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주일 동안만 신처럼 전지전능할 수 있다면?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지만 무한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소재로 짐 캐리가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 유쾌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지금까지 봤던 짐 캐리 영화는 ‘에이스 벤츄라‘와 ‘트루먼 쇼‘ 두 가지인데,(덤 앤 더머는 TV에서 해줄 때마다 보다가 관뒀음.-_-) 개인적으로는 에이스 벤츄라처럼 완전히 망가지는 역보다는 트루먼 쇼처럼 아주 약간(!)은 진지함을 가미한 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브루스 올 마이티는 후자 쪽에 가깝더군요.

하는 일마다 꼬이고 뭐 하나 풀리는 게 없는 주인공 브루스(짐 캐리)는 일이 꼬일 때마다 노골적으로 신에게 불평을 해댑니다. 너 잘났다, 내가 해도 너보다 낫겠다. 듣다 못한 신(모건 프리먼)은 너라고 별 수 있을 것 같더냐, 하며 그에게 ‘전지전능‘을 주고는 자신은 휴가를 가버립니다.
처음에는 상황에 적응을 못하던 브루스는 곧 자신이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지금까지 꼬인 자신의 인생을 다림질 하고자 마구 힘을 써댑니다. 그 반작용으로 세상이 어찌 될 지야 그가 알 바 아니지요.
사실 저 역시 미천한 인간인지라 전능한 힘을 갖게 된다면 박애주의니 뭐니 모두 집어치우고 내 앞가림을 좀 더 편하게 하려고 바둥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정신없이 웃으면서도 그저 유치하다기 보다는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듯 모건 프리먼은
영화에서 내내 흰 옷만을 입고 나옵니다.
잘 어울리더군요. ^^

영화의 여기저기에 꽤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만발합니다. 신으로서 들어야 할 기도를 컴퓨터 이메일로 처리해서 받는다든지, 신이 휴가를 떠났던 시기가 중세암흑기였다든지.
영화와 음악도 상당히 매치가 잘 되어 있어서 브루스가 힘을 갖고 난 후 처음으로 그것을 자각하며 길 거리를 유쾌하게 걸을 때 나오는 ‘I got the Power‘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출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흑인 숀코넬리라고 생각하는 모건 프리먼의 ‘신‘ 역할도 엄청 마음에 들더군요.

가볍게 보는 코믹물이었지만 중간중간에 모건 프리먼이 하는 말들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들도 기도를 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라든지 하는. 게다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란 그다지 다를 게 없나 봅니다. 복권 당첨자가 40만명이 넘게 나와서 배당금이 17달러였다,는 것을 보며 여기나 거기나 매한가지로군, 이라는 생각이 들더란. ^^;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번 영화에서는
그다지 개성이 없어 아쉽더군요.
그녀가 프렌즈에서 보여줬던 그녀만의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사실 그녀가 아니었어도 저 역할은
누구나 해도 되는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를 볼 때에는 내내 ‘내가 만약 전지전능을 받는다면 뭘 할 것인가‘를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는 오히려 ‘신‘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요즘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시끄럽기만 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 역시도 ‘니가 하면 뭐 다를 것 같냐‘고 생각하거든요. 오죽하면 신이 ‘니가 하면 별 게 있을 것 같냐‘ 하고 브루스에게 던져줬겠습니까. -_-;

아무튼, ‘싱글즈‘를 버리고 본 선택이었는데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이런 코믹 영화 치고는 약간 러닝 타임이 긴 편인데도 별로 지루하지 않더군요. 간만에 짐 캐리 영화 중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는 여전히 유쾌합니다. 약간 정서불안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요.

3 responses

  1. 파자마

    나도 어제 봤음….짐캐리는 나의 이상형 중의 한 명이지…;; 인생이야 누구든 힘든거구, 그렇게 웃겨라도 주면 좀 고충이 덜 하지 않을까…;; 나는 재미있게 봤음…잔소리성 영화 상당히 싫어하는 나인데도 말이지. 참 그리고 사족인데, 싱글즈도 의외로 괜찮음…^^;;

  2. 리츠코

    그 앵커도 진짜 재미있었어요. 생긴 건 꼭 미스터 빈 같던데. ^^;;;

  3. 김형진

    저는 짐 케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보니 그양반도 많이 늙었더군요 T.T 하지만 가장 웃긴 장면이 경쟁자 앵커가 부르스 덕에 뻘소리를 하는 장면이었다는. 그 라이벌 앵커도 코메디 연기 잘하던데요 🙂