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방학에 할일없이 누워 뒹굴 때는 넓기만 하던 마루가 이렇게 작은 줄 몰랐네. 그래도 그 자리에 누워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

외할아버지가 입원하셔서 엄마 모시고 외가집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오니 할머니는 점심 먹고 들어왔다는데도 계속 ‘점심은 안 먹어도 되느냐’고 반복해서 물으신다. 밥도 해놨고 국도 끓여놨고 반찬도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할머니는 원래 그랬어.
아침에 밥 먹고 돌아서면 배 안 고프냐고, 밥 안 먹을 거냐고.”

방학만 하면 네 손녀가 모여 온 집안을 뒹굴며 돌아다니던 30년 전에도 할머니는 지금처럼 그랬던 것 같은데

“니가 **이 딸이가.”
“할머니, 나 여기 엄마 큰 딸.”

“아는 몇이가.”
“딸 하나만 낳았지.”

“회사에 일 나가나?”
“집에서 살림해요.”

이 대화를 서너 시간 사이에 백번쯤 반복하고 나니 아, 우리 할머니의 기억이 끊임없이 순간을 반복하고 있구나 하고 와닿는다.

이제는 내가 한번에 안을 수 있을 만큼 작아진 품을 안으며 ‘할머니, 시간 되면 또 올게’ 했더니 아이처럼 웃으며 ‘자주 오면 나야 좋지’ 하면 내가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

할머니가 매일 물어봐서 집에 오는 요양사 분이 적어주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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