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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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양이 고등학교 가면 당분간 여행도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올 겨울방학에 수학, 영어 고등학교 과정 미리 들어가면서 멘탈이 탈탈 털리고 있는 게 보여서 3년만에 비행기 타고 따뜻한 남쪽으로.

오키나와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찾아보니 9년만이더란;;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를 뽑아갔는데 린양 출생지에 일본이라고 적혀있는 것 오늘 처음 봤네;;

우리집 여행 일정은 느긋함이 모토.
숙소나 일정은 옆사람이 맡고 짐은 내가 싼다.

짐 나올 때 잘 보이라고 일부러 쨍한 보라색을 샀는데 보라색에는 연두색이 어울리지! 라며 네임택을 달고 보니 ‘에바 초호기 에디션‘ 이네. -_-;

3년만에 공항에 와서 돌아다니며 새삼 우리나라 인천 공항은 정말 잘 돼 있긴 하다, 했는데, 나처럼 오랜만에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자기들끼리 ‘우리나라 공항이 진짜 잘 만들어놓긴 했어’ 라면서 지나가는 걸 들었다.;;

오키나와는 이 시기에 18도~22도 사이의 늦봄 날씨라 적당히 따뜻해서 우리 식구는 좋아하는데 일본 여행지 치고는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차를 렌트해야만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 확실히 인기는 가장 낮은 편. 오늘도 공항에서 삿포로 행 비행기 줄은 끝이 안 보였으나 오키나와 비행기 줄은 여유있었다.

이제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도 피곤하고 어차피 오키나와에서 관광으로 보고 싶은 건 별로 없어서 첫날은 점심 즈음 비행기로 이동해서 차 렌트해서 이온몰에서 저녁 도시락이랑 주전부리 잔뜩 사서 숙소에 도착하면 끝.

출발 전날까지는 분명 비올 예정 없다고 떴는데 도착하고 확인하니 내일이나 모레 중 하루는 비가 올 듯. 이렇게 변덕인 날씨도 인기가 낮은 이유 중 하나일겨.

나는 요즘 공황 때문에 차나 비행기나 교통편으로 이동해야할 때 보통 공복으로 다녀서 저녁에 숙소에 와서 먹은 도시락이 거의 첫 끼라 쇼핑해온 것들 이것저것 정신없이 집어먹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오네;

이번에 옆사람이 고른 숙소는 콘도형 리조트인데 마지막에 갔던 리조트보다 화려한 맛은 덜하지만 지내기는 시설이 훨씬 잘 갖춰져 있어서(전자레인지부터 인덕션 등등) 대만족.(이런 데는 귀신같이 잘 찾음)

초콜릿, 계란샌드, 곤약젤리, 온갖 주전부리 쌓아두고 티비를 틀었더니 ‘한국과 대만 길거리 음식 배틀’을 하고 있다.(왜 니네 마음대로 정해요…)

카킷피 집어 먹으며 포스팅 하고 있으니 여기가 극락이로세.

여전히 이 땅에서는 누구나 나에게 당연한 듯 일본어로 말을 건다. 😑 마스크 써도 한국인으로는 안 보이는겨?

6 responses

  1. Tom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글이로구나.
    즐거운 시간 보내고 무사히 돌아오길~.

    1. Ritz

      오랜만에 나오니 기분이 확 풀어지긴 하네요. 날씨가 좋기를 빌어주시압. ㅜ.ㅜ

  2. Jieun Min

    오키나와 운전할만 하지? 나도 가고프다~~

    1. Ritz

      운전은 신랑이 하지….( ”) 여기 우리나라랑 운전대 반대라서 그거만 익숙해지면 할만하대. 차 렌트하면 오히려 애랑 다니기 부담없는 곳이지.

  3. 디멘티토

    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일본에 전시회 투어를 다니면서부터 짧은 기간에 하나라도 더 봐야한다는 결심에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서 다니게 되더라고요. 대체로 주말껴서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거든요. 바쁜 일정에는 헤매는 시간까지 촘촘하게 계산되어 있죠. 하지만 이건 혼자 여행이라 가능한 것이고 가족여행이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게다가 오키나와라면요.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밝은 햇빛과 맑은 바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죠. 슬램덩크 떠올리며 다니시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모처럼 얻은 여유로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1. Ritz

      아이 없을 때 결혼1주년 기념으로 교토에 갔을 때는 진짜 빡시게 걸었거든요. 근데 그 뒤로 애랑 같이 다니자니 무리하게 움직여봤자 좋은 기억보다는 피곤만 남는다는 걸 깨우쳐서 어딜 가든 ‘이번에 못 보면 언젠가 또 오면 되지’ 하고 다녀요. ^^;

      오키나와는 날씨만 잘 만나야 하는데 비나 태풍이 참 자주 오는 곳이라… ^^;; 안그래도 이번 여행에도 또 비가 올 것 같긴 한데 바다 색도 너무 예쁘고 길거리 풍경도 그야말로 레트로해서 저는 여기 너무 좋아해요.
      차 타고 숙소 들어오는 길에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딸내미는 이런 데서 키우고 싶었어’ 라고 했는데(저는 다음 생이 있다면 오키나와에서 태어나보고 싶어요) 신랑이 듣더니 그 다음 커리어는 어케 되는 거냐며, 귀국하면 농어촌 전형으로 대학 가냐고 하더라고요. ( ”)

      안그래도 이번에 신랑한테 ‘슬램덩크 성지 순례…’라고 슬쩍 말을 꺼내봤으나 영화 안 본 딸내미한테는 고역일 거라고 해서 포기하고 어디쯤인지 찾아만 봤는데 제가 있는 곳에서 끝에서 끝이네요. ㅋㅋㅋ 그냥 송태섭이 이 동네 애였지, 생각하는 걸로 만족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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