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으며 리츠코를 몇번이나 좌절시켰던 일본 여행이 드디어 지난 25일에서 27일 사이에 극적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여행기를 어떻게 올리는 것이 편할까 고민하던 중 아무래도 일기식으로 3일간에 있었던 일을 써보는 것이 가장 편할 듯 하여 우선 리츠코의 도쿄 여행기 에피소드 1을 올립니다. 우선 동행자는 일본 여행의 경험이 있는 뉴타입 장르 크로스의 필자, 미사언니였고, 악재가 겹치려고 그랬는지 여행 내내 목감기로 목소리가 전혀 안나와 고생을 했습니다…–; 출발은 25일 11시 반 비행기. 비행기라는 것을 아예 처음 타보는 고로(부모님의 증언대로라면 어릴 적에 제주도에 비행기로 데려간 적이 있다는데 사진이라는 물증은 있으나 심증이 없는고로) 다소 두근두근. 모님 말대로 하늘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참… 좋더군요. 비행기는 역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기기..라는 촌스러운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생각도 잠시. 착륙할 때 귀가 엄청 아프더군요.–;(역시 촌스러운 리츠코…) 나리타에서 도쿄까지는 게이세이 선이라는 것을 탔습니다. 우… 싼 맛에 1000엔 짜리를 탔더니 수십군데에서 서는 바람에 나리타에서 도쿄까지 2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돈 아끼려다 짧은 여행 기간에 시간 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

숙소는 아빠가 전화로 예약한 우에노 공원 역에 있다는 키누야 호텔. 뭐랄까, 우에노 공원에 있는 호텔이라는 점이나 이름이 키누야(누군가가 이건 무슨 ‘해찬들’ 분위기잖아..라고도 했다는)라는 것을 봐도 어쩐지 뭔가 수상한 러브 호텔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심각하게 했습니다만(심각하게 생각하다가 함께 동행한 미사 언니와 그럼 혹시 전동 침대라던가 화려한 조명이 있는 방이 아닐까…라는 기대도…^^;;), 막상 내리고 보니 역 바로 앞에 있어서 위치도 적당하고 깔끔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돌발 사태! 호텔에서 나와 도착 사실을 집에 알리려고 공중전화를 들어 001을 눌러 국제전화를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계속 시도를 했지만… 전화가 연결이 안되는 겁니다. –; ‘헉! 이대로 도착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있었다가는 분명 집에 가서 맞을 터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국제 전화 앞자리는 0033이었고 게다가 우리가 들고 있던 공중전화는 국제전화가 안되는 것이더군요. 의외로 국제전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가 드물었다는.(우리나라 공중전화도 그런가요?) 짧은 일정이므로 한시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우에노에서 가장 움직이기 쉬운 아키하바라로 향했습니다. 일본의 지하철… 정말로 특이하더군요. –; 비싸기도 경악하게 비쌀 뿐더러 얼마 안되는 거리마다 가격차이가 왕창왕창 벌어지는데… 게다가 시설도 우리나라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뭔가 일본 지하철..이라고 하면 줄지어 질서를 끝내주게 지키는 일본인을 상상했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더군요. 어쨌거나 타는 방식 자체도 저처럼 방향치인 사람에게는 쥐약인 시스템이었습니다만…

이 약도 한장으로 용케 모든 게마즈를 모두 돌아다녔다는..

우선 아키하바라에 딱 내려 느낀 첫 감상은… ‘여긴 용산이잖아~‘ 였군요. –; 아키하바라에서 움직인 곳은 게머즈 본점, 게머즈 아키하바라 점, 리버티 3군데, 이시마루 전기. 무슨 데지캐럿 매니아냐고 하겠지만 실은 뉴타입 출장 시에 들려야 할 곳들인데다가 한번쯤 가보고 싶었기에…^^;;;(게머즈 블랙게마단점도 들르고 싶었으나 jjaya 선배의 조악한 지도로는 도저히 위치 파악이 불가해 이날, 포기했는데, 후일 알고 보니 블랙게마단점이 바로 게머즈 스퀘어점이더군요. –; 마지막날에야 그걸 깨닫고 부랴부랴 그곳까지 보고 왔다는….) 게머즈 본점에 맨 처음 들렀는데, 들어가서 한참을 둘러보고 있자니 주위의 공기가 묘한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자… 허억… 그 매장 안에는…

