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 두주 쯤 전,  갑자기 시외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일요일에 급하게 대구에 내려가느라 린양을 친정에 맡겼다. 하루 자고 와야 해서 월요일 학교갈 때 할 일들을 이야기해놨었는데 며칠 전 린양 책상 정리하다가 수첩을 열어보니 자기 딴에는 중요한 일이었던지 굳이 이렇게 적어놨다…;(안 적으면 기억 못할 것들도 아니구만)

이걸 보고 있자니 문득 5학년때 정말로 자다가 갑자기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가 동생과 나를 데리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도중에 외할머니를 만나 우리를 외가집에 맡기고 시골로 가셨던 생각이 났다.어느새 시간은 흘러서 내가 엄마에게 딸을 맡기고 시댁 일에 뛰어가야하는 날이 왔다.(그리고 그 와중에 잘 곳이 마땅찮아 이모 집에 들러 하루밤 편하게 신세를 졌다. 외가집은 소중한 것이여…)

2. 요며칠 좀 더워졌다고 말려도 덥다고 깨방정을 떨며 반팔을 꺼내입고 다니던 린양이 기어이는 감기기운이 들어 쿨룩거리는 걸 듣고 있자니 버럭 짜증이 올라와서
“아무리 더워도 계절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 홀랑 얇게 입고 다니더니!!”
라고 일갈하고 나니 아, 씁…. 이거 빨리 얇은 옷 입고 싶어 설레발치던 나한테 우리 엄마가 만날 하던 말이다.

새삼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어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날.

by

/

5 responses

  1. misha

    그래도 나름 중요하다 생각한 걸 메모해놓는 걸 보니 린양 차분하니 다 잘 챙길 것 같아요! 즈이 집 땡벌들은 외할미랑 성격이 안 맞아서(하긴 저도 안 맞;;;) 외할미 잔소리 때문에 벌써부터 외가에 가 있는 게 싫다고 하소연합니다. 어쩔…ㅠㅠㅠㅠ

    1. Ritz

      저는 린양을 보고 느낀 건데 조용한 건 차분한 거랑 다르고 야무진 거랑도 다른 거더라고요. =_= 실제로 보면 허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