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는 시트콤

렌트한 집에는 세탁기가 없고 집 바로 옆(걸어서 세발짝 정도?)칸에 세탁실이 있는데 주 초에 빨래는 옆사람이 돌렸고 어제는 저녁에 와서 돌려달라고 했더니 저녁 시간에 사람이 많았다고 오전에 나더러 돌리라길래 세탁기 돌리는 법을 배우려고 옆사람과 같이 빨래 한 바구니를 들고 세탁실로.

세제 넣고 동전 넣고 어쩌고 하는 와중에 그거 몇분이나 걸릴 거라고 옆에서 보고 있던 옆사람이 잠깐 나가서 집 문을 닫고 오더니.
빨래 끝나는 시간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집 문이 잠겼다?!

자동 도어락도 아니고 옛날식으로 열쇠로 여는 집인데 집열쇠고 뭐고 다 집안에 있는데! 나 핸드폰이고 뭐고 하나 없이 주머니에 세탁기 넣고 남은 25센트 동전 하나 있는데?!

안그래도 처음 왔을 때 몇번 위만 잠그고 나갔는데 아래까지 잠겨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아무래도 아래쪽 잠금쇠가 랜덤하게 잠겨버리는 고장 상태였던 모양.
순간 둘 다 집 앞에서 멘붕 상태로 서 있다가 부랴부랴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이분이 3층에 다른 분에게 스페어 키를 맡겨놓고 가셨다면서 연락해보신다 했는데…

그분 여행 중이시라고….
내일 오신다고….

그래,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당장 할 수 있을 법한 조처를 이것저것 생각해봤지만 일단 원래 서블렛이 안되는 집을 빌린 거라서 괜히 관리인에게 연락을 하거나 했다가는 집주인에게 폐가 될 것 같고 그냥 조용히 내일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일 상황.(여기 연말연시 휴가 시즌이라 여행간 분이 내년에 안 돌아오는 게 운 좋은 거라고…ㅠ.ㅠ)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맨몸으로 나왔지만 출근 준비하다가 나온 옆사람은 핸드폰, 차키, 지갑은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 와중에 속절없이 세탁기는 다 돌아가고 건조기 돌릴 동전도 없으니 일단 젖은 빨래 한 바구니를 끌어안고 차를 몰고 하루 밤 신세를 지기 위해 수인님 댁에 도착.(이거 정말 어디 시트콤에서 플롯으로 써도 하나 문제 없을 시추에이션 아닌가)
소식을 들은 그 집도 회사 사무실도 그야말로 ‘ㅋㅋㅋㅋㅋㅋ’가 난무. 그 와중에 이렇게 비빌 언덕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ㅠ.ㅠ

둘 다 넋나간 상태로 앉아 있다가 캠프 끝날 시간에 옆사람은 린양을 데리러 갔는데(그 와중에 노트북은 집안에 두고 나와서 일을 못하니 하루 강제 휴가) 린양이 상황을 듣고 한 말은
“이거 몰카야?”
였다고…

그 댁에서 건조기로 마저 말린 빨래 한 바구니를 한켠에 둔 채 어제 하루밤 신세지고 오늘 7시 좀 넘어 스페어 키 가진 분 연락 받고 뛰쳐나가 집 문 열고 거의 하루만에 집에 다시 귀가. ㅠ.ㅠ
린양은 캠프 가고 옆사람은 출근하고 나도 다시 일상으로.

아, 씁.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한번씩 잊을만하면 시트콤인 거지….

수인님 댁에는 손님이 상심하면 치유를 해주는 미모의 접대묘가 계심.

Response

  1. 오, 고양이님의 접대포스가 비범하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