정말 이렇게 생긴 남자들이 우글우글 할 뿐, 여자는 나와 같이 간 언니 밖에 없더군요. 모두 ‘도대체 왜 여자들이 여기에~‘라는 표정으로 쳐다봐 주더라는… –;(하지만 손에 손에 데지코와 카논을 든 그 사람들은 정말… 얼굴 한 복판에 ‘나, 오타쿠‘라는 글자와 함께 뒤쪽에 뭉글뭉글 검은 염이 보였다) 실제로 매장 자체도 우리나라 용산에 있는 애니메이션 용품 파는 가게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이 바로 옆에 있는 리버티. 일본의 중고 시디 시장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사고싶었던 시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욱 보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클램프X의 캐릭터 파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 시디여서 하나 뽑아 들었더니 가격이 300엔, 오오… 이렇게 쌀 수가..라고 생각하며 세이시로와 스바루의 드라마를 찾아서 가격을 보니… 아니! 900엔? –; 인기에 따라 몸값도 다르더군요. –;(역시 모든 것은 돈으로 측정된다)

얘들이..
얘들 몸값의 3 배…
의외로 잠자리도 편했다는…

어쨌거나 세이시로와 스바루의 드라마 시디 두장과 jjaya 선배가 부탁한 ‘오! 나의 여신님‘ OST 을 산 후 맥도날드(왠지 일본 맥도날드는 마쿠..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아. –;)에서 처음 보는 메뉴였던 그라탕 고로케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약간 느끼하긴 했는데 꽤 맛있더군요. 일본에 묵으면서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패스트푸드 새메뉴를 먹어보는데에 집중했는데, 멋도 모르고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게 덜 부담스럽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일본은 상점가가 굉장히 일찍 문을 닫더군요. 게머즈의 경우 주말임에도 7시 반 정도면 모두 정리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아키하바라 쪽을 돌고 숙소로 돌아오니 9시쯤. 다소 이른 시간이라 침대에서 딩굴대며 일본 드라마를 두편 봐줬는데, 한편은 ‘폭주 구조대‘(제목이 아리까리)…라고 하는 무언가 열혈 구조대물을 빙자한 순정만화 분위기의 드라마-인기 가수가 자신의 구속된 위치를 비관해 주인공들에게 숨어들고 그녀를 숨겨주며 그녀가 대형 콘서트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였고, 다른 한편은 우리나라 트랜디 드라마 스타일 인 것 같은데 러브 호텔을 둘러싼 잘난 남자와 착한 캔디 식의 여자 주인공의 연애물이었습니다. –; 두 드라마 모두 너무나 우리나라와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연기자들의 연기가 다를 게 없어서 내가 지금 일본 드라마를 보는 건지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건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더군요. –;;; 이것은 일본 편의점에 들어가서 음료수 판매대를 보며 ‘헉.. 우리나라 판매대와 메뉴가 다를 것이 없잖아~‘라고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TV와 더불어 리츠코 인생 최초의 해외에서의 첫 밤을 맞이했습니다. ^^

오늘 하루도 무사히!!

11월 26일, 도쿄에서의 둘째날. 간밤에 새벽 3시까지 미사언니와 수다를 떨어 정신이 몽롱하긴 했지만 일단 일찍 나서야 하나라도 더 본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챙겨서 길을 나섰습니다. 길지 않은 일정이라 제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은 오늘 하루 뿐. 목소리는… 오오, 이제 거의 발성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벙어리의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 ^^; 일단 최근 엄청 크게 확장했다고 하는 아니메이트 본점이 있는 이케부쿠로로 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가 아니메이트였던 고로(개인적으로 애니 팬시류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 약간은 두근♡ 미리 뽑아갔던 약도가 상당히 유용하게 잘 쓰였습니다. 아니메이트는 모두 6층(맞던가?) 규모로 층마다 게임계열, CD, 캐릭터 팬시, 코믹 등의 분류가 잘 되어 있더군요.

역시 심플한 지도가 찾기도 편하다!!

