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집에 한참 린양이 센터수업을 들을 때 다른 엄마들 붐에 휩쓸려 질렀던 나름 고가의(지금같으면 아마 고민 좀 하다 안 샀을지도?) 영어교구 세트가 있습니다. –
나중에 홈스쿨 신청하면 제대로 활용하겠지 생각했는데 먼저 신청했던 다른 엄마 말이 수업 퀄리티가 선생에 따라 너무 복불복…이라길래 갑자기 급 귀찮아져서 가끔 린양이 놀이삼아 가끔 꺼내보는 정도로 방치중이었지요.
문제는 이런 전집의 단점이 방치하면 비싼 거라 본전 생각이 나서 마음 한구석의 짐이라는 거죠. –;(그래서 전집류 별로 안 좋아함)

아무튼 내 성격이 너무 급하고 다혈질이라 어지간하면 애한테 뭐 가르치는 건 안 하겠다는 쪽인데 지난주에 린양이 아파서 며칠 등원을 안 하면서 너무 심심해 주리를 틀어서 재미 삼아 좀 꺼내서 정리해봤더니 플래쉬카드랑 단어 게임하는 교구들도 퀄리티가 괜찮았네요. 유명한 데에는 나름 다 이유가 있긴 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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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제일 기본 원칙은 ‘하기 싫은 티를 내면 바로 그만둔다‘였어요. 사실 아직 영어에 그렇게 신경을 쓸 예정도 없었던지라 괜히 흥미만 잃으면 손해이니…
분량은, 한권만 하려고 했더니 너무 짧은지 더하자고 하길래 첫날은 세권 해보고 그 다음날부터는 두권씩.

별로 특별할 거 없이 둘이 앉아서 책에 해당하는 단어카드 한번씩 펜으로 찍어보며 뭔 단어들이 나오나 들어보고
그다음은 책 보면서 무슨 문장이 나오나 들으면서 뜻도 알려주고
마지막으로 문장 카드 보면서 아직 못 읽지만 대충 이런 문장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려줘요.

책 두권이 끝나면 잠깐 이번에 배운 문장이랑 앞에 배웠던 문장 카드들 모두 꺼내서 단어카드랑 붙여보면서 복습삼아 한번 더 이야기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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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가 나갈수록 단어카드가 쌓이니까 문장카드 뒤에 앞에 나왔던 단어카드를 붙이면서 이야기해볼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린양이 자기가 알고 싶었던 단어들도 가끔 물어봐서 저 카드들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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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채울 수 있을까?

사실 하루이틀 지나면 하자는 말 안하겠지 생각했는데 많이 좋아하고 영어책 두권 봐야한다고 먼저 꼬박꼬박 챙기는 건 의외예요.
평소보다 칭찬을 받을 기회가 많으니 뭔가 하나라도 더 기억해서 칭찬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는 게 쫌 무섭습니다…; 하는 거 별거 없는데도 다 끝나면 린양 머리에 땀이 삐질삐질 나 있어요.(뭘 그렇게 정색하며 하냐고…-_-)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오늘 보니 어느새 30권중 15권까지 왔네요.(딱 일주일이네)
과연 끝까지 가게 될지 알수 없으나 개인적으로 기록 삼아 포스팅.

지금 계획은 30권까지 마치면 다시 1권으로 돌아와서 단어들을 조금 더 추가해서 같이 알파벳도 써보며 한바퀴 더 돌고 싶은데 그때까지 지금 정도의 흥미를 유지해줄지가 미지수네요. 사실 이게 맞는 방법인지도 알 수 없고요. ^^;
외국어라는 건 말이 되든 안되든 입밖으로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니 가능하면 자꾸 큰소리로 말하도록 꼬시고 있는데 린양 성격이 좀 내성적이라 엄마가 가르치니 좀더 편하게 큰소리를 내는 듯도 싶어요. 니가 지금 이걸 하는 건 영어를 쓰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니까 계속 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하나하나 설명해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네요.

더불어 일주일쯤 되니 내가 조심해야겠다 싶은 것들도 있어요..;
생각보다 애가 흥미를 보이니 자꾸 욕심을 내게 되요. 문장 하나 더 보여줄까, 이거 하나 더 보여줄까? 이런 식으로.
이런 건 엄마가 가르쳐서 생기는 단점 같습니다..;

사실 린양이 한두살 쯤 더 먹으면 같이 독서토론 같은 건 시간 정해놓고 해보고 싶었는데 그 전에 일종의 연습(?)으로 린양 성격이나 성향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점도 좋은 듯해요. ^^;
그리고 이렇게 다 마치고 났을 때 과연 결과(?)는 어떨지도 궁금하고요.
이 수업의 끝에는 무엇을 있을까요…

ps. 그러고보니 I like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카드는 온통 애들이 좋아하는 먹거리인 치즈, 초콜릿, 피자 등등. 린양한테 ‘자, 이렇게 붙이면 I like a cheese야’ 라고 하니 린양 왈,

‘나는 그거 안 좋아하는데…’
‘그럼 니가 좋아하는 건 뭔데. 😐 ‘
라고 물으니
‘밥.’

…………아, 네….-_-;

ps2. 린양이 물어보는 단어들…은 대략 정해져 있죠. Princess, Juwel 같은 류…( ”) 마름모꼴 그려진 카드에서 diamond 라고 발음이 나오니 눈이 번쩍~!

ps3. 근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난 영어 늠 싫음..ㅠ.ㅠ 차라리 일어를 가르치면 안될까..ㅠ.ㅠ(가르칠 정도 실력도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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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언니도, 린양도 대단대단 :))))))
    아우 이뻐라. 린양 보면 괜히 제 마음이 따땃.

    1. Ritz

      저는 맨날 귀찮아서 ‘내일 할까?’ 하는 게으른 엄마, 딸래미는 매일 하기로 한 거 안하면 하늘 무너지는 줄 아는 왕 모범생이죠. -_-;;
      글로 보면 따땃, 실제로 보면 말 안들어서 열이 후끈합니다.( ”)

  2. cocoryco

    이런건 정말 매일매일 하는게 힘든데 대단하세요~
    거기다 린양이 잘 따라와 준다니 금상첨화네요~^^*
    끝까지 잘 마치시길요~~:)

    1. Ritz

      가능하면 하고싶다고 할 때 시작하자는 쪽이긴 한데 의외로 집중력이 길게 가네요. 집에서 잠깐이라도 매일 하니 나쁘지 않은 거 같고요. 가능하면 끝까지 마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