다즈으으….. (….)
그래서 한국 사람이면 잘 안 가르쳐주는 일본 의사도 있긴 하다더군요. 친구 때는 오히려 절대 아래쪽은 보여주지도 않으려고 했다는데 제 담당 선생님이 아무래도 사명감이 너무 투철하신 듯…;
하겐다즈는 일본에 오면 사준다니까욧. -_-+
역시 그래도 사먹는 밥보다 집밥이 좋은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오시면 밥 한번 사드려야 할텐데요.. ^^;;
역시 집에 오니 엄마 밥이 최고네요. ㅠ.ㅠ
씩씩해서 좋네 그랴.
들어오면 연락 주게나.
ps. 그나저나 가을이 아빠는 주변의 원성 좀 사겠는걸? ^^;
음, 뭐 안 씩씩할 이유야 뭐 있겠어요. ^^;
주변에 워낙 애처가들도 많고 아직 미혼인 사람도 많아 원성 살 일은 별로 없는 듯.. ^^;
헉.. 오시면 주말에 에릭 스테이크 하우스 본점에서 짱 잘구운 스테이크 브런치를 쏘도록 하죠.
무사히 잘 도착해 빈둥빈둥 라이프 중입니다. : ) 시간 나실 때 연락 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