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등학교를 같은 곳에서 나왔는데, 그 학교는 아무래도 고등학교가 메인이라 중3 때 교실은 좀 어두컴컴한 반지하 같은 위치에 몇몇 반이 있었더랬다.
하루는 그 교실 중 한 곳에서 공부하는 애가 지나가는 말로 주말에 뭘 가지러 교실에 왔다가 나가는 길에 뒤돌아봤더니 옆반 교실 벽 위쪽의 작은 창에서 ‘노란’ 원피스 치마 같은 게 흔들리는 걸 봤는데 누가 있나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그 높이에서 사람의 치마가 보일 리 없어 잘못 봤겠지만 오싹해서 서둘러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애들과 ‘역시 이 학교에 귀신이 없네 있네’ 설왕설래 했었는데.
그리고 1년 뒤.
중3에서 고1로 올라갈 때 고등학교 건물 쪽 교실 수가 부족했는지 고1 다섯반이 내가 중3때 썼던 교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고 나는 얼결에 2년을 같은 교실에서 지냈다.
학기 초 환경미화 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주말에 학교에 나와 교실을 꾸미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예 다른 중학교를 나온 아이 하나가 이 학교 역시 좀 으스스한 것 같다며 “얼마 전에 아래쪽 반지하 교실을 지나가다가 위쪽 창에서 언뜻 ‘노란’ 치마를 본 것 같은데 오싹했다”는 말을 해서 그 말을 들은 나는 그 순간 백 배는 더 오싹했다.
전혀 다른 사람한테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게 아마 나 뿐인 것 같고, 그래서 나는 귀신이 있네없네 하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뭐, 세상에 우리만 살고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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