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내 인생의 베스트 뭐 이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주기적으로 겨울이면 이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한번씩 보게 돼요.
책도 영화도 두번 잘 안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아마 제 평생 가장 많이 본 작품일 것 같네요.
맨 처음 본 건 99년인가 개봉하던 해, 그리고 그 몇년 뒤에 우연히 온라인에서 염가판(3천원쯤 준 듯..;) 으로 풀린 DVD를 사서 그 뒤로 한번씩 돌려보고 있지요.

같은 영화를 여러번, 나이를 먹어가면서 반복해서 보다보면 감상의 포인트가 조금씩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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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사랑을 정리하는 여자’와 ‘새로 시작할수밖에 없는 여자’의 교차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면서 ‘세상에 저렇게 커트 머리가 예쁜 여자가 있다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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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결혼하고 일본에서 겨울을 지내면서 볼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악, 저 방 정말 그지같이 추울거야!’ 였어요. -_-;
아는만큼 보인다고 바닥에 온돌이 없는 나라의 겨울은 정말 지긋지긋하게 추웠거든요.
분명 겨울 내내 평균 기온은 한국보다 높은데 실내 기온은 도무지 오르지를 않는 거예요.
제가 살던 집은 맨션이라 좀 나았지만 딱 저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단독주택에 사는 친척언니 집 가면 집안에서 입김이 풀풀 나왔지요.
그 뒤로 겨울 배경의 일본 집만 나오면 저나 옆사람이나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저기 진짜 추울거야’ 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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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생각은 뜬금없게도 ‘저 가스나, 병원 좀 가라니까 왜 저렇게 말을 안 들어!!(버럭!)’ 이었어요. -_-;
생각해보니 이건 제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일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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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십여년 동안 쭉 일관되는 하나의 감상은 바로 이것. ‘이놈이 나쁜 놈.’
첫사랑과 얼굴이 닮았다고 ‘첫눈에 반했다’는 사기로 여자를 꼬신 저 남자 주인공이 만악의 근원이겠죠. -_-+

내년 겨울에는 또 이 영화가 생각날 텐데, 다음번에 이 영화를 돌려보면서는 또 어떤 게 눈에 들어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