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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포비아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콜포비아는 2009년경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대화·배달 등이 해결되다 보니 메신저나 문자는 익숙해진 반면 전화 통화는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콜포비아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임 선생님 상담은 전화로 하겠다고 가정통신문이 날아왔다.

쓰읍…

작년에는 워낙 등교일도 며칠 안 돼서 따로 상담 신청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등교일도 늘어날 것 같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성적이 나오는 첫 해라 형식적으로라도 목소리는 비쳐야(?) 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아,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하기 너무 싫다’라고 중얼거렸더니 옆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라길래.

…냉큼 ‘니가 하세요’ 하고 토스했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정말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모르는 사람─혹은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하기.(그걸 싫어하지 않는 사람과 살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다)

내가 만나면 워낙 말이 많은 사람이라🙄 주변에 이 이야기를 하면 의외라고 하는데 이게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와서 회사 다닐 때도 도중에 단행본 편집부로 옮긴 가장 큰 이유가 이걸 도무지 극복 못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점점 커져서 차라리 매번 정해진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일을 선택한 셈이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에는 아무 고민이 없는데(예전에는 오히려 즐길 정도였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건 나이를 먹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냥 ‘싫은’ 정도였는데 요즘은 전화를 걸기 전에, 혹은 받기 전에 한참 동안의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하고 통화가 길어지면 심지어 서서히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의 체온이 점점 식어가는 기분이 드는데 대체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니 말하는 동안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에서 반응을 읽을 수 없는 상태로 대화가 길어지는 게 나는 너무 고역이다.

정말 친하고 나를 잘 아는 사람이랑 통화하는 건 당연히 몇 시간도 상관없이 달리는 편. 그런데 이건 정말 아주 친한 사람들이어야 해서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나이 먹도록 다섯 손가락 안에 채 꼽을 정도인 걸 보니 어쨌거나 나는 기본적으로 전화 통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

두번째로 나이가 들면서 싫어진 건 아무 예고 없이 울리는 가까운 사람의 이름이 뜨는 전화기 벨소리(혹은 진동…).

이건 아무래도 몇년 전 엄마가 편찮으신 이후로 생긴 것 같은데 요즘은 보통 메신저로 용건을 주고받다보니 사이가 멀든 가깝든 갑자기 울리는 전화가 좋은 소식인 경우가 점점 줄어드는 점도 일조했을 법하다.

오늘 아침에 평소에 서로 전화를 걸 일이 거의 없는 가까운 지인의 전화를 받았는데 부친상 소식이었다.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삼 ‘아, 내가 정말 이제는 울리는 벨소리에 긴장을 해야 하는 나이로구나’ 절감하고 자신없이 서툴게 위로를 전하면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한번 화가 났다.

코로나로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태가 길어지니 전화를 힘들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지금은 어떤 의미로는 ‘고립’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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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raoul

    전화 너무나 싫은 것…

    1. Ritz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싫어지는 것 같아요.

  2. 그 기분 절실히 이해합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항상 떨리고 무섭네요. 게다가 저도 이번 주에 애 상담이 있어서 몰입하며 봤네요. ㅠㅠ

    1. Ritz

      지금이 한참 상담 기간이죠. ㅠ.ㅠ 차라리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낫지 전화로 이야기하는 거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선생님들도 직접 만날 때보다 오히려 말을 많이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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