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성남시에서 주최하던 avec piano라는 콘서트 행사(주로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하는)가 매월 있었는데 운좋게 그 마지막 공연 티켓을 잡았더랬습니다. 더 운이 좋았던 건 그때 공연 게스트가 무려 유희열, 김동률, 정재형이었어요.
그때 그 공연을 같이 가서 봤던 옆사람이 당시 김동률의 라이브에 감동(?)을 받아, 이번에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한다고 알려줬더니 초보자로는 믿기지 않는 클릭 실력으로 그 유명한 경쟁률을 뚫고 꽤 좋은 자리를 잡는데에 성공해 함께 다녀왔습니다. : )
공연은 정말 명불허전.
워낙 준비를 많이 하고 깐깐하게 준비한다고 소문이 난 공연이긴 하지만 기대했던 이상이었어요.
공연 내내 음악과 어우러지는 조명도 볼만했고 많이 알려진 곡과 본인이 좀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곡들을 안배한 공연 순서에서도 많은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앵콜까지 합치면 두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을 홀로 꽉차게 메꿔나가더군요.
김동률의 곡들은 공연 도중에 본인도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 어찌 들으면 ‘모두 한곡'(…)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나는 아직도 취중진담이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들을 때마다 헷갈림. -_-) 공연장에서 들으니 제각각 다른 매력을 마구 발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성이 말랑해지는 건 역시 전람회 노래들을 부를 때였어요.
귀에 익은 20대 초반의 목소리가 아닌 지금의 김동률이 부르는 그 곡들은 ‘젊은 노래에 연륜이 덧씌워지는’ 느낌이라 더 좋았네요. 특히 가장 마지막의 앵콜곡으로 부른 ‘기억의 습작’은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찡하게 울리더라구요.
누구에게나 어떤 노래에 대한 고유의 기억이라는 게 있을텐데, 저에게 ‘기억의 습작’에 대한 기억은 차고 딱딱했던 고등학교 강당 바닥과 연예인스럽지 않은 외모의 가수가 뜻밖에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놀랐던 일이로군요. 마침 당시 과외 선생님에게 선물을 받을 일이 있어서 그걸 전람회 시디로 받았었는데 정말 그 뒤로 시디에 기스가 갈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들었지요.
김동률의 공연을 맨 처음 본 건 고3때 학교 축제에 온, 이제 막 데뷔했을 때의 전람회였고 두번째는 Avec 때. 두 번 모두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 우연히 접하게 된 공연인데다 한두곡 정도만 부르고 끝났던지라 이번 공연을 보면서 원없이 실컷 노래에 빠져들었더랬습니다. 기회 되면 한번쯤 더 가보고 싶네요.(이번 공연곡에 리플레이가 빠져서 좀 아쉬웠어요.)
생각해보니 제 1990년대 가요 취향은 무한궤도에서 시작해서 공일오비를 거쳐 전람회 1집에서 한번 일단락이 되었던 듯해요.(그 뒤로 몇년동안은 일본 애니 음악만 들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