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조로증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소재로 코믹한 내용을 전개하는 국산 영화 ‘오! 브라더스‘를 보고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로빈 윌리엄즈의 ‘잭‘인가 하는 영화도 이 조로증 이야기였군요.
감상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약간 샛길로 새서 이 영화들에서는 ‘조로증 환자‘인 로빈 윌리엄즈나 이범수가 그다지 보기에 ‘무섭진‘ 않습니다만, 저는 실제 이 조로증 환자를 예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먼저 보았더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그 진짜 조로증 환자가 ‘무서웠습니다‘. 이 무섭다는 게 혐오라거나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3살, 4살인 아이의 몸집에 얼굴은 70살, 이라는 상황은 정말로 본능적으로 두려웠습니다. 너무 딱하기도 하고 언밸런스한 모습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결코 영화에서처럼 이렇게 준수하게 순리대로 나이든 모습이 아닙니다. -_-;

아무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자살하자 주인공 상우(이정재)는 집을 나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위 불륜 현장을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찍사 일로 먹고살던 어느 날, 난데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의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급한 마음에 대신 빚을 져줄 아버지의 두번째 부인을 찾기 위해 어느 장애인 학교에 있다는 이복동생을 찾아나섭니다. 찾고 보니 이 이복동생 봉구(이범수)는 듣도보도 못한 조로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겉보기 등급은 거의 자신의 형님뻘. -_-;

이 분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건 배우가 이범수였기 때문이었을 듯

겉보기는 그래도 속은 완전히 12살 어린애 그 자체인지라 완전히 깡패도 이런 깡패가 따로 없습니다(결국 12살 어린애나 깡패나 대책 없기로는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일지도?).
그런 동생을 자신의 본업에 끌어들이면서 의외로 일은 술술 풀려나가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사건에 얽혀 주인공은 결국은 조금은 양심을 되찾는다라는 줄거리입니다만.

영화는 내내 정말 유쾌합니다.
이범수의 몸을 던진(?) 어린애 연기도 괜찮고 이정재 연기도 안정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관객들 반응도 좋았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소소한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시놉시스나 설정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데다가 마치 가위질 당한 영화처럼 편집이 뚝뚝 끊깁니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웃고 나면 그냥 영화가 맥없이 끝났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영화의 중심이 될 만한 큰 사건이 없고, 영화 안에서 큰 사건일 줄 알았던 상황은 매듭조차 짓지 않습니다. 즉, 후반부에서 뒷심이 많이 부족하더군요. 캐릭터나 설정, 소재 등이 꽤 괜찮았던지라 이야기 진행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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