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방학이 시작되고 확실히 놀이터에 아이들이 늘어서 오랜만에 꽤 북적거린다.
어제는 그 중 동네 영어놀이학교를 나온 아이 하나가 나한테 물을 얻어 마시러 오더니(나도 그렇고 놀이터 자주 나가는 엄마들은 보통 아이 마실 물을 가지고 나가는 편)

“혜린이는 어린이집을 나와서 공부를 하나~도 안해서 좋았겠어요.”

라고 너무나 아이답지 않은 말투로 한마디 했다.(너 그 물 도로 뱉어…)
이게 그냥 말 그대로 ‘공부 안했던 게 편하고 좋았을 거 같아요’가 아니라 선명한 ‘우월감’을 가진 말투여서 나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다른 엄마들도 순간 벙 쪘는데, 한 엄마가 ‘너 *** 선생님(린양 7세때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지 모르는구나? 너보다 혜린이가 공부를 더 많이 했을걸~?’ 이라고 잽싸게 받아쳤더니 애가 입을 삐죽 하며 가버렸다..;
누가 여덟살짜리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을 다닌 게 어린이집보다 공부를 많~이 한 우월함’이라고 주입한 걸까. -_- 하루가 지났는데도 내내 입맛이 쓰고 그 말을 하던 아이답지 않은 말투가 자꾸 머리에 맴돌아서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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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responses

  1. amelie

    아,, 진짜 누가 아이에게 저런생각을 하게 한걸까요 좀 슬프네요. 내가 보기에 어린이집에서 시키는 공부량도 만만치 않던디;;

    1. Ritz

      애 엄마가 애한테 그렇게 구슬러서 힘들어하는 영어 공부를 시키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순간 진짜 할말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