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짐 정리도 대충 끝나고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집에 손님도 불러 식사도 하면서 슬슬 집들이 시즌으로 돌입했습니다.
정리가 대충 끝난 김에 집 이야기나 슬쩍.
저같은 경우는 태어나서 결혼 전까지 이사를 다녀본 횟수가 한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데다가 그 마지막 이사도 초등학고 5학년때였으니 한 20년 되어 가네요(막내 동생은 지금 집에서 태어나서 이사라고는 한번도 안해봤군요…;).
지금의 친정집은 분양을 받았던지라 들어올 때 완전히 새 집이었고, 일본 같은 경우는 집 정리가 다 끝나고 완전히 빈 상태에서만 사람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집을 보러 갔을 때는 이미 집이 깔끔하게 치워진 상태였더랬습니다.
특히나 일본은 계약금으로 내는 두달치 월세를 이사나갈 때 짐을 다 빼고 나면 집주인이나 관리인이 와서 집 상태를 체크한 후 지저분한 만큼 청소비를 제한 후 돌려주기 때문에 집을 험하게 썼다가는 받을 돈을 다 못받게 되니 살면서도 이래저래 조심스럽게 되더군요.(그 중에서 제일 돈이 많이 깎이는 건 역시 벽에 못을 박거나 하는 경우라네요)
주변에서 그 돈은 못받는 셈을 쳐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우리도 나올 때 크게 기대를 안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는 잘 받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만…
….여하튼. 그러다보니 특별히 험하게 쓴 집이라고 해봤자 애가 있어서 벽에 낙서가 좀 있다거나 일본식 벽장의 얄팍한 문짝이 애들 장난감 칼에 푹 찍혔다거나 그런 건 좀 보긴 했는데 이번에 살 집을 구하고 도배하기 전에 잠깐 들렀더니 정말 집이… 집이…
전에 살던 사람이 심하게 막쓰고 나갔더군요.
멀쩡한 스위치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 덜거덕 거리고 마루의 전등은 대체 어째서 전등갓이 두개나 깨져있는지… 게다가 그 중 하나는 전구마저 완전 없는 상태.
중간방의 문고리는 사라졌고 그 문짝에 뭔가 아주 험한 자국이 남은 걸로 봐서는 억지로 뭔가를 끼워서 문을 열려고 한 흔적 같은 것도 있더군요.
베란다와 서재방의 버티컬은 완전히 폐가 물건 같이 낡아있어서 결국 다 빼내고 새로 달았는 데다가 안방에는 벽에 대못이 어림잡아 열개는 박혀 있더군요(이거 일본 같으면 얼마나 깎이는 걸까..;).
가스렌지 위의 환풍기는 완전히 고장이 났고 싱크대의 수도꼭지는 아예 다 풀려서 물이 나오지도 않고(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설거지를 안 하고 산 건가..;) 집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화재, 방범 경보기도 고장이 난 상태였지요.
마루쪽 화장실에서는 계속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기에 원인을 알아보니 배수구쪽에 아랫집과 우리집 사이의 냄새를 막아주는 부분이 다 풀려 있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안방 화장실의 변기가 막혀서 사람을 불렀더니 아예 새로 교체를 해야 한다기에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고장난 변기를 부숴보니 그 안에서 칫솔이 나왔습니다.(…)
일단 도배라도 마치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고도 뭔가 좀 때깔이 안난달까, 미흡하더군요. 그래서 이사짐 도착하기까지 꽤 여유가 많았던지라 요즘 많이들 이용한다는 청소 용역을 불러 하루 집을 맡겼는데…
돈은 확실히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만 그 분들이 한번 왔다가고 나니 정말 기적적으로 완전히 새 집이 되더군요. 보통 집 같았으면 감동이 덜했을텐데 이전 상태가 워낙 참담했다보니 기쁨 두 배, 감동 두 배였습니다. ㅠ.ㅠ
지금까지 한번도 일본의 집 관련 시스템이 더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계약금에서 청소비 깎는 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야박하게 마구 깎으면야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게 있으면 적어도 살면서 좀더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Responses
그래도 전셋집은 보증금에서 떼어낼 수라도 있지만 나처럼 집주인이 험하게 쓴 경우는 정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 전에도 말했지만 지금 사는 집 짐 들여오면서 보니 사방팔방 박혀 있던 못이 정말 수십 개 ㅡ,.ㅡ 안방 형광등 스위치 밑에 박아놓은 못은 정말 뭐에 쓰던 거였는지 궁금할 뿐…
생각해보니 집주인이 험하게 쓴 경우는 정말 별로 대책이 없네요.
언니 말 듣고 우리집도 좀더 살펴보니 다용도실에 대못이 몇개 더 있고 현관 쪽 스위치 아래에도 못자국이 있더군요. -_-;
저도 학교 다니면서 이리저리 자취를 꽤 오래 해봤습니다만 남의 집이라고 정말로 험하게 쓰는 사람들 많았습니다.
특히 방 안에서 너구릴 잡았는지 들어가 보면 벽지가 담배진으로 누렇게 쩔었을 정도인 경우도 있었죠. =_=
그런 걸 보면 집 주인들이 나중에 계약 끝날때 수리비 명목으로 보증금에서 일부 떼어내는게 납득이 가더군요.
이번 집 보면서 너무 심한 경우는 좀 떼어도 되지 않나 싶더군요.
들리는 말로는 전에 살던 사람은 요즘 계약했던 부동산을 슬슬 피해다닌다는 말도 들릴 정도입니다. -_-; 그럴 거면 좀 깨끗하게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