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산부인과에서 제작한 책자

안에는 출산에 관련된 정보와 이 산부인과에서 출산시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정리를 해두었네요.

가을이는 일본에서 낳을 예정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어난 곳에 상관없이 부모의 국적을 따라가는 속인주의라 여기서 낳는다고 시민권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주변에서 한국에 가서 출산을 하고 오는 경우를 보니 대부분 출산 두달 전쯤에 한국에 들어가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 후 두어달 있다 들어오는 식이라 거의 반년쯤 집도 비워야 하고 아기 아빠가 막 태어난 아기를 자주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더군요. 게다가 거리상의 문제로 왠만큼 타이밍을 잘 맞춘다 한들 출산시에 아빠가 옆에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요.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 출산하는 비용도 왜 그렇게 비싼 건가요…; 산후조리원이 2주에 200만원이라는 말에 기절했습니다. -_-;

친정에 있다가 낳으면 편하긴 할텐데 그래도 아이를 낳는다는 건 역시 부부가 완성(?)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 (완전 깡으로) 이곳에서 낳자고 결정했습니다.

………만.

비장하게 결심을 했으나 산부인과에서 처음부터 강조했던 사항 중 하나가 ‘언어 소통이 곤란한 경우 분만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였지요. 그래서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했는데 한국 가기 직전 검진에서 간호사분이 분만 관련 간호사분(조산사라고 따로 호칭하더군요)과 개인 면담을 잡아주며 그 점에 대해 확실히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더랬습니다. 그 면담에서 의사 소통이 힘들다고 조산사분이 판단하면 그때부터 다른 산부인과를 찾아봐야 하는데 아마도 다른 산부인과에서도 그런 경우 대개 안 받아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이게 출산 때의 의사소통 때문이 아니라 그 후에 입원 기간동안 가족은 면회시간 이외에는 같이 있을수도 없고 완전히 병원에서 산모를 보살피는 시스템이라 서로 말이 안 통하면 곤란하기도 하겠더라구요.

‘에잇, 안 받아주면 엄마한테 갈테닷(…)’ 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왠지 그렇게 한국으로 가면 지는(?) 기분도 들고 좀 그렇더군요. 이래저래 복잡한 기분으로 오늘 대나무숲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건 조산사분과 마주 앉아서 간략히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지 가늠해보는 형식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그냥 출산에 관련된 개인 과외였네요. 무려 2시간이 걸렸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초기에 받았던 책자를 가지고 갔는데 그 안의 내용들-입원시에 필요한 것들(병원에서 임산부에게 필요한 것들을 기본 패키지처럼 제공해서 실제로 병원에 갈 때는 맨손으로 가도 될 정도더군요), 천천히 준비해도 되는 것들과 진통이 시작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출산 후의 병원에서 보내게 되는 스케줄 등을 너무 싹싹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더라구요. 다행히 수업 듣는 내내 별 문제가 없어 보였는지 ‘다른 병원을 찾아보셈’ 같은 말은 듣지 않았습니다. ㅠ.ㅠ

교육이 끝나고 나니 병원 분만대와 기타 시설들, 입원실 등을 모두 안내해주고 다른 조산사분들과도 모두 인사를 나누게 하면서 강조하는 말이 ‘진통이 시작돼서 들어왔는데 어디로 실려갈지 모르는 상태로 낯선 곳에 있으면 긴장해서 더 힘드니까 자신이 아이를 낳을 곳과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랑 낯을 익혀두는 게 좋다‘시더군요. 아이를 낳을 때 가능하면 가장 안심이 되는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걸 우선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입원실도 깔끔했고 오늘 설명을 해준 조산사분도 젊은 분이 어찌나 싹싹하고 발랄한데다 빠릿한지 믿음이 가더군요. 사실 이 병원을 골랐던 이유가 입원하고 나면 ‘식사가 진짜 잘 나온다’고 평판이 자자해서 였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싶습니다. 실제 이 인근에서는 대개 이 병원에서 낳는 분위기기도 하고요.

이제 24주째이니 10월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긴 했습니다만 분만대까지 보고 나니 왠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 병원에서 30주 이후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요가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때 되면 거기에나 참가해볼까 싶습니다.

ps. 제가 다니는 병원은 자연분만으로 5일 입원(일본은 자연분만도 최소 닷새 입원이더군요)하면 40~45만엔 정도 든다고 하네요. 그리고 국가에서 출산보조금으로 35만엔이 나옵니다(이건 꼭 일본에서 낳지 않아도 여기서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으면 무조건 지불).
현재로서는 가을이가 예정일에만 맞춰 나와주면 병원에서 지낸 후 대나무숲이 일주일 휴가를 내어 함께 어떻게든 지내다가 그 뒤에 엄마가 들어와주시는(올해 막내가 수험생이라..;) 스케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조산사분도 말씀하셨지만 출산일이라는 건 정말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뱃속의 가을이 마음인지라 ‘잘 좀 봐다오~’ 라고 구슬러보고 싶은 심정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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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lazydog

    오호 5일이나 병원에 있는 군요. 여긴 낳고 다음 다음날 오전에
    바로 퇴원인데. 조산사들을 소개해 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 미리
    알려주는 배려가 참 마음에 드는 군요. 그렇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뭐가 걱정이리요~ 힘내세요.

    1. 리츠코

      조산사를 소개해주는 게 좀 의외였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낯을 익혀두라고 굉장히 강조하더라구요.
      그 면담 전까지는 여기서 정말 낳아도 될까 좀 걱정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일단 시스템 면에서는 그렇게 무리는 아니겠다 싶어서 오히려 한시름 놓았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