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랜만에 잡담이나…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사짐도 도착 안 해 신을 게 마땅치 않아 싼맛에 동생이 주문하는 옆에서 끼워 주문해서 신었던 만 얼마짜리 구두가 슬슬 한계인 듯해서 은마상가에 나갔었더랬습니다.
작년 여름에 혜린이 가져서 들어왔을 때 거기 가서 샀던 샌들들이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서 올해까지도 신었던지라 이번에도 그때 갔던 가게로 갔는데 이번에도 꽤 괜찮게 건져 돌아왔네요.
원래 목적은 오른쪽 신발과 같은 걸 사는 것이었는데 가게 앞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왼쪽 신발이 눈에 들어와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사버렸습니다. 집근처 다닐 때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갈 일이 잦은데 매번 그 밑에 구두 신기도 웃기고 애 안고 운동화 신기도 귀찮아서 좀 그랬건만 요건 나름 그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아이디어 아니겠어요. ( ”) 슬리퍼 치고는(?) 가격이 약간 있었지만 운동화치고는 싼 편이다 싶더군요.
오른쪽 신발은 색깔도 특이하고 디자인도 꼭 발레화처럼 예쁘장한데다 발폭도 좁고 사이즈도 작은(사이즈 225… 어떤 신발은 신으면 꼭 전족한 것 같음) 제 발을 잘 커버해주더라구요.
애초에 제 쇼핑 패턴이 여러군데 보는 걸 잘 못하고 딱 봐서 ‘이거다’ 싶으면 그거 사서 그냥 나오는 식이긴 합니다만… 이것도 역시 신어보고 그 자리에서 ‘이거다’ 하고 사버렸습니다.

나갈 일이 적어서 왠만하면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게 되는데 구두 같은 건 제 발 사이즈에 맞는 물건이 잘 없기도 하고 막상 신어보면 크거나 질감이 별로거나 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지라 갑갑한데 가끔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다니면서 직접 신어보고 사는 게 안심도 되고 좋긴 하네요.

참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고밖에는…

제가 선물받기를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화분입니다.(…)

자칭 화분계의 사신이라고 할 만큼 손에 들어오는 화분이나 꽃나무는 족족 말라죽이는데, 꼬박꼬박 물 주는 걸 잘 못해서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애들이 시들시들 하더라구요…( ”) 가장 심했던 경우는 아마 선인장을 말라죽였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사왔을 때 친구가 ‘이건 정말 키우기 쉬워요’ 라면서 산세베리아를 선물로 줬더랬습니다.
공기를 맑게 해주고…(이하생략) 라며 일부러 혜린이를 생각해서 가져온 거라 마음이 너무 고마워 감사히 받았는데 받으면서 ‘으헉, 이건 또 얼마나 가려나…’ 걱정이 되었지요.

한달에 한번쯤 줘도 산다더라, 라는 친정엄마의 말에 정말 한달에 한번쯤(가끔 두달에 한번도 준 것 같음) 어쩌다 생각나면 물을 주고 있는데, 오오- 이건 놀랍게도 정말 선인장보다 생명력이 질긴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이번에도 한 두어달만에 생각나서 물을 준 김에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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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responses

  1. 로리엔

    사무실 산세베리아 결국 사망했을 때 치웠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무서웠었어. 외계생명체같기도 하더라는..

    1. 리츠코

      집에 있는 산세베리아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어요. ㅠ.ㅠ

  2. so539

    전 선인장을 두번이나…ㅡㅜ 요즘 집이 건조해서 애기땜시 숯을 사서 숯에 매~일 물을 주고 있어요. 남편왈 애기에 관해서만 부지런해지고 나머진 점점 게을러진다고 하더라구요. 저나 남편 밥먹는건..걍 라면을 먹더라도 아기 이유식은 꼭 만들어서~ ㅋㅋ

    1. 리츠코

      의외로 선인장 죽인 동지가 많아서 마음 놓았어. -_-;

      나는 혜린이 관련으로도 별로 부지런한 것 같지가 않다. -_-; 궁극으로 게으른건가..;
      혜린이는 돌 지나니 먹을 수 있는 게 좀 늘어나서 예전보다는 좀 편해졌는데 그래도 매끼 은근히 뭘 먹일지 신경쓰이네 그랴. =_=;

  3. Tom

    산세베리아 조심하게나.
    그거 꽃이 피는데….
    알러지 있는 아이들한테는 좋지 않아.
    아니, 알러지가 없는 아이들한테도 그닥 권하고 싶지는 않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분갈이 안해주면….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될 것이네.

