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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르단디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실은 이사하고 나서 가장 감명깊었던 집들이 선물은 바로 이 등신대 베르단디 판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것이 이 홈에도 찾아주시는 j모 선배님이 주신 선물인데 본인이 이사하시면서 데려갈 수가 없는데 이 판넬에 들인 공-판넬을 해서 집으로 가져오실 때는 무려 차 위에 실고 오셨다고…-이 아쉬워 차마 버릴 수가 없다고 직접 용달비까지 들여 집으로 보내주셨더랬지요.( ”)

사이즈를 미리 듣긴 했지만 실물로 보니 이렇게 클 줄도 몰랐던지라 어디에 둘까 잠시 고민하다가 서재방의 문옆 빈 벽에 세워뒀었는데 뭐 그럭저럭 그림이 예쁘기도 하고 손님들 눈에 크게 잘 띄는 곳도 아니라(?) 그간 별 문제가 없었지요. 게다가 어차피 이 집 주인 둘의 취향이야 알 사람 다 아는데 이 집에 저런 물건이 있다고 신기해 하기나 하겠어요.( ”)

이게 지난 5월 말의 일이니 한 반년쯤 잘 가지고 있었던 셈인데 요즘들어 혜린이가 부쩍 집안의 오만가지 물건들을 쑤석거리고 다니기 시작해서 저걸 한번 앞으로 휙 넘겨서 그 앞에 있던 책상 의자에 가장자리가 쿡 찍히는 바람에 포스터가 좀 찢어지는 일이 있었지요.
위치상 판넬 앞쪽에 항상 의자가 있어서 다칠 일은 별로 없긴 한데 그래도 집에 애가 있다보니 ‘이건 좀 위험하지’ 싶어 고민 중이었는데 간밤에 한번 더 앞으로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 베란다 쪽으로 위치를 옮겨보려고 하니 폭이 워낙 넓어서 우리집 베란다 벽면에 잘 세워지지도 않더군요..;
결국 보내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처분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저것을 어떻게 하면 덜 쪽팔리게 들고 나갈 것인가’를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문득 ‘가장자리를 칼로 오려내서 포스터는 건지고 판넬만 버리는’ 묘안이 떠오르더군요.(이 와중에도 포스터는 건져보고 싶은 욕심에..;)
아침에 일어나서 대나무숲에게 이 묘안을 이야기하니 귀찮은지 ‘그냥 잠시 쪽팔림을 무릅쓰겠다’고 하더니만 오후 들어 막내 동생과 함께 내다 버릴 때가 되자 두 사람 모두 잠시 서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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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는데 훌러덩 반쯤 벗은 베르단디를 두 남자가 들고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쓰레기 버리는 곳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잠시 쪽팔림’의 문제가 아니겠나보더군요.
결국은 칼로 슥슥 가장자리를 오려내고 포스터는 다시 잘 보관(…)해둔 후 가벼운 마음으로 빈 판넬만 갖다 버렸습니다.

판넬이 버려진 위치를 집에서 내려다보니 포스터가 붙은 채로 버렸더라면 오늘 어느 게시판에 ‘우리 아파트에 어느 오덕이 베르단디를 졸업했나봐염’ 이라고 올라올 법했겠더군요.
다시 한번 선물을 주신 선배께는 끝까지 베르단디를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과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포스터만큼은 건졌다는 변명을 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는 이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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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저런 거 떨어지지 않게 벽에 거는(이라기 보다는 ‘붙이는’ 것에 가깝지만) 방법이 있긴 한데…. 패널은 좀 아깝구랴. 그나저나 집에 패널로 만들겠다고 구해 놓은 사진과 포스터가 석점인데, 몇 년째 굴리고 있는 거냥.. -_-;;

    * 개인적으로는 벨던디보다는 울드의 다이나마이트 바디를 사랑하네. (의미불명)

    1. 리츠코

      음, 원래 벽에 못 박거나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세워뒀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있더라구요. -_-;

      판넬이라는 게 의외로 벽에 어울리게 걸기 좀 힘들더라구요. 사진이나 포스터라면 집 전체 분위기랑 어울리게 거는 게 한층 까다로울 듯.

      저도 개인적으로는 베르단디보다는 울드 취향임.

  2. 거 참 누가 준 건지 매우 후”덕”한 선물이었구료 어흠 어흠

    1. 이 덧글로 어느분이 주셨는지 알아냈습니다.
      덕이 높으신 분이실듯.

    2. 리츠코

      음, 후’덕’한 선물이라 결국 알맹이는 잘 빼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_-;

  3. 저거 저도 갖고 있었지요.
    포스터는 결국 보관한거군요.

    네, 신벌을 받습니다. 저런 포스터 버리면(덕스런 발언)

    1. 리츠코

      이거 이 계열 분들의 무슨 필수 애장품쯤 되는 거였나요..;

      베르단디한테 벌 받을까봐 못 버리겠더군요…( ”)

  4. 하하하, 저희 집에도 저 포스터가 있어서 그 당혹감을 잘 알 수 있겠네요. 진짜 크긴 크죠. (……어?)
    어흠, 아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1. 리츠코

      역시 스트님도 가지고 계셨군요!

      제가 수고한 거야 있나요. 옆사람이랑 막내 동생이 수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