여기서 산 것은 전혀 계획에는 없었으나 눈에 띄어 덥썩 집어든 이마 이치코의 ‘어른의 문제‘ 드라마 CD와 처음에 꼭 사겠다고 마음먹고 갔었던 아르젠토 소마의 오프닝, 엔딩 싱글 CD(아직 발매된 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중고는 눈씻고 봐도 없더군요), 그리고 후르츠 바스켓 6권까지와 기타 애니 팬시였습니다. 모님에게 약속한 바도 있고 해서 ‘이누야샤‘ 관련 상품도 찾아봤지만 아직 이번 시즌에 관련된 캐릭터 상품은 나온 것이 없더군요. 그 외에도 하쿠센샤 계열의 작품의 팬시같이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들도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 아쉬움이라면 우테나 관련의 화집이나 상품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아니메이트 적립 카드도 만들었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사언니의 경우는 만들겠느냐고 물어봤다는데, 저에게는 묻지도 않고 만들어 주더군요. –;(역시 일본인으로 보이는걸까시라…)

역시 몸이 안좋은 게 치명적이었던 듯.. 그 맛있는 음식을 남기다니.. 흑…

일단 아니메이트에서 나와서 미사언니의 오르골 쇼핑을 위해 Tokyu Hands(맞나요?)로. 맨처음에 언니가 집었던 그… 직접 만들 수 있는 오르골 같은 것도 저로서는 꽤 신기했습니다. ^^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곳곳에 ‘크리스마스, 앞으로 한달‘과 같은 문구들도 간간히 보였고. Tokyu Hands에서 나와 식사를 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막상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감이 안 잡히기에 이번에도 패스트푸드점 신세를… ^^ 이번에는 KFC에서 치킨팟과 연어 샌드위치, 그리고 비스켓을 시켰는데 연어 샌드위치와 그 안에 들어있던 소스도 담백해서 마음에 들었지만(실제로 목이 이미 꽉 잠겨 잘 넘어가지도 않았던 상태여서 많이 남기긴 했군요)

니가 시방 나를 건드렸냐?

그 비스켓이 마음에 들더군요. 도넛 모양으로 가운데가 뚫린 비스켓인데 부드럽고, 함께 준 메이플 시럽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 일단 다른 곳에 더 볼 일이 있다는 미사언니와 갈라져 저는 개인적인 용무로(jjaya 선배 때문에∼!!) 다시 한번 아니메이트로 향했습니다. 배가 부른데다가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보니 양손에 든 짐은 천근만근. 몸이 자꾸 늘어지더군요. 비실비실 아니메이트에서 나와 미사언니와 만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혼자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팔을 덥썩. ‘언놈이냣!‘하는 표정으로 째려보니 왠 삐끼가 ‘언니,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저기서 쉬다가요∼(물론 일본어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냥 지나치려고 하니 절대 그냥 놔줄 기세가 아니더군요. –; ‘네넘이 보기에는 내가 쉬다가게 생겼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전혀 발성이 안되는 고로 간신히 쥐어짜 고질라 울부짖는 목소리로 ‘저 일본인 아닌데요‘라고 말해주니 목소리에 놀라 흠칫 ‘죄송합니다‘하고 가버리더라는. ^^;

미사언니와 만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시부야의 만다라케. 옛날 책도 굉장히 많고 이것저것 자잘한 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

특히 셀화를 파는 곳에 걸려진 셀화들의 가격이 인상적이더군요. 역시 인기의 바로미터는 돈…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특별히 사고싶었던 책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다 보니 이츠키 나츠미의 ‘오즈‘가 눈에 띄어 사버렸습니다. 집에 국내판으로 있긴 한데 마지막 4권을 구하지 못한고로 이김에 아예 원판으로 전권을 구비하고 한글판은 처분해버릴 셈으로 말이지요. ^^(나중에 다음날 K-BOOKS에 갔더니 가격이 더 싸더군요. –; 가슴이 아팠다는) 극악으로 노래를 못하는 아가씨가 세인트 테일 코스프레를 하고 스테이지 위에서 켄신과 세인트테일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판매대에 있던 피타텐 코스프레를 한 아가씨가 예쁘더군요. ^^ 뭐랄까, 이곳에도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왔다갔는지 들어가는 곳에 한글로도 경고문이 붙어 있더군요. 요점은 ‘매장 내에서 사진 촬영은 안되고, 짐은 반드시 록커에 넣고 들어가세요…‘ 뭐 그런 글.

기회가 되면 다른 것들도 먹어보고 싶다는.

