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즘 워낙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배송시키다보니 오배송으로 고객센터에 연락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Ⅰ. 첫번째는 쿠팡프레시에서 시킨 요거트가 다른 물건이 왔을 때.

내가 취침 시간이 늦어서 새벽배송이 일찍 도착하는 경우(대충 새벽 1~2시쯤?)에는 도착한 물건 들여놓고 자러 가는데 그 날도 어쩌다보니 물건이 일찍 와서 확인해보니 웬일로 물건 하나가 엉뚱한 게 들어있었다.
고객센터에 문의 남겨놓고 자러 가려고 앱을 여니 쿠팡 앱 내의 메신저 상담은 24시간 운영 중이어서 일단 놀랐고 물건이 잘못 왔다고 남기니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바로 답이 날아오는 데에 또 놀랐다. 😑

물건이 잘못 왔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물으니 새 제품은 당일 내로 다시 배송해줄 거고 가지고 있는 건 그냥 가져도 된다고 했는데(유제품류라 반품하기도 애매) 상대방이 너무 ‘조심스럽게’ 상담을 하다보니 그냥 간단하게 ‘반품은 필요없고 새 제품을 보내드리겠다’는 내용을 ‘고객님이 불편하셨을 상황에서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와 ‘~하시고 ~하시고 ~하시고 번로우시겠지만 ~하시고’의 존칭을 반복하느라 듣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장황해서 요점 파악이 잘 안 될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내가 먼저 ‘늦은 시간에 답이 바로 올 줄 몰랐는데 빠른 처리 감사하다’로 마무리.

Ⅱ. 두번째는 얼마전에 새로 가입한 헬로 네이처. 컬리와 상품군이 비슷해서 컬리에서 자주 사먹던 우리 식구가 좋아하는 연어 브랜드가 여기에도 입점돼 있길래 앞으로 이쪽을 자주 써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세번째 주문에서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다 남겨놨는데 난데없이 1층에 덜렁 상품을 내려놓고 갔다. 😱

아침에 일어나서 배송완료 됐다는 메시지를 열었을 때 이런 사진 뜨면 그야말로 패닉;; 옆사람이 뛰쳐내려가 가져왔다. -_-; 사진이 어둑어둑한 걸 보니 대체 몇시에 두고 간 걸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내가 안 남겨놨던가 다시 확인하니 분명히 남겨놓은 상태. 고객센터에 ‘물건을 아파트 1층에 두고 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 부탁한다’고 남겼더니(이런 일이 잦으면 여기서는 더 이상 주문을 할 수가 없음;;) 오후쯤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원래는 이 지역 담당하는 배달 직원이 있는데 저 날은 눈이 와서 증원이 됐고 하필 그 사람이 처음 일을 시작해서 현관 문 여는 법을 몰라서 그냥 두고 갔다고…(보통 대목이거나 눈 많이 내린 날은 배송 사고가 일어나기 쉬워서 나도 주문을 안 하는 편인데 저 날은 하필 5천원 할인 쿠폰 기한 마지막 날이었음 😭)
느낌상 문의 남긴 사람이 대단히 ‘화가 나’ 있을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바로 전화로 연락을 한 듯한데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이 쇼핑몰은 이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가’ 였고, 이번에도 전화한 사람이 계속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만 반복해서 오히려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대충 정리해보자면 원래 동네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고 물량이 많을 때만 증원이 되는 듯하니 여기서는 주문이 많을 시기에는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 싶었는데(그러나 이번주 일요일까지 써야하는 5천원 쿠폰이 또 한장 남아있다. 5천원 할인은 버리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지 않은가…😭) 이 대화는 계속 ‘고객님 불편에 죄송합니다, 전화가 늦어져서 그것도 죄송합니다, 많이 불편하셨겠어요’가 반복됐고 저쪽에서는 대체 이 대화를 먼저 마무리 지을 방법도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전화로 설명해주셔서 훨씬 이해가 편했다, 감사하다’ 로 끝을 지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택배를 저렇게 그냥 두고 간 건 택배 직원인데 고객센터 직원이 무슨 액받이 마냥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말투로 고객과 상대를 해야하나, 좀 부조리하게 느껴졌는데(그렇다고 놓고 간 택배 직원과 맞짱을 뜨고 싶다는 건 아님…)

어제 타임라인에서 이 글을 보고 나니 나와 대화한 사람들은 이미 많은 상황에서 최적화된 태도를 찾은 게 그것이었나 싶어 한층 씁쓸하다.

세상에 내 감정을 ‘소비해도 되는’ 상대란 없고,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상냥하고 정중해지지 않으면 그 끝에는 지옥같은 타인만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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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제 생각엔 콜센터에서 하도 진상이 많다보니 고객 대응 매뉴얼이 저런게 아닌가 싶네요…참…

  2. 전화로 규정상, 상황상 안 되는 거 설명을 많이 해야 하다보니 –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더욱 더 – 반대로 전화하더라도 조심조심하게 되더라고요.

  3. 전직 전화돌이.
    또라이짓에는 남녀노소가 없음. 각종 추행도 마찬가지…

  4. 저도 예전 회사에서 1년에 한번 콜센터 체험을 시켜서 전화받아봤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콜센터 전화할 때 최대한 정중하게 전화하려고 노력해요.

  5. 제일 황당했던 오배송은 역시 프렌치 어니언 스프를 시켰더니 고글이 온게 아니었나 싶은…

    1. Ritz

      그러고보니 그 고글은 도로 가져갔나요…

      1. 네…음식과 교환했…(쿨럭) 나름 비싼 물건이던데 잃어버렸음 억울했을듯…

  6.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질 때 상대방이 다른 사람(상점, 음식점의 직원 등)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고 하는 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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