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두 가지를 타고 나오니 어느덧 해는 중천, 배도 고프더군요. 빵을 좀 싸오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어디 앉아야겠다 싶어서 둘러보니 예쁜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니버셜은 헐리우드, 스누피 랜드, 쥬라기 공원과 같이 큼직하게 구역을 나누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들이 또 나름대로 갖추어져 있는데, 햄버거 세트 하나에 콜라 몇잔을 시켜놓고 식당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가로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댑따 느끼하게 생긴 외국인들이 제임스 딘 머리를 하고 쫙 붙는 청바지를 입고 나와 춤을 추고 공연을 했던 걸 보면 그 햄버거 가게는 제임스 딘이 느끼하게 머리 남기고 나왔던 시대 쯤을 테마로 한 구역이었던 것 같네요. 

앞에 세워둔 차가 너무 예뻐서
찍어놨군요
헐리우드 구역에서 찍은 것
여기는 자세히 보니 비버리힐즈라고 써있네요

그 다음 향한 곳은 스누피 플레이랜드였습니다. 

원래는 대형 미끄럼을 타볼까 했는데 대기 시간이 좀 길어서 샵 안에 있는 어린이용(…)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어린이용이라서 별로 무섭지 않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꽤 과격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이런 롤러코스터에 길들여진 아이라면 커서도 간이 크겠다 싶었습니다. -_-;

거리를 돌아다니는 인형들도 퀄리티가 엄청 좋았습니다.
입구쪽에는 베티 붑이라든지 딱따구리 등을 보면 정말 예쁘더군요.
단지 날씨가 날씨였던 만큼 ‘더위먹지는 않을까’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지나는 길에 찍은 거대한 죠스

  이동을 하면서도 길을 좀 걷다가 지친다 싶으면 잽싸게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며 땀을 식히고(어느 가게든 에어콘이 살벌하게 잘 나왔음) 또 다시 나와 걷고 하다보니 정말 날씨에 비해 거짓말처럼 땀에 젖는 일 없이 여유있게 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각 가게마다 갖춰둔 기념품들도 그냥 판에 박힌 것들이 아니라 하나하나 ‘팔겠다는 의지’가 담긴 예쁜 것들 뿐이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호사스러운 눈요기였지요.

식구들중에 물 튀기는 후룸라이드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물놀이 쪽은 그냥 거의 구경만 하고, 혹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했습니다. 워터랜드 쪽에서 슬슬 걷다보니 어느새 쥬라기 공원 앞까지 와있더군요.

이 구역은 마치 쥬라기 공원 내부처럼 되어 있습니다.(공룡은 없었어요..;) 
이런 강렬한 기념품도 팔지요. (안에는 물론 과자가…)

쥬라기 공원 안의 폭포 앞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나와서 이동하다보니 백투더 퓨쳐 관이 있더군요. 사실 터미네이터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ET관에서 익스프레스 예약을 해둔 게 있어서 그 사이에 뭔가 하나쯤 더 타면 시간이 얼추 맞겠다 싶어 여기저기 다니던 중이었는데 좀 만만해(?) 보여서 일단 그곳에 줄을 섰습니다.

순서가 되어 들어가니 어느 작은 방에 두 팀 정도를 넣더군요. 그러더니 직원이 들어와서 어디에서 오셨냐고 묻더니 그 나라에 해당하는 안내문(?)을 보여주더라구요. 다른 곳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아무리 외국인처럼 보여도 절대 일어로만 이야기하는 독한 것들…;-한글로 된 그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 기구를 타다가 중도에 힘들면 머리 위로 손을 들어 X자를 표시하면 바로 세워준다’라는 문구가 있는 겁니다. 옆에서 엄마가 보시더니 ‘헉, 나는 못 탈 것 같아’라고 일단 포기 의사를 밝히셔서 타기 전에 일단 엄마는 밖으로 나가시고 또 다른 한 팀이었던 대만인 가족(…)과 기다리고 있자니 더 무섭게시리 우리 앞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정말로 타는 걸 ‘포기’해서 기구를 세우고 하느라 타는 데 시간이 5분 정도 지연됐습니다. 

현지에 적응한 ET!

예방주사를 맞는 것보다 다른 사람 맞는 걸 보고 있는 게 더 무서운 것처럼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대체 어느 정도 과격하길래 저러나 싶어 은근히 겁나더군요.
실제로 타보니 백 투더 퓨쳐에 나왔던 주인공의 형이 박사와 조수들을 철장에 가둔 뒤 차를 훔쳐 시간을 마구 질주하기 시작하고, 탑승객들이 박사 대신 그 형을 잡으러 간다, 는 테마 아래 차에 타면 형이 탄 차를 쫓아 눈 앞의 엄청나게 큰 대형 스크린에 시공을 초월한 화면들이 마구 지나가면 좌석이 덜컹덜컹 움직이는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이 격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화산 속으로 뚝 떨어지는 것 같다가 우주를 날다가 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타다가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멀미를 할 수도(…) 있겠더군요. 그래도 백 투더 퓨쳐라는 영화에 걸맞은 기구였습니다.

