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aquakid님 블로그를 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주문한 책.

혜린이는 ‘천 개의 파랑’보다 이 작품의 감정선이 더 와닿았다고 했고, 나는 그 작품보다는 좀 아쉬운데 후반부의 완다와 릴리의 엔딩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이 작품에서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한국이라는 배경에 (비교적) 어색하지 않게 녹여서 이번에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을 그려낸다. 소재는 뱀파이어였지만 어쩌면 그저 ‘서로 다름’에 대한 이야기였고, 상대방이 나와 다를 때 나의 세계에 억지로 끌고오려고 하기보다는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며 관계를 맺어가자, 그리고 외로운 자들을 홀로 두지 말자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필력만큼은 여전해서 이번에도 숨을 쉬듯 문장을 읽어 내려가다보니 어느새 책장의 끝.

제각각 지독하게 외로운 수연, 완다, 난주.
오롯이 여자들의 이야기라 좋았고, 작품 전체를 장악한 고독을 ‘외로움의 맛을 구분하는’ 뱀파이어와 연결한 아이디어가 독특했다.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맺은 조약이라든지 작품에 들어간 설정들도 왠지 한번만 쓰기에는 아까워서 같은 배경의 다른 작품이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다고 상처가 치유되는, 그런 상대성은 없다

p137

한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 바닥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모두가 각자 외로움을 깔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으로 치유할 수는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면서 나 하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뿐이지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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