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발리

발리에서의 마지막날은 오전 중에는 별다른 스케줄 없이 12시까지 체크아웃을 한 다음 오후 내내 쇼핑 투어 후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여행이 말 그대로 신혼여행이다보니 이래저래 챙길 분들이 많았는데 덕분에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고 편했군요.
천 염색하는 곳이라든지 은 세공하는 곳, 폴로 염가 매장(공장이 발리에 있어서 폴로 메이커가 싸다더군요)이나 아로마 제품들 파는 곳, 코코넛 매트 매장까지 종류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지요.
한국인들이 주로 가는 매장에는 한국인 직원들도 꽤 있었고 현지 직원들도 한국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하더군요(게다가 일본인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이랏샤이마세~’로 대응하는 것도 놀라웠음).

대나무숲과 제가 가장 감탄했던 사람은 한국어를 배운지는 1년쯤 되었다는 은 세공하는 가게의 주인이었는데, 아무래도 영업을 위해 배우는 외국어라서 그런지 정말로 열심이었습니다. 손님을 대하면서도 정말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모두 다 써보겠다는 이글이글하는 의지가 느껴졌을 정도니까요. ^^;
마지막에 감탄했던 건 가게 주인이 나가는 저희에게
“청명한 날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시고 발리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시길”
이라는(좀더 길고 멋졌는데 대강 이런 뉘앙스였음) 멋진 인사말을 했을 때였지요. 정말로 생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현지인의 한국어에 대한 에피소드라면 역시 우리를 가이드해주신 분의 금칠 건이 최고였는데, 쇼핑투어를 하는 내내 가이드 분이 ‘마지막으로는 코코넛 금칠을 보러 갑니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속으로 ‘코코넛에 무슨 금칠이라도 해서 장식품을 만드나…’ 갸우뚱 했는데 나중에 정작 가게에 가보니 코코넛 겉을 싸고 있는 그 갈색 부분을 모아서 침대매트라든가 방석을 만드는 곳이더군요.-_-;
가만 생각해보니 발음이 좀 불분명해서 잘못 들었는데 아무래도 ‘금침’이라고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습니다(대체 누가 이 가이드 분에게 ‘금침’이라는 발음하기 어렵고도 애매한 단어를 가르쳐준 건지.. -.ㅜ) 그래서 저 매트는 금침이 아니라 그냥 매트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메모장을 내밀며 한글로 적어달라시더니 다시 그걸 열심히 보며 외우더군요. 아마 다음번에는 저처럼 오해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

저녁을 먹었던 플래닛 헐리우드에서 내려다 본 발리 면세점의 분수

발리에서 강렬했던 마지막 인상은 비행기 이륙 전의 현지어로 나오는 비행 안내였는데, 이게 암만 들어도 제 귀에는 ‘빠라바라 빠라밤~’으로 들리는 겁니다. 혼자 속으로 키득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대나무숲도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 ‘빠라바라 빠라밤♪'(…)
발리에 있는 동안에도 내내 그랬지만 그곳 말, 정말 들리는 느낌이 재미있었습니다. ^^;

이렇게 해서 발리에서의 일정을 끝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야 내내 뻗어 잤는데 장시간 비행기 여행은 정말로 힘들더군요.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 안에서 멀미약 얻어 먹고 간신히 버텼으니까요. 한국에 도착해서 땅을 밟으니 어찌나 기쁘던지요.

갔다 온 뒤 얻은 경험이라면 왠만하면 동남아 입국시 면세품 조심하자(…)와 가능하면 1불짜리는 넉넉하게 바꿔자, 일 것 같습니다. 관광지여서 팁 문화가 기본인데 저희가 바꿔간 1불짜리는 달랑 10장. 게다가 리조트에도 1불짜리가 잘 없어서 바꾸기도 쉽지 않더군요(당연히 리조트에서는 바꿔줄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결국에는 어찌어찌 조금씩 바꿔서 쓰긴 했지만 엄청 불편해서 둘 다 ‘다음번에 올 때는 모든 돈을 1불짜리로 바꿔올테닷’ 하고 결심했을 정도니까요. ^^;

두 사람 다 일본 말고는 가본 곳이 없었던지라 함께 처음으로 가본 곳이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컸고 여행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웠습니다.
다음번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리조트에서만 집중적으로 휴양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Ritsko Ava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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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no Avatar

    부럽군요 =_=;;;

    1. 리츠코 Avatar
      리츠코

      디노님도 얼렁 장가를 가시라~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