타고 나와서 시간을 보니 한 30분 정도 여유가 있길래 다시 아까의 햄버거 가게 앞쪽으로 돌아와 콜라 두 잔을 시켜두고 더위도 식히며 뒹굴대다가 시간에 맞춰 ET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도중에 만난 이번 여행의 일행 가족이 ET관이 너무 재미있다고 적극 추천하길래 호기심에 예약을 걸어두었던 것인데, 여기는 한마디로 하자면 저희 엄마 정도의 분이 딱!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아주 평온한(…) 곳이었습니다. T.T
오만가지 ET들이 노래도 부르고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앞쪽에 격렬하기 짝이 없는 백 투더 퓨쳐를 타고 난 후이다 보니 좀 벙 찐 기분으로 ‘허허허’ 하고 맥없이 웃으며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ET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고 이용객들도 ET의 고향에 구경을 간다, 뭐 그런 컨셉인데 플라스틱 아이디 카드를 만들고 거기에 이름을 입력한 후 들어가면 관람이 끝나고 나올 때쯤에 ET가 입력된 이름을 불러주며 ‘우리는 친구야’라고 말하는 건전무쌍한 곳이었지요. 단지 문제라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이름이 좀 어렵습니까. -_-; 그냥 간략하게 넣고 들어갔더니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게 아니라서 감흥이 좀 줄어들더군요.

유니버셜 스튜디오 근처는 인적도 드물고 주택도 별로 없어서 마치 해외 관광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야자수도 있고 말이지요..; 유니버셜 스튜디오 안도 그랬지만 바깥 쪽조차도 참 ‘청결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놀이공원 치고는 산만하지도 않았구요.

 

ET 관람을 마친 후 일단 저희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나왔습니다. 아침 9시에 가서 오후 5시 정도까지 놀았는데 구석구석 꼼꼼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본 것도 많았고 따지고 보면 팜플렛에 있었던 것 중에 왠만한 메이저는 다 타본 셈이라서 크게 미련은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딱 즐겁게 놀았네요. 
한번 더 온다면 좀더 요령있게 놀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갔던 방법 그대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쉰 후 저녁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일정이 있는 경우는 여행사에서 식사까지 준비를 하지만 자유일정이다보니 저녁은 우리가 해결을 해야 하더군요. 
전날에 갔던 WTC에서 몇군데 음식점을 봐뒀던지라 별 고민 없이 그쪽으로 갔는데 메뉴는 막내의 ‘일본에서는 일본 라면을!’이라는 요청으로 라면으로 결정했습니다. 

막내가 시킨 김치라면(…) 기껏 일본 라면을 먹고싶다더니..;
간장 라면. 한국에서 먹었던 일본 라면들보다는 확실히 면이 맛있었습니다.
로비가 예뻐서 기념으로 한장.
이틀동안 제 밤참을 책임졌던 편의점..;

엄마는 음식을 시켜도 단무지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일본의 박한 인심(…)에 한탄을 하셨지만 맛은 꽤 괜찮았던 저녁식사 후 WTC 안의 이런저런 가게들(옷가게라든지 악세서리 가게들이 꽤 있더군요)을 구경했는데 생각보다는 한국 물가보다 그렇게 많이 비싸지는 않다는 점에 약간 놀랐습니다. 역시 한국 물가가 최근 많이 올라가긴 한 것 같아요.
‘이런 면만으로 저녁을 버틸 수 없다!’는 막내와 저의 아우성에 맥도널드에 들러 햄버거, 편의점에 들러 엄마의 ‘밥’이 들어간 밤참(비빔밥)과 음료수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는 자몽주스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동생의 더블 맥과 내가 산 베이컨 버거

제가 산 햄버거는 베이컨과 와사비&마요네즈 소스가 들어간 것이었는데 와사비와 마요네즈가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군요. 
저녁먹고 들어와서 햄버거 하나가 홀랑 뱃속에 들어갔던 걸 보면 저는 해외 나가면 위가 늘어나는 체질인가 봅니다. -_-;

2 responses

  1. 리츠코

    파자마>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코스지. ^^

  2. 파자마

    오, 왕년에 스카이X, 자이로드롭, 자이로스윙 등을 섭렵하던 나로서는 왕 땡기는 여행코스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