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나는 중고등학교를 같은 곳에서 나왔는데, 그 학교는 아무래도 고등학교가 메인이라 중3 때 교실은 좀 어두컴컴한 반지하 같은 위치에 몇몇 반이 있었더랬다.

하루는 그 교실 중 한 곳에서 공부하는 애가 지나가는 말로 주말에 뭘 가지러 교실에 왔다가 나가는 길에 뒤돌아봤더니 옆반 교실 벽 위쪽의 작은 창에서 ‘노란’ 원피스 치마 같은 게 흔들리는 걸 봤는데 누가 있나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그 높이에서 사람의 치마가 보일 리 없어 잘못 봤겠지만 오싹해서 서둘러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애들과 ‘역시 이 학교에 귀신이 없네 있네’ 설왕설래 했었는데.

그리고 1년 뒤.

중3에서 고1로 올라갈 때 고등학교 건물 쪽 교실 수가 부족했는지 고1 다섯반이 내가 중3때 썼던 교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고 나는 얼결에 2년을 같은 교실에서 지냈다.

학기 초 환경미화 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주말에 학교에 나와 교실을 꾸미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예 다른 중학교를 나온 아이 하나가 이 학교 역시 좀 으스스한 것 같다며 “얼마 전에 아래쪽 반지하 교실을 지나가다가 위쪽 창에서 언뜻 ‘노란’ 치마를 본 것 같은데 오싹했다”는 말을 해서 그 말을 들은 나는 그 순간 백 배는 더 오싹했다.🥶

전혀 다른 사람한테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게 아마 나 뿐인 것 같고, 그래서 나는 귀신이 있네없네 하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뭐, 세상에 우리만 살고 있겠나.

by

/

9 responses

  1. 룬그리져

    …뭔가 그냥 해프닝이 아니고 진지하게 사람 식겁할만한 이야기들만 한가득이군요;;;

    제가 아는 무서운 이야기는 동네 할머니 한분이 코로나에 걸리셨는데
    그 다음날!

    마스크 안 끼고 동네 공원에서 앉아 있더라는게(……….)
    물론 경찰도 부르고 했는데 다음날 다시 나와있고… 이유를 물어보니 혼자 걸린게 억울해서(…!?)

    덕분에 한동안 공원 전체가 텅 비어서 전세낸 기분이셨을거 같긴 하네요. 역시 귀신보단 사람이 무섭습니다.네.

    1. Ritz

      아아악~ 들은 중 제일 무서운 이야기!!
      역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요~~

  2. PRC

    귀신보다 무서운 야근……(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1. Ritz

      야근은 무섭죠….

  3. Eiri

    뜨악?! 나 다닐때는 저런 얘기 못 들었는디.. 반지하라면 아마 천막지붕있던 좌측 건물이었겠군요. 거기가 학교쪽에선 지하, 학교밖에선 그냥 건물이었을테니.. (천막지붕 꼭대기 교실 다닌 사람)

    1. Ritz

      언니 졸업하신 뒤에 자리잡은 귀신이라거나? ㅋㅋㅋ 저 그 꼭대기 교실에서 2년 공부했어요.

      1. Eiri

        우리땐 자살한 애는 없었던지라.. 그 중간인듯도? 블로그 글 봤을때는 반지하쪽에서 2년으로 이해했는데 그럼 이쪽 건물에서만 4년?!!! 중학교는 운동장쪽에 있는 건물들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그땐 또 달랐던 모양이네요.

  4. Hestia aka Kei

    전 제 전전전직장에서 어디 자리 모니터 위에 뭐가 있다더라 뭐 이런 소리 듣긴 했는데 그런거 안 보이는 사람이라;;;;

    1. Ritz

      그러고보니 저런 것도 보이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거겠네요. 고3때 절친이 (본인 말이 사실이라면) ‘보이는’ 애였는데 저한테 항상 안 보이면 궁금해하지도 말라고 했더랬어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