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린양 역사 수업으로 국립중앙박물관행.
오늘도 10시부터 2시까지 (밥도 못 먹고) 빡시게 필기하며 도는 알찬(…) 스케줄이었다.
이 수업 처음 시작할 때(암사동 선사유적지)도 생각했지만 박물관에서도 주먹도끼, 빗살무늬토기 앞에서 한참 구석기, 신석기 구분을 듣고 있으면 선사시대는 참 재미가 없구나 싶다.

돌고 나오다 고구려실에 전시되어 있는 강서대묘 사신도를 보러 들어갔는데, 한 20년전에 갑자기 고구려 고분 벽화 때문에 뉴스란이 핫할 때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어서 그때처럼 뭔가 사진을 찍어서 작업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실제 벽화를 보고 그린 1930년대의 모사도였다.

강서대묘 널방 북벽에 그려진 현무의 모습을 복원한 모사도, 고구려 6세기말(1930년 모사), 218 × 311 cm

모사도의 실물 크기와 디테일에 잠시 감동하고 문득 중학교 때 김진의 ‘바람의 나라’ 보며 현무, 주작, 청룡, 백호가 멋있다고 막 불타올라서 고구려 고분 벽화 관련 기사들 스크랩 해두던 생각이 나서 그림 앞에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내 나이 마흔까지 이 작품 엔딩을 못 볼 줄은 몰랐지…(아직도 어딘가에서 연재 중이던데 내가 무휼이랑 같이 늙어갈 각이구만)

선생님이 수업하시면서 ‘이런 현무 그림 같은 건 지금 게임 같은 데에 등장해도 하나도 손색이 없지 않겠어요?’라고 눈을 반짝이셨는데 차마 그 앞에서 ‘바람의 나라라는 만화가 있었…’다고 말은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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