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최근에 개봉한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만 시간대가 영 안 맞아서 계속 차일피일 미루게 되네요. 안되면 비디오로라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영화 내용이 꽤 흥미롭다보니 실존 인물인 제임스 배리에 대해 뭐 없나 싶어서 쑤석거려봤습니다. 가장 요약이 잘 되어 있었던 것은 필름 2.0의 할리우드 실화열전이더군요. 기사는 재미있었습니다만 읽으면서 드는 묘한 기시감…

후대의 사가들은 배리가 성적으로 무능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후 메리는 다른 극작가와 불륜에 빠졌고 결국 그들은 이혼하고 말았다.

라든지

배리의 아동에 대한 집착은 과연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일부 연구자들은 어머니와 배리의 관계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또 르웰린 데이비스 형제들에 대한 배리의 집착은 성적 무능과 실패한 결혼 생활에서 비롯된 일종의 소아 성애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같은 부분에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몇 있더군요.

그 당시에야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이 없었으니 거기에 적용시키기도 뭣하고 애초에 이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성적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했을까 싶기도 해서 로리콘~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찌됐든 너무나 ‘순수한 것’을 좋아한 나머지 사생활에 문제가 많을 정도였던 것이 당시의 유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잠시 주절주절.

얄궂지만 요 그림은 에피와 바람이 난
밀레이가 그려준 것

러스킨
[Ruskin, John, 1819.2.8~1900.1.20]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러스킨은 6년이 다 되도록 부인이었던 에피와 아무런 육체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유가 또 어이없기가 그지 없는게 자신이 찬탄해 마지 않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과는 달리 체모가 있는 아내의 국부에 ‘실망하게 될까봐’ 그랬다고 하네요(소위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결혼 첫날 밤에 아내 몸의 음모를 보고 경악해서 도망을 갔다고도 함…;).
어찌됐든 겉으로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했던 것 같습니다만 부인인 에피는 점점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버립니다(이 무슨 아침 드라마 같은…).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로 이 러스킨만큼 밥맛없는 인간이 또 없는 게 사람들 앞에서나 부인에게나 ‘아이 갖는 것이 싫고 임신으로 아내의 건상을 해치는 게 싫다’고 했었다지요(임신하기 싫다고 아예 관계를 안 갖냐고오).
결국은?
에피는 러스킨의 친구인 화가 밀레이에게 모델을 서주면서 서서히 친해지게 되고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고민을 밀레이에게 상담하게 됩니다. 이 밀레이는 다행히 정상이었는지(-_-) 이 이야기를 듣고 엄청나게 쇼크를 먹었다고 하지요. 그리고는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그러던 중 결국 딸의 어이없는 결혼생활에 대해 알게 된 에피의 부모는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마침내 러스킨과 에피는 이혼하게 됩니다.
에피와 이혼한 러스킨은 왕 비굴하게도 전처와 친구의 결혼을 막기 위해 밀레이에게 ‘우정은 변치말자’고 매달렸다고 하지만 가차없이 무시하고 결국 에피는 밀레이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러스킨 보란듯이 4남 4녀를 두고 무려 40년 동안 해로했습니다.
당시 크리미아 전쟁이 막 터진 참이었다는데 전쟁 소식보다도 이 사건이 더 큰 스캔들이었다고 하네요.

볼 때마다 휴 그랜트 닮았음..;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
[Charles Lutwidge Dodgson 1832.1.27∼1898.1.1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롤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사람은 본업이 수학자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인 루이스 캐롤인 것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았다네요. 어린 소녀들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취미로 그들을 사진에 담는 데 열심이었다지요. 실제로 이 사람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굉장히 곱고 예쁩니다(찐한 애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누드 사진도 찍었다고는 하는데(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아저씨) 모두 본인들에게 돌려줘서 남은 건 없다고 합니다(남아 있다 해도 나름 무섭다).
앨리스 시리즈만 해도 린델 집안의 소녀들(이라기보다는 앨리스 한정이긴 하지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으니까요.
애초에 평생 연애했다는 기록이 없긴 합니다만 어른 여자들은 아예 연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고도 하네요. 교류가 있었던 몇몇 여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좋은 친구’였다고 합니다.
이 아저씨 무서운 점은 여자애들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남자애들에 대해서는 ‘돼지새끼’같다고 싫어했다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공작부인집의 빽빽 우는 아기는 그런 남자애에 대한 혐오를 표출한 것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앨리스를 보면 이 빽빽 우는 남자 아기는 나중에 돼지가 됩니다(…)

배리
[Barrie, James Matthew, 1860.5.9~1937.6.19]

위에 이미 기사 링크도 걸었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시점에서 저 기사만으로 보자면 이 배리는 대강 러스킨과 도지슨을 합친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시대적으로도 가장 나중 사람입니다만.
배리는 앞서 사람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이 본인이 말 그대로 ‘피터팬 신드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금욕적인 사상이라든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되기를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 강하게 작용해서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겠지요.
그래도 최소한 남녀구별없이 아이들을 좋아했으니 루이스 캐롤보다는 좀 인간적으로 공평할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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