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지난주 주말에 의사 선생님이 ‘월요일에 초음파 찍어보고 결과 봐서 화요일에 퇴원’이라고 냅다 기대를 주셔서 온 식구 설렜건만 결국 아직은 때가 아니되었다며 일주일 더 연장했는데(엄마 농양이 동네 병원의 저화질 초음파에서는 5센치 정도였는데 세브란스 가서 다시 찍으니 거의 10센치였다고…) 지난주 후반부 쯤에 다시 월요일에 상황 봐서 괜찮으면 관 빼고 화요일 퇴원 이야기를 하시길래 이번에는 온 식구 마음을 비우고 ‘퇴원해야 하는갑다’ 하고 설레발 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오늘 엄마는 퇴원.

꼬박 4주 동안 병원을 드나들었는데 일단 집에 환자가 생기니 실제로 내가 병원에서 계속 간병하느라 몸이 힘든 것도 아닌데 병원 다니는 것 외에 뭔가 ‘할 마음’이 없어지는 게 신기할 정도.
얼마 안 되지만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특별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면서도(간병인이 내내 계셔서 일상에 크게 제약을 받은 것도 아니었음) 약속을 잡거나 하는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더라.
며칠 전에 만난 동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좀더 중병의 부모님 때문에 더 긴 입원을 지켜보다보면 그때는 점점 ‘자신이 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것도 생각해볼 문제.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엄마가 시댁 대소사에 돈 쓸일이 생기면 갑자기 큰 돈 나가는 게 부담되니까 통장 하나 만들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 해놓고 잊고 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 통장은 5년쯤 뒤에 정말 요긴하게 쓰고 그 뒤로도 시부모님 칠순이라든지 필요할 때가 계속 있었던지라 친정 쪽도 막내가 취업을 한 후에 세 남매가 각자 자동이체를 해놨었는데 이번에 확인하니 그게 의외로 꽤 모여 있었고 덕분에 서로 불편할 일 없이 간병비로 맘편히 쓰고 나니(첫 사용은 올해 연말 아빠 칠순일 거라고 생각했구만) 앞으로도 그나마 내 몸 편하게 효도하려면 ‘돈을 모으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동생들아, 앞으로도 꾸준히 입금 요망…)

동갑인 세 명이 모이는 동네 엄마 모임이 있는데 올초에 한 엄마의 친정 아버지가 갑자기 장 괴사로 수술, 봄쯤에 또 다른 엄마는 친정 아버지가 심장 때문에 쓰러지셔서 난리였다더니 나까지 이렇게 갑자기 엄마가 편찮으시고 나니, 셋이 앉아 78년생 부모님들 올해 무슨 일인 거냐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우리도 슬슬 부모님들 건강을 걱정해야 나이에 접어들었고 이 장수 시대에(이번에 엄마도 아흔 부모님 챙기러 다니다가 칠순 되어가는 딸이 과로한 거라…) 길게 부모님과 살아가려면 나도 내 건강 바싹 챙겨야지 싶다.

엄마 퇴원했으니 나도 건강검진 예약해야지…

다시는 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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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어머님 퇴원 축하드립니다. 리츠코님도 건강 챙기세요…

    1. Ritz

      넵. 유나씨도 건강 조심하세요! 우리 내 건강은 내가 챙기자구요. ㅠ.ㅠ

  2. 어머님이 쾌유하셨다니 다행이에요. 희성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저는 요즘 매우 골골한데, 얼마전에 건강검진을 패스했더니 그래도 걱정이 덜 되더라고요^^

    1. Ritz

      연말에 붐비니까 빨랑 받으라고 나라에서 독촉 문자가 오기 시작했어요;;; 귀찮아서 차일피일 했었는데 사람 붐비기 전에 예약하려고요. 수인님도 가족들도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3. 고생 많으셨수.
    우리도 이제 우리건강 챙길나이…..

    1. Ritz

      그러게 말이야. 요즘 건강은 좀 괜찮음?

      1. 더 나빠지지는 않네. ^^

        1. Ritz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가;; 앞으로는 더 좋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