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삘 받을 때는 이삼일에 한번씩 쓸거리가 생기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또 하염없이 손을 놓게 되는 법이지요. 음력설도 잘 지나고 그간 반가운 손님들도 집에 다녀가시고 하느라 어영부영하다보니 어느새 거의 보름만의 포스팅이네요.

그 동안 뭘 했는고 하니…
우연찮게 DIY 사이트를 구경하는 데에 재미를 붙여서 특별히 만든 건 없는데 밤에 혜린이 재운 다음 구경은 정말 열심히 하고 살았네요..;

거실에 혜린이 책을 꽂아뒀던 책장이 좀 미흡해서(요즘 애들 책들이 워낙 높이들이 높아서 안 들어가는 책이 너무 많더란) 그 자리에 놓을 적당한 책장을 물색하려고 오만군데를 다 돌아다니다가(마우스 클릭질로만) 어찌어찌 흘러들어갔는데 주워온 서랍으로 책장을 만드는 사람부터 공간박스로 벽난로 만드는 사람까지, 오오~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부지런한 사람은 많더이다. *.*

아무튼 마침 그 사이트에 딱 적당한 크기의 책장이 반제품으로 나와 있어서 한번 주문해봤는데 삼나무로 된 제품이라 만들어두니 오다가다 향도 제법 좋고 괜찮더군요.
언제부터 집에 전동공구를 하나 들인다고 했던지라 이김에 하나 질러서 책장은 대나무숲이 후딱 만들어주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이 아이들용 소꿉놀이 키친장.

사실 이건 딸 가진 엄마의 로망(…)이라 내심 제 마음에 드는 걸로 질러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3만원부터 50만원(…)까지 재료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많이들 산다는 브랜드 것들은 보통 외제인데 환율이 이지경인지라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로 대부분 사이트들에 품절이 뜬 상태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봄쯤부터 새로 들여오기 시작한다고 해도 가격이 꽤 뛸 거라더군요. 지금의 가격도 거의 다 심리적 마지노선을 뛰어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오른다면 아마 물건이 있어도 안 지를 것 같아 그 사이트에서 눈에 띈 반제품을 사서 만들어보기로 (겁도 없이) 결심했습니다.

일단 페인트칠을 한 다음에 조립을 해야 할 것 같아 주중에 밤에 혜린이 자고 나면 야금야금 스펀지 들고 하나씩 칠해 말리고 주말이 되어서야 대나무숲에게 거의 혜린이를 맡기고 나사못이 잘 안들어가는 곳만 부탁하면서 만들어봤는데…
매일 짧은 시간에 칠하느라 옆면을 대충 넘어간 곳들이 좀 있었는데 …어쩜… 그 부분들만 정확하게 모두 정면을 향하는 걸까요. 좀 편하려고 일부러 페인트 먼저 칠하고 조립한 거였는데 결국 다 끝나고 다시 페인트로 여기저기 손을 봐야 했습니다.
페인트까지만 칠했을 때는 좀 뭔가 들떠 보이더니 위에 바니쉬까지 입혀주니 그럭저럭 볼만은 해졌네요.
다행히 혜린이 반응도 좋아서 엄마 아빠가 합작으로 직접 만들어줬다는 데에 나름 의미가 있긴 합니다만 두번 만들라면 그냥 안할 것 같아요.

ps1. 어찌어찌 만들어놓고 보니 나름 괜찮긴 한데 완성도면에서 보자면 초짜 솜씨인지라 여기저기 아귀가 안 맞는 곳도 많아서 나중에 누구 물려주기도 우습고 이건 이제 나중에 혜린이 시집갈 때 싸가지고 가라고 하면 될 듯하군요. ( ”)

ps2. 예쁜 색상을 맞추는 데에는 워낙 재주가 없어 사이트에 올라온 샘플대로 만들 작정으로 페인트를 가짓수대로 주문했더니 완성하고 나서도 역시나 많이 남네요. 이거 아까워서라도 다음번에는 냉장고도 하나 만들어줘야 할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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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esponses

  1. Tom

    낑낑대고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 지어 놓고 보면 흐뭇한 것이 diy.
    한번 해 봤으니,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질려서 두번은 손대기 어려운 것이 또 diy. (^^;;)
    심지어 diy하다가 die 한다는 말도 있다네.

    그런데, 15만원? 38만원?? diy 제품들도 가격이 무척 강해(?)졌구나 (-_-;;;)

    1. 리츠코

      저 두가지 만들고 당분간 손 놓았어요…; 뭔가 더 해보자니 엄두도 안나고 그러면서도 슬금슬금 더 만들어보고싶긴 한데 집에 세간 늘어나는 것도 안 반갑고 그렇네요. ^^;

      15만원~38만원은 기성품 이야기예요. ^^ 근데 듣자하니 38만원짜리도 조립은 직접 해야 한다고는 하던데…-_-;;;

  2. DIY라고 믿겨지지 않는 멋진 퀄리티군요;; 저런 아기자기한 가구가 제 방에도 있었으면….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 없… orz

    1. 리츠코

      제대하시고 망치 잡는 디노님? ^^; 근데 디노님 방에 저런 소꿉장을 들여서 어쩌시려고…-_-; 나중에 조카나 하나 만들어주셈~

  3. 우홋 능력자! +_+

    1. 리츠코

      왠 능력자요… 그야말로 삽질..ㅠ.ㅠ

  4. 김소연

    어머나..너무 이뻐요. 저도 사주고는 싶지만… 값이 어마어마해 엄두도 못냈는데, 이런 방법이…그나저나.. 만들기도 여간하지 않을텐데..;;
    그래도 너무 뿌듯하겠어요~ 너무너무 이뻐요~~

    1. 리츠코

      마더가든이 15만원부터 시작하고 키드크래프트 같은 건 30만원 넘어가던걸.. -_-; 뭐 훨씬 예쁘고 구성도 많긴 하지만.

      나는 sonjabee.com 여기에서 패키지 파는 걸로 샀어. 페인트는 써보니까 저기 들어간 색 다 사는 건 좀 낭비고 저 사이트 게시판에 다른 사람들 만들어 사진 올린 것 보니 흰색에 파스텔톤 한가지, 이런 식으로 투톤으로 칠해도 예쁘더라.
      다 잘라져서 오고 나사 들어갈 곳도 대충 구멍이 나 있어서 전동 드라이버랑 망치만 있으면 여자 혼자서도 만들려면 만들겠던데. 공간도 적게 차지해서 그건 마음에 들더라고. 한번 도전해보시오~ ^^

  5. 호오 사진으로 봤을 땐 초보의 솜씨로 보이지 않는군요. ^^
    그런데 DIY의 궁극은 역시 산에 올라가서 직접 나무를 베어다가…

    1. 리츠코

      사진발입니다. 실제로 보면 장난 아니예요..;

      미국 사람들 트리 만드는 것도 아니고 왠 산에서 나무를.. -ㅁ-

  6. 미사

    헉… 이거 구경하러라도 조만간 가야겠군 ^^

    1. 리츠코

      실제로 보면 어눌하니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