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영화는 세 식구 모여 앉아 승리호.
한국 SF 장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없다보니 처음에 넷플릭스로 갔다고 했을 때는 ‘어차피 들인 돈에 비해 관객이 적게 들 텐데 명예로운 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난 감상은 ‘넷플릭스가 자기네 오리지널은 돈으로 발라도 하나 재미있는 걸 못 건지는데 말도 안 되게 적은 돈으로 멀쩡한 작품을 건졌구나’ 였다.
일단 화면 때문에라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건 아쉽고 사운드도 집에서 티비로 보기에 대사가 너무 안 들린다…;(결국 자막 켜놓고 봤음)
우리 식구가 보면서 이야기한 건 개그가 묘하게 영화 「극한직업」 리듬이었다는 점?(진선규 때문인가) 러닝타임이 짧지 않은데 꽤 아기자기해서 좀 늘어질 만하면 이야기의 완급이 오르내려 지루한 줄 모르고 봤다.
후기들 보다보니 ‘이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에 여지없이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간다’는 평도 많았지만 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것도 실력이고 신파라고 생각하는 요소도 요즘 같이 드라이한 이야기가 미덕인 세상에 ‘때론 이 정도 말랑한 감성이 뭐 그리 나쁠까’ 싶기도 하다.
더불어 나처럼 영화 보면서 미리 뒷내용 고민 안 하는 사람에게 후반부의 반전들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SF 장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이것이 한국의 SF’라고 내세웠었는데 이 영화야말로 요소요소에서 좋은 의미로 ‘한국적’이어서 좋았다.(어디에서나 ‘녹취’는 기본, 마지막은 학원 이야기로 끝나는 이것이야말로 K-SF…)
예전에 스타트렉 앞 시리즈들을 보다가 이 드라마는 시대를 감안하면 이르게 사회적인 이슈들을 꽤 많이 다루었구나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의외로 SF가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설정의 제약없이 편하게 펼쳐내기 좋은 장르이고 이 영화 역시 요즘 시대의 젠더, 인종에 대한 이슈를 신경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그 점도 좋았다.
나는 송중기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이나 여기에서 김태호나 확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이 안 듦. ) 내내 저 역할이 좀더 어울리는 배우가 있지 않을까, 아쉬웠는데 옆사람은 넷플릭스에는 오히려 그럭저럭 어울리는 캐스팅 같다고.
이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나한테는 이후에 나올 국내 SF 장르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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