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손톱에 팁을 붙이다가 문득 언제부터인가 열 손가락을 전부 덮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이상하게도 열 손가락에 전부 네일을 칠하거나 붙이면 소화가 잘 안 돼서 보통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빼고 칠하거나 붙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섯 손가락을 모두 덮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떨어진 팁을 새로 붙이려고 보니 가려져서 안 보였던 적당히 긴 길이의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갑갑해서 바짝바짝 깎아내기 바빴는데얼마전부터 길어진 손톱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바디로션이나 크림류를 바르면 미끈거리는 느낌이 갑갑해서 아무리 건조해도 그냥 살았는데 요즘은 바디로션으로도 푸석함을 커버할 수 없어 난생 처음 바디오일을 써보고 있는 중. 처음에는 좀 미끈거리는 느낌이 별로더니 좀 지나고는 발랐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 속에서 기를 쓰고 ‘둥근 척'(하지만 결국은 다 드러나지) 앉아있으며 결국에는 ‘** 엄마 참 성격이 좋아’ 소리까지도 들어봤지만(이 날은 왠지 일기라도 써야 할 것 같더라) 실제의 나는 어릴 때 내복 양 팔이 똑같은 길이로 내려와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내복이 팔뚝 쪽으로 끌려 올라가도 견디기 힘들고 옷 밖으로 내복이 보이면 족족 옷 안으로 밀어넣어야 속이 풀리는 예민한 아이였더랬다.
그래서 나이 때문인지 1년이 넘어가는 상담 덕인지 공황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조금은 둔감해진 내가 반갑다. 앞으로도 조금 더 둥글하고 덜 예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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