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제주의 커피쟁이가 안산으로 이전해서 오픈하는 첫날이라는 걸 어제서야 알고 오늘 오전에 부랴부랴 개업 화분이라도 보내려고 찾고 있었는데 대화방 사람들이 하나둘 같이 모아서 보내자는 분위기가 되었고…

나처럼 식물계의 사신 같은 사람이 유일하게 7년 넘게 화분을 두 개로 나눌 지경까지 키운 게 스투키라 아무래도 관리하기 편하겠지 싶어 적당한 크기의 스투키로 골랐는데 사이트에서 주문하려고 페이지를 넘기니 화분에 달 리본에 쓸 문구를─한쪽은 경조사어, 한쪽은 보내는 사람─ 적으라고 돼 있었다.

보내는 사람에 뭐라고 적어야 하나, 애니동이라고 적어 보내자니 우리는 애니동 중에서도 너무 일부, 라 안 맞는 것 같고 대화방 이름이 Cafe R이라 Cafe R이라고 적어 보내자니 뭔가 동종업계(…)에서 보낸 것 같아 애매해서 다같이 고민하다가 갑자기 디노님이 그냥 ‘애니동 그 사람들’이라고 하자길래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걸로 적었는데.

오후에 배달하는 분이 가게 위치를 못 찾으셨는지 전화가 왔다.

“저기요~ ‘커피쟁이로 화분 보내신 애니동 그 사람들‘ 맞으시죠~ 가게 위치를 못 찾아서 그러는데요~”

저걸 육성으로 들으니 왠지 부끄러워!!

혹시 가게 못 찾을까봐 일부러 배달지 주소에 받는 사람 핸드폰 번호 신경써서 적었는데 왜 하필 주문자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셨는지… 주문자 핸드폰으로 연락하셨으면 차라리 주문자 이름을 불러주세요. 왜 굳이 리본에 적힌 이름을…ㅠ.ㅠ

그 뒤로도 몇 번을 ‘애니동 그 사람들’을 외치셔서 부랴부랴 받을 사람 핸드폰 번호를 찾아 다시 알려드리고 끊었는데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쪽에 전화 걸어서도 ‘애니동 그 사람들이 커피쟁이 앞으로 보낸 화분을 배달간다’고 하셨을 것 같아 다시 한번

창피해

잘 도착했다고 받은 사진을 보니

궁서체로 적힌 애니동 그 사람들을 보니 이것도 묘하게 아련한 느낌이라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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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misha

    화환하니 생각나는데…회사 친한 계장님이 승진했을 때 남편분이 사무실로 화분을 하나 보냈는데 거기 리본에 이렇게 (당연히 궁서체로) 쓰여 있었더랬죠…’뭘 해도 되는 여자 이**!!’ 다들 보고 빵 터졌더랬어요. 아마 위 화분 받으신 분도 화환 리본 보는 내내 즐거우셨을 듯요.

    1. Ritz

      뭘 해도 되는!
      문구 진짜 마음에 드네요! ㅋㅋ 기억해놨다가 기회되면 써봐야겠어요. 받는 분도 되게 기분 좋았을 것 같아요. ^^

  2. 여러 의미로 즐거운 화환(….?)이 되었는데요 ㅋㅋ

  3. 그때 그 사람들이야… ㅋㅋㅋㅋ

    1. Ritz

      bgm은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때 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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