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따뜻하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날들이더니 이제 바람도 냉기가 가신 봄바람이네요.
일본의 벚꽃은 이번 주말이 피크일 듯하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치도리가후치까지 갔다왔었는데 올해는 집 근처에서 어디 벚꽃 좋은 곳을 찾아봐야겠네요. 웹에서 좀 뒤져보니 워낙 동네마다 벚나무가 많아서 근처에도 의외로 갈만한 곳이 꽤 보이더라구요.

지난주에 ‘말이 안 통하면 검진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긴장해서 오히려 나오고 나니 뭔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안나 포스팅을 올리면서도 이게 3센치였는지 1.3센치였는지 가물가물하길래 ‘에라, 3센치’라고 올렸었는데 과연 학교 때 절대 운을 바랄 수 없었던 찍기 공력이 이번에도 발휘되었더군요. -_-;
지난번이 1.3센치, 이번에 2.9센치라고 합니다.(…)

현재의 상태를 말하자면 임신 다이어트 중입니다. 
입덧이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아서 하루에 한끼-이것도 대개 토마토 아니면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로 버텼더니 결혼하고 쪘던 살이 오늘로 딱 2킬로가 빠졌더군요.(….) 대신 과일만 먹었더니 피부는 캡 좋아졌습니다.

혹시 살이 빠지고 하면 아기한테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어 일부러 병원 가기 전에 사전에서 일본어로 ‘입덧’까지 찾아서 간 다음 의사에게 ‘지난주에 입덧으로 고생했는데…’라고 하니까 대뜸 ‘물은 마시나요?’ 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네, 뭐 물도 마시고… 과일만 먹고 있고….’라고 하니 ‘뭐든 먹으면 괜찮아요, 몸무게가 좀 줄 수도 있는데 아이에게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라고 알아서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에까지 줄줄이 다 대답해주더군요. 산부인과에서 ‘입덧이 좀 심하다’고 명함을 내밀려면 ‘물도 못 마시는 것’이구나 라는 새로운 지식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자타가 공인하는 육식이었는데 최근에는 고기라면 TV에서 지글지글 굽는 것만 봐도 속이 메슥거리네요. 대나무숲의 말로는 왠지 뱃속의 아기가 ‘어우~ 짐승! 고기를 어떻게 먹어!’ 라고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왠지 상상만 해도 웃기네요.

이번에 한국 모 방송프로에서 이봉주의 아들이 유전자를 배신하고 대단히 출중한 미모로 태어난 것이 방영된 이후로 엄마와 이모가 ‘아름다운 사진만 보고 클래식을 들어~~’ 라고 강력히 권유하고 계십니다만(그 이봉주 아들의 사진은 사실 대단히 쇼킹했음) 실은 아직까지 별다른 태교는 하지 않고 있네요. 아름다운 사진….이라고 해도 뭘 봐야 좋을지 모르겠고 클래식이야 원래도 간간히 듣긴 했는데 사실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걸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다보니 그렇게 오래 듣기 힘들더군요. 관련 책자를 봐도 엄마가 즐겁게 듣는 게 아니면 별 효과가 없다고도 하고요.
얼마전에 한국에서 책 몇권을 주문하면서 로마인 이야기 1권을 사봤는데 역시 듣던대로 상당히 재미있어서 이 김에 로마인 이야기나 전권 독파해볼까 싶군요.

근처 사는 친구에게 빌린 태교 관련 책을 보니 태명을 지어 말을 걸어주라는데 우선 태명을 짓는 시점에서 저나 대나무숲 둘 다 참으로 그런 쪽 재주가 빈곤해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저같은 경우는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니 ‘란마’라고 부르자고 했다가 대나무숲에게 세상에서 그런 태명을 생각하는 엄마는 저밖에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러고보니 그러면 대나무숲이 겐마가 되는거네 )
아들이든 딸이든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좋은 태명 아이디어 절찬 접수 중입니다.

병원에 가서 아이의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 안심되고 편한 때가 없네요. 그래서 병원 갔다온 날은 입덧도 좀 반짝 수그러드나봅니다.
입덧에 대해서는 열 사람한테 물으면 열 사람 모두 기간이고 증세고 다 달라서 저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당분간은 지금처럼 잠수항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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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responses

  1. 태명은 남자도 여자도 모두 어우룰 수 있는 란마는 어떠십… (…)
    몸조리 잘 하시길!

    1. 리츠코

      댓글이 늦었습니다..; 태명은 최근자 포스팅에…( ”)

  2. 지구

    오, 늦게 알았군요. 축하드립니다~
    모두 다 잘 될거예요~ ^^;
    근데 병원엔 JH님이랑 함께 가셨던 게 아니었던가요? 말이 안 통할까 긴장하셨다니…

    1. 리츠코

      음 그러게요. 다 잘되면 좋겠어요. ^^;

      아직 배 위로 보는 초음파가 아니라서 남편은 못 들어오게 하더군요. -.ㅜ 아마 다음번에 갈 때쯤에는 같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

    2. 지구

      문화의 차이인가 보네요. 여기선 transvaginal이라도 남편이 함께 있는 걸 당연시 하는데요~

  3. 뉴타잎

    오…란마라…란마…겐마는 그렇다 쳐도, 란마네 엄마도 참 정신세계가 심오했는데..( “)

    로마인 이야기는 수년전에 그때까지 나온걸 다 사들고와서 “자 이제 읽자” 하고 폼을 잡고 있는데 류쥐가 들이닥치더니 “호오…이것은…” 하고 1,2권을 덜렁 들고가더니 벌써 4년째 소식없음 -_-;

    1. 리츠코

      나도 저거 쓰면서 생각났는데 란마네 엄마가 란마나 겐마보다 한수 위였던 듯 -_-;

      그냥 새로 1, 2권을 사서 읽으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