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방에서 며칠 연이어 뒤숭숭한 사건들이 들려왔다.
주말에는 근처 고등학교 1학년 아이가 밤새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집에 가는 길에 무단횡단을 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이었고,
강남역에서는 10대 소녀가 SNS 라이브 방송을 켜둔 채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어제는 린양이 졸업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다른 반의 여학생의 목을 찌르고 자신은 인근 아파트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첫번째 소식에서는 고1에 벌써 밤샘을 하고 집에 가는 아이가 있다는 게 안쓰럽고
두번째 소식에서는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타인의 이목을 바라는 마음이 안타깝고
세번째 소식에서는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리고 무언가 자신이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을 때 수습하기보다는 그대로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데에 아연실색했다.
모두 딸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이라 소식들을 접한 것만으로도 뭐라 말할 수 없이 착찹하고 우울해져서 오늘 상담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상담 선생님이
중세 즈음까지는 종교가 그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었으나(사람을 죽이면 천국에 갈 수 없다 같은) ‘모두가 종교를 믿는’ 시대를 벗어나면서 저 질문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은 채 그저 계속 달리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집에 와서도 저 말에 대한 답은 무엇일지, 계속 머리에 들러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이에게도 저런 본연의 문제를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좀 깊고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은데 학원과 숙제와 수행평가와 눈앞의 시험에 끌려다니는 현실이 안타깝고 고민만 많아진다.
정말 나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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