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Tag: 한국소설

  • 내가 아는 불사인 중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걸리버 여행기’였다. 거기에는 늙어가는 불사인에 대해 나오는데 ‘불로’가 빠진 영원한 삶이란 얼마나 무서웠던지 고등학교 때 그 책을 읽은 후로는 내심 그런 소원을 빌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불로’라는 말을 절대 빼먹지 말자는 다짐을 했었다.(물론 지금의 나는 누군가가 그런 제안을 한다 해도 거절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올드 가드’에 나왔던 통증을…

  • 크게 보자면 하나의 테마로 묶인 단편집. 세상의 부조리함은 세월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그래서 중간의 ‘할망의 귀환’이나 ‘창백한 눈송이들’ 같은 작품에서 어떤 ‘초자연적인 힘’으로라도 일상의 악(惡)을 응징하는 이야기는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멋지게 악이 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소설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에 적힌대로 조심스러웠을 소재를 에두르지 않고 명료하게 이야기로…

  • 이 작가 작품을 좋아하는 딸내미가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나는 이 작가 작품은 천 개의 파랑 이후로는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어땠냐고 물었더니 책에서 두 에피소드만 골라주길래 짧게 독서. 왜 남에게 상처 주려고 그런 말을 해?엄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일으키고는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헝클어진 내 머리카락을…

  • aquakid님 블로그를 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주문한 책. 혜린이는 ‘천 개의 파랑’보다 이 작품의 감정선이 더 와닿았다고 했고, 나는 그 작품보다는 좀 아쉬운데 후반부의 완다와 릴리의 엔딩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이 작품에서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한국이라는 배경에 (비교적) 어색하지 않게 녹여서 이번에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을 그려낸다. 소재는 뱀파이어였지만 어쩌면 그저 ‘서로 다름’에 대한 이야기였고, 상대방이 나와 다를 때…

  •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을 너무 많이 들었을 뿐,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었다. 아마도 여기저기에서 내용은 이미 조각조각 주워 들었고, 그래서 읽은 양 기억했던 모양. 사람의 기억이란 이렇게 믿을 수가 없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총탄이나 경찰 곤봉이나 주먹만이 폭력은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는 나라는…

  • 뭘 읽을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린양이 추천한 작품. 재작년인가, 제목이 엄청 자주 보이길래 린양 읽으라고 사놨었는데 린양도 차일피일하다가 바로 얼마 전에야 손에 잡았고 재미있었다며 이 작가 신간인 ‘나인’도 사달라고 해서 마저 사줬었다. 생각해보니 SF 장르는 원래 그다지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옆집의 영희씨’도 그랬고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은. 너무나 좋았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