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집 TV가 고장이 났습니다.
화면 한 가운데에 두껍고도 선명하게 세로줄이 좌악 가는데 지금 TV가 PDP 거의 끝물에 그럭저럭 저렴하게 산 사이즈가 꽤 큰 물건이에요. 산지 5년쯤 됐으니 수리해서 쓰는 게 맞겠지만 무엇보다 집 평수에 비해 사이즈가 좀 과하게 큰 감이 있어 내내 부담스러웠던지라 이 기회에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바꾸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만.
역시 한두푼 하는 게 아닌 물건을 바꾸려다보니 브랜드라든지 크기라든지 가격대라든지 소소하게 고민하게 되네요.(물론 대부분의 고민은 옆사람이 알아서 하고 고르겠지만)

문득 일본에서 쓰던 티비를 살 때가 생각이 났어요.(이 이야기는 제 지인들은 이미 한번쯤은 듣고 박장대소했던..;)
신혼 가전은 당시 먼저 일본에 가 있던 옆사람이 알아서 다 골랐었는데 딱 한가지 티비만큼은 두 가지 크기 사이에서 고민을 하더라고요.(사실은 큰쪽을 사고싶지만 결제는 혼수로 해가는 제쪽에서 하는 것이니 망설이는 상황?)

그러다가 어느 날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꿈을 꾸었답니다.
자신이 꿈에서 찰스 황태자와 무려 일본어로 담소를 나누며 멋지게 골프를 치고 있는데(왜 치지도 않는 골프였을까) 갑자기 찰스 황태자가 자신을 보며 진지하게 말을 했대요.

“역시 티비는 큰 게 좋을 것 같다”

라고…=_=

그 이야기를 들은 친정엄마께서 ‘얼마나 원했으면 그런 꿈까지…’라며 둘 중 큰 쪽으로 사라고 하셨었지요.
그리고 찰스황태자께서 점지해주신(?) 그 TV는 두고두고 참 잘 쓰고 우리집 서재방에 게임용(?)으로 잘 모셔져 있는데 지금까지도 무탈하게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압만 맞으면 여기에 셋탑박스 달아 쓰고 싶기도 해요. -_-;

아무튼 TV를 고르다보니 문득 찰스 황태자가 생각나네요.
이번에도 옆사람 꿈에 나타나서 LG나 삼성 중 어느 쪽이 좋을 것 같다 라든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라든지 점지해주면 좋으련만.  😀

이분은 아무래도 이러다 평생 그냥 ‘황태자’이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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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responses

  1. 남자들은 큰 TV에 대한 로망이 있는가 봐요. 즈이 신랑도 그랬거든요-_-
    요즘도 맨날 좀 더 큰 풀HD 3D로 바꾸자며…제가 들은 척도 안 하니까 딸래미들더러 TV 화면 좀 긁으라고 부추겨요-_-;;;

    1. Ritz

      옆사람도 별다른 거 없이 유난히 TV 큰 걸 좋아하더라구요. -_- 이번에는 지금 것보다 한치수 작은 걸로 줄였습니다.
      그나저나 TV 화면 긁으라는 데에서 빵 터졌어요. ^^; 그러고보면 활발한 남자애들 있는 집은 정말로 그러기도 하나 보더라구요..;

  2. 저 이 포스팅 읽고 말그대로 빵 터졌어요. 그나저나 찰스 황태자께선 이제 언뜻 보면 필립공이라 해도 믿을.. 저 분이 저 근엄한 얼굴로 티비는 큰 게 좋을 것 같다 하신거죠? 푸핫

    1. Ritz

      저런 포스로 무려 ‘일본어’로 ‘티비는 큰 게 좋다’고 하셨다지요.( ”) 그나저나 오랜만에 사진 찾아보니 정말 나이가 많이 들었네요…;

  3. 뭐. 나도LG LED로 40인치 이상되는걸로 추천하고싶군. 아무래도 LED 이런건 화면이 커도 실제로 볼땐 작아보이는 효과(?)가……

    1. Ritz

      지금 TV가 50인치라오…-_- 그것보다 작은 걸로 사려고 하지만 40인치는 당연히 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