시부야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목이 너무너무 말라서 자판기 캔을 뽑아 마셨는데, 우리나라 자판기 음료수들은 대부분 콜라, 환타 등의 탄산음료가 주종인 반면 일본은 차 종류가 굉장히 많더군요. 특히 홍차 종류가. 밀크티에서 레몬티, 우롱차, 녹차, 일반 홍차, 아이스 티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더라는. 레몬홍차를 마셔봤는데, 홍차 특유의 약간 떫은 맛이 완전히 제거되어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마지막날이고 하니 저녁때는 숙소 앞에 있는 우에노 시장에를 나가보자고 합의를 보고 시장 구경을 나섰습니다.

감기는 점점 심해지고…

저녁은 그 시장 안에 있는 그럭저럭 깔끔한 레스토랑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카레 오믈렛을 먹어줬는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더군요.(며칠만에 먹는 ‘밥‘이던가…^^;;) 시장은 정말 우리나라와 다를 게 전혀 없었습니다. 시간이 이미 8시를 넘어서 가게들이 문을 닫은 곳도 많긴 했지만, 가게 중에는 ‘한국말 가능합니다‘라고 쓰인 곳도 꽤 눈에 띄더군요. 마치 우리나라 동대문시장에 가면 ‘일본어 가능합니다‘라고 써둔 것처럼 말이죠. ^^ 지나가다보면 ‘아가씨 구경하고 가요‘라고 한국어로 말하기도 합니다. 하긴 지난 여름 우리집 막내가 중국에 갔을 때 백두산 앞에 장사치들이 ‘싸게 해줄게‘를 한국어로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으니 일본이라고 다를 것도 없겠지만. ^^ 어쨌거나 시장 한바퀴 돌고 들어오니 피곤해 전날처럼 수다떨 기력도 없이 그냥 뻗었군요. ^^ 꽤 많이 걷고 이것저것 보고 다녔지만 막상 적고 보니 크게 어디를 갔다…라고 말한 만한 곳은 그다지 다니지 않았던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군요. –;

대망의 마지막 도쿄 여행기 마지막날 입니다.

확인 안했더라면 피같은 돈이 또 나갔을지도!!

일단 전날 미리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피눈물 흘릴만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호텔 체크아웃에 관한 것으로 대부분 호텔이 12시까지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여 방심하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다시 보니…. 헉, 체크아웃이 10시더군요.

게머즈 블랙게마단점은 안내지도에는 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곳에서만 파는 아이템들이 따로 있음

원래는 체력이 정말 바닥까지 간 고로 미사언니만 일단 오전에 쇼핑을 돌고 전 느긋하게 오후쯤 해서 아키하바라 쪽에 미처 못 가봤던 블랙게마단점을 둘러보고 그곳에 언니와 합류하여 K-BOOKS 아키바점을 구경한 뒤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계획 전면 수정. 일단 꾸역꾸역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겨 나온 뒤 우에노 역 로커에 짐을 넣어두고(우에노 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니 이런 점에서 편리했다는) 언니의 친구 생일선물로 살 오르골을 고르기 위해 이케부쿠로의 TOKYU HANDS로 갔다가 전날 살까말까 고민했던 ^^)

다음번에는 저 찻잔까지 갖춰주리

홍차왕자 그림이 새겨진 홍차포트를 사기 위해(실은 이틀동안 생각없이 다녔더니 동전이 너무 많아서-T.T-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아니메이트로 또…(–;)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미사언니에게 티 포트를 선물 받았습니다♡(감사. 지금도 집에 모셔놓고 간간히 잎 녹차를 마시거나 할 때 쓰는 중. 안에 거름망까지 갖춰져 있어서 유용하더라구요.) 아니메이트에서 미사언니는 따로 사고 싶은 것들이 있다기에 일단 갈라졌군요. 전 좀 쉬기 위해 역 앞 맥도날드에 들어가 콜라와 베이컨 감자 파이라고 하는 정체 모를(맛은 그런대로 담백하고 깔끔했음) 음식을 시킨 후 2박 3일만에 여유를 찾고 양지바른 곳에서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엄청 추했겠더군요. 무슨 노숙자도 아니고….

