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추운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집에 딱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친구가 알려준 화장품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고 보니 추천인 아이디 쓰는 란이 있길래 이왕이면… 싶어서 친구에게 아이디가 뭔지 묻는 문자를 보내놓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에서 문자가 들어왔다는 알람이 울리더군요. ‘앗, 답신인갑다’ 하고 문자함을 떡 열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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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번호는 전혀 등록도 안 된 모르는 번호. 아무리 번호를 유심히 봐도 전혀 저와는 무관한 것 같고… msn에서 대화를 하고 있던 대나무 숲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니 ‘정말로 정신이 희미했나 보군’이라고 한마디 하더군요.
잘못 온 문자다!에 100% 확신을 걸고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받고 그냥 있는 것도 나름 찜찜해서 정중하게 ‘죄송합니다만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문자 잘못 보내신 것 같습니다.’ 라고 답신을 했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에 과연 다시 문자가 오더군요.
이리하여 어느 30대 초반 남성(네이트 온에 전화 번호로 회원 검색이 되길래 혹시나 싶어 넣어보니 성이 이씨에 30대 초반이라는 정보가 떡 뜨더군요. 아아, 대한민국의 개인 정보란 대체…)의 용기 백배한 사랑 고백은 공중에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본인은 얼마나 무안할까요.;; 답신을 보내면서도 왠지 조금은 딱했음. -_-;;;)
웬만하면 사랑 고백은-그것도 문자로 하는- 희미한 정신이 아닌 빠릿한 상태에서 번호 확인은 꼭꼭 해가면서 합시다.=_=
Responses
고백이 아니라 그냥 자기 부인에게 애정표현으로 보내는 문자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저희 부모님은 저런 거 하시거든요(…)
뭐야 디노님이시군요. 어딜 그리 숨어다니시나..어허..
…….. 불쌍하네요. 정말 -_-;;;;
부족한 것이 과연 용기뿐일까…..
한켠으로는 측은하기도 하고….
핸드폰 버튼도 잘 안눌러져 죽겠구만 오타때문에 고백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슬프기 그지 없는데요 -_-
애피소드 자체는 예전 새벽에(2시쯤?) 저희집 집전화에 걸려와 아버지가 받으신 “아버님! 소영이를 사랑합니다! 저한테 주십시요!” 라는 전화 내용을 떠올리게 하네요 ~.~
어지간히 용기가 없었나보군요. 술로도 부족해서 문자까지…
30대 중반의 이씨성을 가진 남자가 한 둘이 아닐진데, 그런 정보를 남발하는 네이트 온이나, 그 나이씩이나 먹어서 유치한 짓거리를 하는 나이든 바보나.. 정말 세상살기 어려워지는구만. 이 새벽까지 퇴근도 못하고 일하는 나같은 사람도 쌔고 쌨는데 말이지.
그냥 잊어버리라고. 그래도 제정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죄송한 줄은 아니 다행이 아닌가.
-_-오타가 있으면 왠지 고백의 질이 떨어지는것같은 느낌을 받는것은 저뿐만은 아니겠죠;; 그 아저씨, 발신이 제대로 안되어서 다행이었을지도..
네이트온은 그런 것이었군;;
‘희미한 정신속에 남발하는 오타! 잘못 보내셨습니다!’
..라고 답신해주고 싶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