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알라딘에서 신간들 구경을 하다보니 국내에서는 매니악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모로보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가 신간이 나와있었더군요. 그 김에 검색해보니 제괴지이까지 라이센스로 나와 있어 정말 뜻밖이었습니다.(이 작가 책은 솔직히 별로 팔릴 것 같지 않은데 다른 작품까지 나오다니…)

표지를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빈말로라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는 할 수 없는 작가입니다만 읽다보면 공포물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지요. 괴이한 이야기들이 저 그림체와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어떤 느낌이냐 하면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에서 잭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사람 머리였던 장면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묘하게 고풍스러워서 사람에 따라 취향을 많이 타는 탈 것 같습니다만 저는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

특히나 이번 권은 전권들에 비해 개그 센스가 ‘비교적 신상’에 가까워서 ‘재미’ 면에서는 가장 탁월하지 않았나 싶네요. 유리가면 최신간에서 핸드폰이 등장해서 세월의 흐름을 새삼 실감했었는데 이번 시오리와 시미코 신간을 보면서는 피겨 오타쿠 등장에 이 작가도 시절의 흐름을 따라가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가는 역시 컬러보다 흑백 그림이 더 촉촉(?)하니 예뻤음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이슬비와 푸르매가 나오길래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푸르매는 나중에 무려 푸르스르매가 되더군요…) 개그 소재 치고 꽤 매니악한 걸 골랐구나 싶기도 하더군요. ^^;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쯤이 한참 국내 순정만화 붐이 불었던 시기라 나중에 애 낳으면 푸르매라고 이름 짓는다는 애들도 간간히 있었지요.
이미라씨의 작품 중에서는 역시 인어공주를 위하여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참 순정잡지들 붐 속에 단편, 장편들이 꽤 나왔었는데 그림체면에서 보자면야 그 뒤로 나온 작품들이 좀더 화려하고 예뻤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용면에서 인어공주를 위하여를 넘을 만한 작품은 없었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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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개콘의 순정만화 코너는 정말…. orz
    보면서 혼자 웃겨 죽겠는데 티는 못내겠고말이죠 (…)

    1. 리츠코

      웃겨 죽겠는데 티를 못내시다니 정체를 숨기고 군생활을 하고 계신 것이었나요. 호호.
      근데 그 코너 끝났다더라고요. ^^;

  2. 장미의신부

    끄덕끄덕, 역시 늘푸른 이야기가 최고였지요. 국산 남매물중에선 저만한게 없었던 듯한 느낌이…(갑자기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쿨럭…)

    1. 리츠코

      저도 갑자기 늘푸른 이야기가 보고싶어지네요. -_-; 요즘 구할 데도 없을텐데..;

  3. 미사

    남매물을 좋아하는 나는 늘푸른 이야기가 최고였구랴. 이미라 만화가 내용은 엉성해도 예쁘게 그리려고 작정한 컷들은 정말 가늘가늘 화사했는데… 저 컷 속의 푸르매 동생 이름이 내 이름이어서 저 만화는 볼 때마다 퍼뜩퍼뜩 놀랐지;;

    1. 리츠코

      한창때 이미라 그림은 정말 화사했죠. 그림이 제일 예뻤던 건 저 인어공주 이후 몇작품이었던 듯. : )

      그러고보니 저 동생 이름이 지수였네요. 데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