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인천상륙 작전으로 승기를 잡은 맥아더는 기세등등하게 북쪽으로 올라갔으나 함경남도 장진호 근처에 도착할 즈음 혹한(전투하다 부상을 입고 피가 나도 그대로 얼어서 지혈이 될 정도였다고)과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되고, 악전고투 끝에 극적으로 육로를 통해 탈출한 전투로 전쟁사에서는 성공적인 철수 사례로 남았다고 하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그 안에서 싸우던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고생하고 죽어갔는데 이 ‘성공적’이라는 학술적인 평가가 얼마나 건조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 때 국사 시간에 배운 6.25는 그렇게 디테일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린양 역사 수업 때문에 같이 다니면서 전쟁기념관에서 6.25의 흐름에 대해서만 5시간 가까이 들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게 이 장진호 전투였고 마침 넷플릭스에 딱 제목이 눈에 띄어서 보기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는 쫓기던 미군도 쫓던 중공군도 모두 절박하고 괴로웠고 장진호 전투 생존자인 한 해병이 ‘그때의 중공군 생존자를 지금 만나더라도 적대감이 아닌 함께 살아남은 반가움을 느낄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이지 위에서 지시를 받으며 전쟁터 안에서는 싸우는 사람은 모두 피해자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죽은 동료, 다친 동료들을 끝까지 이고지고 이동했다면서, “아무리 전쟁 중이지만 도덕성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냐’고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노병이라든지 추위에 동상으로 신발을 벗으니 발가락이 모두 떨어져 나가더라는 등의 증언은 너무 생생해서 보는 내내 울컥하게 된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가족을 두고 이 먼 나라에 와서 저렇게 싸웠을까.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구성할만큼 영상 자료들이 넘치게 많이 남아있는 것에 놀랐고 그냥 글로만 접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전쟁의 참담함은 피부에 와닿는다.

이런 자료들을 정작 이 전쟁이 일어났던 나라에 사는 우리는 접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
올 여름방학에 하루 날 잡아 린양에게 보여주려고 계획 중.

아메리칸 익스피리언스: 장진호 전투

장진호 전투(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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