    1. 리츠코

      과연 우리집 산세베리아가 꽃까지 피울까요…-_-; 남들 이야기 들어보니 굉장히 빨리 크게 자라는 건가본데 우리집 산세베리아는 올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음..;

  4. 미사

    여기 이사 왔을 때 시부모님이 진액 떨어지는 이상한 큰 화분(신품종 벤자민이라고 속아서 사심 -_-)과 산세베리아를 주셨는데 큰 화분은 얼마 전 사망… 진액 때문에 하도 짜증 나서 틈만 나면 노루님한테 <저거 산에 갖다 묻어버려!>;;; 시켰더니 알아듣고 고사했나벼;;;
    산세베리아는 지금은 너무 커져서 화분 길이가 50cm인데 산세베리아는 1m 정도 된 걸 보니 역시 생명력이 질긴가봐.

    1. 리츠코

      신품종 벤자민.. ^^;
      버림받기 전에 자결하다니 자존심이 강한 화분이었네요…;

      산세베리아가 잘 크긴 하나봐요. 근데 저희집 산세베리아는 크기는 계속 저대로인데 역시 물이 부족한 걸까요…;

  5. 그러니까 산세베리아 마저 잡으시면 킹 오브 사신의 지위를 획득하시게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리츠코님 화이팅~. (후다닥)

    1. 리츠코

      시끄러워욧!

  6. 산세베리아는 물 자주 주면 오히려 쉬이 죽는다고 하더군요. 제게 있어서는 난과 더불어 사무실에서 관리하기 꽤 쉬운 식물 중 하나로군요.

    1. 리츠코

      난…이라고 하니 고등학교 때 담임이 죽이지 말고 키워보라고 해서 환경미화 후 남은 난에 열심히 물을 줬더니 난이 무슨 파뿌리처럼 거대하게 성장했던 기억이 나네요…-_-; 아마 제가 그나마 잘 키웠던 건 그게 유일무이한 듯.

  7. 안죽은게 신기하네요 -_-;
    … 질긴 놈(…)

    1. 리츠코

      이제 평일에도 등장하는 군바리 디노님(…)

  8. jjaya

    선인장이야 나도 몇 개나…(선인장은 의외로 쉽게 죽는 식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음 ㅎㅎ)
    근데 왠지 저 산세베리아가 카메라 쪽을 노려보고 잇는 듯한 포쓰가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요…( ”)

    1. 리츠코

      역시! 선인장이 너무 쉽게 잘 죽는 거였어요!

      훗, 지가 노려본다 한들…(‘-`)

  9. 지구

    선인장 의외로 쉽게 죽는 거 같아요. 저도 옛날에 선인장 꽤나 죽였죠…

    요즘은 베란다에 벌새용 꿀물단지를 달아놓고 있는데 꿀물 갈아줘야지 갈아줘야지 하면서 벌써 한달이 넘었다는… 가끔 날아오는 벌새가 혹 상한 거 먹고 어찌될까 마음(만?) 졸이고 있지요. –;

    1. 리츠코

      선인장을 죽인 동지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 반가울 따름입니다..;

      집 근처에 벌새도 날아다니나요? ^^ 근데 꿀은 별로 상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새도 냄새 맡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먹겠죠, 뭐…( ”)

  10. 두달에 한번 물줘도 사는 생명력.. 놀랍네요… ;;
    저도 선인장 숱하게 죽여봐서.. .;;

    1. 리츠코

      선인장보다 산세베리아 목숨이 질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