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제 오전 카톡방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이번 한 주가 너무 고됐다고 이야기를 풀었다.

아이 치료받는 곳의 보조 선생님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전수조사 들어가니 그 날 같이 수업한 학생 몇몇과 담당 선생님이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오고 그 확진자 중 한 명이 다른 종합복지관에도 다녀갔었고 알고보니 그 친구 아이와 같은 학교 학생이었고…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 그나마 친구 아이는 날짜랑 동선이 안 겹쳐서 비켜갔는데 그 바닥이 좁아서 서로서로 겹치는 동선이 많아 겁나고 숨이 막혀온다고.

아이를 데려가 보건소 가서 검사를 받아야하는 상황도 만만치 않고 만에 하나 양성이 나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막하다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깜깜하다.

다른 특수학교 중에는 지금 상황에 부모들이 원해서 대면 수업 중인 곳이 있다길래 놀랐더니 아이들이 학교에 있어야할 때 못 있고 계속 부모가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다보니 판데믹 기간 동안 사고사 한 아이가 두 명이나 나와서 어쩔 수 없다더라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머리가 멍해졌다.

평소에 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하는 친구가 정말 어디 쏟아놓을 곳이 없었는지 끊임없이 올라오는 채팅창 말풍선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다못해 어디 마주 앉아 얼굴 보며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없어 속만 상한다.
내가 평소 보고 있는 세상은 또 얼마나 좁은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하는 사소한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번져 무섭게도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한다. 모두가 양심에 거리낌 없을 정도만 조심하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텐데.

10월에 또 집회를 하네마네 하는 쓰레기들, 마스크 쓰라고 한다고 쫓아가서 남을 때리는 짐승들, 거리두기 하라고 상점 문 닫았더니 밖에 못 나가면 미치는 병에라도 걸렸는지 한강에 가서 버글버글 모여있다는 이야기에 화가 나고 우울한 어제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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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제가 모르는 분이지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어요. 저도 애 둘의 치료를 몇 달 째 제대로 못 가고 있는데 이게 너무… 너무 엄한 시기입니다… 부디 그 분이 강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ㅜㅜ

    1. Ritz

      무지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잃는 게 많은 시기라 속상할 따름이네요. ㅠ.ㅠ

  2.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거지만 마스크 끼고 오는 손님은 그나마 덜한데, 안 끼고 들어와선 자기는 괜찮다는 사람들 보면 오만 생각이 다 들더군요.

    장사가 잘 되어도 손님이 많을까 걱정이고 안 되어도 걱정인데, 그것보다 연세도 있으신 어머니께서 혹시나 걸릴까봐 그것도 걱정이고… 꼭 필요할때만 밖에 나가면서도 매번 마스크에 손 씻고 조심한다고 조심하는데 뉴스보면 또 뒷목잡는 일만 보이고 말이죠.

    친구들도 부모님이 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못 본지도 한참 되는데… 이 와중에 더 퍼트리겠다고 작정한걸로 보이는 사람들, 뭐 별일있겠냐 라면서 조심하지 않는 사람들 보면 (한강쪽 보고는 저도 와…..싶던데) 갑갑한 일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1. Ritz

      ‘자기는 괜찮다’는 건 대체 어떻게 나오는 생각일까요. 그런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번에 판데믹을 겪으면서 정말 세상에 상식이라는 건 없구나 좀 좌절스러워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돼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싶기도 하고요. -_-

  3. 정말.. 버러지들. 이란 말밖에…

    1. Ritz

      벌레들도 지들 생명이 위태로우면 저딴 짓은 안 할 거 아냐… 벌레만도 못하다고 해야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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