이렇게 우아하게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한 시간쯤 여유있게 졸고 난 뒤 미사언니와 합류하여 첫날 미처 못 가봤던 게머즈 블랙게마단점과 K-BOOKS를 가보기 위해 다시 아키하바라로 향했습니다. 의외로 블랙게마단점은 작고 더더욱 용산의 애니 용품점의 냄새가 나더군요. –; 갔던 이유는 jjaya 선배에게 부탁받은 블랙게마단 T셔츠를 사기 위해서.(여름에 안 입고 다니기만 해봐랏! –+) 게머즈를 나와 미사언니가 찾고 있던 ‘불꽃의 알펜로제(맞나요?)‘ CD를 구하기 위해 좀 더 리버티를 둘러본 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와 혹시나 하여 첫날 아키하바라에 왔을 때 ‘이런 곳에는 없을거야‘라고 말했던 가게에 들어갔더니 그곳에 그 CD가 있더군요. ==;;; CD 구한 후 K-BOOKS로 향했습니다. 만화책은 탐나는 것들이 훨씬 많았습니다만, 일단 이번에는 짐을 늘이지 말자는 주의였기 때문에 일단 책은 다음 기회에…. 물론 만다라케보다 OZ 전권이 더 쌌다는 게 아쉬웠던데다가 오사카 미에코의 ‘아름다운 시절‘ 문고판은 탐이 나더군요. 식사는 간단히 맥도날드에서 스프와 잡다한 것들로 떼운 뒤(스프… 맛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브로콜리 스프♡) 드디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올 때 고생했던 기억을 되살려 갈 때는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편하게 나리타 공항까지. 여유있게 도착해서 느긋하게 비행기(비행기는 7시 반)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

자아, 집으로, 집으로

비행기 안에서의 작은 해프닝. 좌석 복도 쪽에 앉아서 아니메이트에서 산 후르츠 바스켓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이 든 외국인 스튜어디스가 제 어깨 쪽에 커피를 쏟는 사고가 터졌습니다.(책에 쏟았으면 가만히 안 있었겠지만… –;) 뭐, 어깨 쪽이 좀 젖긴 했어도 별로 데이거나 한 것도 아니기에 됐다고 닦을 수건이나 좀 달라고 표시를 했더니(당연히 이 때는 이미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고로) 매우 당황을 하면서 수건을 갖다 주더니 계속 괜찮냐고 묻는 것입니다. 목소리가 안나와 대답하기도 괴로운데 괜찮다는 시늉을 충분히 해줬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뭔가 미흡했던지 잠시 후 1등석 후식쯤 되어 보이는 초코 치즈케이크(맛있었다.T.T) 한 조각을 갖다 주는 겁니다. 오오∼ 감사히 잘 먹고 있는데 잠시 후 다른 동양인 스튜어디스를 끌고 오더군요. 그리고는 그 동양인 스튜어디스가 절 더러 묻는 말… “大丈夫ですか?” 헉! 일본 만화책을 보고 있다고 일본인으로 알았단 말이더냐. 목 아파 죽겠는데 자꾸 말을 거니 죽을 맛이더군요. 괜찮다고 몇 번 말을 해주니 이번에는 저쪽에서 큼직한 샴페인(이것도 일등석 쪽 물건이었던 듯. –;;; 이 스튜어디스 아줌마 무서운 사람이었다)을 한 병 주더군요. 감사히 챙겨 나왔지요. ^^;;;

어쨌거나 또 가보고 싶군요

그래서, 2박 3일 일정을 아픈 몸을 이끌고 잘도 다녀왔습니다. ^^ 3일 여행기 쓰면서 보니 역시 별로 많이 다니진 않았군요. 그래도 같은 곳 여러 번 가면서 위치 확인은 확실히 하고 지하철 타는 법은 배워왔다는 데 의의를 두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구요. 뭐랄까, 대단히 다른 것은 없지만 미묘하게 분위기 같은 것이 달랐고 처음 우리나라를 벗어나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 걸어다닌다는 것이 긴장감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니면서 신기했던 건 역시 일본 여자들은 치마를 참 많이 입는다는 것과 안경 끼고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여자라서 그런 것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요. ^^ 아쉬웠던 것은 역시 목이 너무 아파서 어설프나마 일어 공부하는 셈치고 뭔가 말해보지 못한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흔히 촤라락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본인 이야기를 합니다만, 제가 갔을 때는 솔직히 그런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어요. 우리나라와 똑같이 지하철 탈 때 밀치고 타고 에스컬레이터도 그냥 타던걸요. 같이 간 언니 말이 “역시 이쪽도 경제가 어려워지니 사람들 마음도 각박해졌나보군”이라더군요. ^^ 어쨌거나 늦은 여행기이지만, 잘 다녀왔습니다. ^^ 한번 나가보니 기회가 되면 자주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뭉글뭉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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