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낮에 손톱에 팁을 붙이다가 문득 언제부터인가 열 손가락을 전부 덮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이상하게도 열 손가락에 전부 네일을 칠하거나 붙이면 소화가 잘 안 돼서 보통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빼고 칠하거나 붙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섯 손가락을 모두 덮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떨어진 팁을 새로 붙이려고 보니 가려져서 안 보였던 적당히 긴 길이의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갑갑해서 바짝바짝 깎아내기 바빴는데얼마전부터 길어진 손톱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바디로션이나 크림류를 바르면 미끈거리는 느낌이 갑갑해서 아무리 건조해도 그냥 살았는데 요즘은 바디로션으로도 푸석함을 커버할 수 없어 난생 처음 바디오일을 써보고 있는 중. 처음에는 좀 미끈거리는 느낌이 별로더니 좀 지나고는 발랐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 속에서 기를 쓰고 ‘둥근 척'(하지만 결국은 다 드러나지) 앉아있으며 결국에는 ‘** 엄마 참 성격이 좋아’ 소리까지도 들어봤지만(이 날은 왠지 일기라도 써야 할 것 같더라) 실제의 나는 어릴 때 내복 양 팔이 똑같은 길이로 내려와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내복이 팔뚝 쪽으로 끌려 올라가도 견디기 힘들고 옷 밖으로 내복이 보이면 족족 옷 안으로 밀어넣어야 속이 풀리는 예민한 아이였더랬다.

그래서 나이 때문인지 1년이 넘어가는 상담 덕인지 공황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조금은 둔감해진 내가 반갑다. 앞으로도 조금 더 둥글하고 덜 예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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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디멘티토

    전 어떤 부분은 예전에 비해 덜 신경 쓰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예전보다 더 예민하게 구는 등 차이가 있네요. 말씀대로 나이를 먹으면 모난데 없이 둥글어진다는데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어떤 면에서 사람 본성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겠죠.
    전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답답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거슬릴 때마다 짧게 깎아 버릇했고 매니큐어같은건 바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예쁘게 꾸미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제 천성을 알기에 스르르 포기하게 되네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둥글둥글한게 편하겠죠.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ㅎㅎ

    1. Ritz

      보통 나이들수록 안 좋은 면은 더 강해진다고들 해서 예민한 것도 더 심해지지 않나 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몇몇 가지에서는 좀 무뎌진 것 같아서 신기해서 글로 남겨봤어요. 아마 가장 큰 요인은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아닐까 싶네요. : )

      모난 사람도 세상에 필요하지만 저 자신이 편하고 싶어서 좀 둥글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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